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한국 '뇌건강 빨간불'… 은행나무잎이 해법될까

2024. 5. 21.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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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10명중 한명 치매환자
前 단계 경도인지장애도 급증
기존 의약품 줄줄이 시장퇴출
콜린제제 급여 축소 소송전도
은행엽 성분 의약품에 쏠린눈
뇌기능 장애·순환장애에 효과
유유제약 이어 제약사들 러시
유유제약 타나민 주성분인 EGb761이 생산되는 독일 현지 은행엽 농장 전경, 유유제약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인구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20%를 넘는 초고령사회에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말 현재 65세 이상은 전체 인구의 19.3%(행정안전부 통계)로 초고령사회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2002년 고령화사회에서 2017년 8월 15년 만에 고령사회로 진입한 데 이어 2025년 8년 만에 초고령사회가 되는 셈이다. 늙는 속도가 세계 신기록이다. 우리보다 앞서 인구 고령화의 길을 걷고 있는 일본은 1970년 고령화사회, 1994년 고령사회, 2005년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단계별 편입 속도는 한국이 일본보다 훨씬 빠르다. 우리나라는 2050년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39.8%까지 치솟을 전망이다.

인구 고령화는 대표적 퇴행성 뇌질환인 치매 및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MCI)'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치매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65세 이상 인구 946만명 중 98만명이 치매 환자로 추정된다. 노년층 10명 중 1명이 치매라는 얘기다.

국내 치매 환자는 올해 100만명을 넘어서고 이후 2030년 142만명, 2040년 226만명에 이어 2050년 315만명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예상된다. 추정 치매 환자는 숨겨진 숫자까지 추계한 개념이다. 일본은 현재 치매 환자가 600만명을 넘어섰으며 2025년 700만명(후생노동성)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일본은 65세 이상이 전체 인구의 약 30%인 약 3500만명이며 이 중 약 17%가 치매 환자다. 우리나라도 고령화 추세가 일본을 닮아간다는 점을 감안하면 65세 이상 치매 환자 비율은 현재 10%이지만 해마다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은 90여 가지에 달하지만,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가 전체의 약 80%를 차지한다. 치매 환자는 나이가 들면서 급증한다. 70~74세 8.5%, 75~79세 19.24%, 80~84세 27.1%, 85세 이상은 38%로 고령자 비율이 매우 높다. 또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약 10~15%가 치매로 진행되는데, 이들 역시 2019년 28만명으로 집계돼 최근 10년간 20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65세 미만도 전체의 20%를 차지해 치매보다 낮은 연령에서도 많이 발생한다.

이처럼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 환자 증가 추세에도 불구하고 의료 현장에서 인지기능 개선을 위해 처방 가능한 의약품의 선택지는 점차 줄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2019년부터 도네페질, 아세틸엘카르니틴, 옥시라세탐 등 인지기능 개선 목적으로 사용되던 의약품 성분에 대한 임상시험 재평가 결과, 적응증이 삭제돼 처방 영역이 축소되거나 아예 시장에서 퇴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도네페질 성분 처방의 10%를 차지했던 혈관성 치매 관련 적응증은 2019년 삭제됐다. 2021년까지 511억원의 시장 규모였던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은 2019년 일차적 퇴행성질환에 이어 2022년 뇌혈관질환에 의한 이차적 퇴행성질환 효능 입증에 실패했다. '혈관성 인지 개선'이라는 단일 적응증으로 2022년 210억원의 시장 규모였던 옥시라세탐도 2023년 임상 재평가에 실패해 시장에서 퇴출됐다.

연간 6000억원 규모로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또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은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 적응증을 보유했다. 하지만 임상 재평가 추진 과정에서 첫 번째 적응증을 제외한 2개가 삭제됐고, 경도인지장애와 치매에 대한 임상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2025년 이후로 예상되는 임상 재평가 결과에 따라 퇴출 가능성이 남아 있는 상황이다. 이와 함께 2020년 보건복지부가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의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부담금을 30%에서 80%로 높이면서 정부와 제약사 간의 법정 공방이 4년째 이어지고 있다. 콜린 제제 급여 축소 취소소송은 2건 모두 1심에서 제약사들이 패소했고, 5월 10일 선고된 2심 1건에서도 기각 판결이 나왔다. 콜린 제제 환수협상 취소소송은 판결이 나온 1심 및 2심 5건 모두 제약사들이 패소했다. 헌법재판소도 지난달 제약사 2곳이 청구한 콜린 제제 환수협상명령 등 위헌 소송에 대해 각하 판결을 내렸다.

이런 가운데 최근 의료 현장에서 경도인지장애 및 치매에 처방할 수 있는 은행엽 성분 의약품이 부각되고 있다. 은행엽 의약품은 2021년 급여 재평가 대상에 올랐지만, 제외됐다. 경구제는 해외 주요국에서 이미 급여로 등재돼 처방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은행엽 의약품 시장은 연간 58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는 가운데 유유제약이 30년 넘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유유제약의 타나민정은 독일 슈바베그룹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은행엽 건조엑스 오리지널 EGb761이 유효성분이다. 500편 이상 연구문헌이 발표된 바 있고, 치매성 증상(기억력 감퇴 등)을 수반하는 기질성 뇌기능 장애, 어지럼, 말초동맥 순환장애(간헐성 파행증), 혈관성 및 퇴행성 이명에 효과가 있다. 대웅제약, 종근당 등 대형 제약사를 포함한 다수 제약사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은행엽 의약품을 출시하거나 식약처로부터 품목 허가를 받아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김백상 매경헬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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