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테러범 "'자연인' 이재명에겐 미안"…징역 20년 구형(종합)

검찰 "반민주적·반법치적인 정치 테러"
"선진사회 자부한 국민 자존심에 큰 상처" 발언도
테러범 "자연인 이재명과 가족에 미안한 마음"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습격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67)씨. 박진홍 기자

올해 초 부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흉기로 찔러 살해하려 한 혐의로 기소된 김모(67)씨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법정에 선 김씨는 범행을 사과하면서도 그 대상을 '자연인' 이재명으로 한정했다.

21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용균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징역 20년을 구형하고 10년간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다. 김씨 범행을 방조한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구형했다.

김씨는 지난 1월 2일 오전 10시 30분쯤 부산 강서구 가덕도 대항전망대에서 흉기로 이 대표를 찌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김씨의 범행이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심각하게 위협한 '정치적 테러'라고 강조하며 중형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21세기 대한민국에서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사건이었다. 너무나 명백한 정치적 테러이자 선거범죄"라며 "자신과 이념적·정치적으로 반대인 진영을 이끄는 피해자를 총선 전에 제거해 공천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고, 피해자도 선거에 나가지 못하게 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주의와 사법 시스템을 무시하고 극단적 폭력을 사용한 반민주적, 반법치적 범행"이라며 "이 사건으로 우리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는 중대한 도전에 직면했고 선진사회 일원임을 자부하던 국민들은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월 2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부지를 둘러본 후 기자들과 문답을 진행하던 중 왼쪽 목 부위에 습격을 당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다. 연합뉴스

징역 20년을 구형한 이유에 대해 검찰은 "피고인은 적어도 지난해 4월부터 구체적 계획을 세우고 범행도구를 마련, 연습하는 등 치밀하게 준비했고 5차례에 걸쳐 범행을 시도했다"며 철저한 계획범죄임을 강조했다.

이어 "피해자에게 흉기를 휘둘러 치명상을 입혔다. 상처가 조금만 더 깊었다면, 흉기가 피해자 와이셔츠를 관통하지 않았다면 피해자는 현장에서 사망했을지도 모른다"라며 "그런데도 피고인은 지금까지 범행의 명분과 정당성만 강변하고 범행을 성공하지 못한 데 대해 자책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선거를 앞둔 시점에 제1야당 대표의 공천권 행사와 출마를 막으려 한 사상 초유의 선거범죄로, 범행동기나 죄질 측면에서 기존에 발생한 여타 정치 테러 사건과 비교해도 비난 가능성이 월등히 높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진 최후진술에서 김씨는 미리 써온 종이를 꺼내 읽으며 '자연인' 이재명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전했다.

김씨는 "수용시설에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정치적 입장이 변함없는 것과는 별개로, 본 사건에 대한 깊은 성찰과 함께 '자연인 이재명'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게 됐다"고 고개를 숙였다.

이어 "법치를 믿고 판사님들을 믿고 더 인내하고 더 기다리면서 합법적인 방법으로 국민과 세상의 힘을 모아 승부해야 한다는 지극히 원론적인 자각으로 돌아오게 됐다"며 "특히 이 사건으로 많이 놀라셨을 이재명의 가족들에게 죄송함을 전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사건으로 제 가족과 지인에게 끼친 유무형의 고통과 손해에 대해, 여러 국가 기관의 행정력 등을 낭비시킨 부분에 대해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씨에 대한 1심 선고 결과는 7월 5일 오전 10시에 나올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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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CBS 박진홍 기자 jhp@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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