검찰총장 사퇴론 [유레카]

이춘재 기자 2024. 5. 21.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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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발표된 '김건희 방탄용' 검찰 인사로 검찰총장 사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을 '패싱'한 이번 인사가 이 총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불신임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사단' 해체 인사를 했을 때, 사표 대신 수사로 맞섰다.

과거 정권이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인사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때 검찰총장은 그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표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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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발표된 ‘김건희 방탄용’ 검찰 인사로 검찰총장 사퇴론이 분출하고 있다. 이원석 검찰총장을 ‘패싱’한 이번 인사가 이 총장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불신임을 나타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다. 이 총장이 김건희 여사 관련 수사를 자신의 임기 안에 마무리 짓겠다고 공언한 것을 윤 대통령이 괘씸하게 여겼다는 말도 나온다. 대통령의 눈 밖에 난 검찰총장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두가지뿐이다. 사퇴하거나 아니면 정권을 겨냥한 수사로 맞서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검찰총장 시절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사단’ 해체 인사를 했을 때, 사표 대신 수사로 맞섰다. 최근 대법원 판결로 감사원의 위법한 감사를 근거로 한 무리한 수사였음이 드러난 ‘탈원전 수사’다. 하지만 이 총장은 수사로 맞설 카드가 마땅치 않다. 김 여사 명품 가방 수사는 수사 지휘 라인을 해체한 이번 인사로 제동이 걸렸다. 이창수 신임 서울중앙지검장이 용산 뜻대로 처리하더라도 별 도리가 없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수사는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아예 박탈당한 상태다. 이 총장도 굳이 수사를 지휘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이 총장은 전 정권 때 추미애 장관이 윤 총장의 수사 개입을 막으려고 총장의 수사지휘권을 박탈한 것을, 박성재 장관에게 취소해달라고 요구하지도 않는다. 결국 기자들의 인사 소감을 묻는 질문에 보여준 ‘12초 침묵’이 이 총장이 할 수 있는 저항의 최대치였던 것 같다.

과거 정권이 검찰 수사를 방해하는 인사나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을 행사할 때 검찰총장은 그에 대한 항의 표시로 사표를 냈다. 총장 임기(2년)를 채우는 것보다 검찰 조직을 지키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권 때 김종빈 총장은 천정배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검찰 역사상 처음으로 발동해 강정구 교수 불구속 수사를 지시하자 이를 수용하고 사표를 냈다. 이명박 정권 때 김준규 총장은 임기 만료를 한달여 앞두고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반발해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 총장의 선배들은 “단 하루를 해도 총장”이라고 했고, “얼어 죽어도 겻불은 쬐지 않는다”고 기염을 토했다. 이 총장이 이달 말쯤 예상되는 검찰 중간간부 인사에서 김 여사 수사팀이 완전히 해체되면 어쩔 수 없이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관측도 있다. 밀려날 바엔 차라리 그만두는 게 더 나아 보인다.

이춘재 논설위원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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