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채상병 특검법' 거부권 행사…"헌법·취지 부합 안해"

안채원 기자, 박종진 기자 2024. 5. 21. 16: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the300](상보)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정진석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 재의요구권 의결 등 현안 브리핑 하고 있다. 2024.05.21.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윤석열 대통령이 '채상병 특검법'(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오늘 대통령께서는 국무회의를 거쳐 순직해병특검법률안에 대해 국회에 재의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의 취임 후 6번째 거부권 행사(법안 기준 10개째)다.

앞서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국정운영에 책임이 있는 정부로서 국회의 입법권이 우리 헌법이 정하고 있는 기본원칙에 반한다면 헌법이 부여하고 있는 권한 내에서 의견을 개진할 책무가 있다"며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정 실장은 거부권 행사 이유를 △법안이 헌법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점 △특검제도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점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하는 점 등 크게 3가지로 나눠 설명했다.

정 실장은 우선 "삼권분립은 우리 헌법의 골간을 이루는 대원칙이다. 삼권분립 원칙하에서 수사와 소추는 행정부에 속하는 권한이자 기능"이라며 "특검제도는 중대한 예외로서 입법부의 의사에 따라 특별검사에게 수사와 소추 권한을 부여한다. 이런 행정부의 권한 부여는 행정부 수반 소속인 여당과 야당이 합의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이유에서 국회는 25년간 13회에 걸친 특검법을 모두 예외 없이 여야 합의에 따라 처리해 왔던 것"이라며 "이는 단순히 여야협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지키기 위한 국회의 헌법적 관행이다. 야당이 일방 처리한 이번 특검법안은 이처럼 여야가 수십 년간 지켜온 소중한 헌법 관행을 파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서울=뉴시스] 조수정 기자 = 정진석 비서실장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채상병 사망사건 외압 의혹 특검법 재의요구권 의결 등 현안 브리핑 하고 있다. 2024.05.21. chocrystal@newsis.com /사진=조수정

정 실장은 "삼권분립 원칙상 특별검사에 대한 대통령 임명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돼야 한다"며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 후보자 추천권을 야당에게만 독점적으로 부여해 대통령의 특별검사 임명권을 원천적으로 박탈해 이 또한 우리 헌법의 삼권분립 원칙에 위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특검제도는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하거나 수사의 공정성 또는 객관성이 의심되는 경우에 한해 보충적, 예외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제도"라며 "채상병 순직사건에 대해서는 현재 경찰과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의 수사가 계속 진행 중이다. 특히 공수처는 지난 정부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사실상의 상시 특검으로 일방적으로 설치한 수사기관인데 공수처 수사를 못 믿겠다며 특검 도입을 주장하는 건 자기가 만든 공수처의 존재 이유를 부정하는 자기모순이자 자기부정"이라고 말했다.

정 실장은 "이번 특검법안은 특검제도의 근본 취지인 수사 공정성과 중립성을 담보하지 못한다"며 "채상병 사건에서의 외압의혹은 야당이 고발한 사건인데, 야당이 고발한 사건의 수사 검사를 야당이 고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에서 이 법안에 따른 수사 결과가 공정하다고 믿을 국민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외 특검법에 '대국민 보고'를 포함시켜 실시간 언론 브리핑이 가능하도록 한 점도 문제 삼았다.

정 실장은 "정부는 채상병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는데 한치의 소홀함이 없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채상병의 안타까운 사망이 더 이상 정쟁의 소재가 되지 않길 바라며 국회의 신중한 재의를 요청드린다"고 강조했다.

[양주=뉴시스] 전신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19일 경기도 양주 회암사지 특설무대에서 열린 '회암사 사리 이운 기념 문화축제 및 삼대화상 다례재'에서 축사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4.05.19. photo1006@newsis.com /사진=전신

윤 대통령은 그간 채상병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명확히 밝혀왔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는 관련 질문을 받고 "저는 이 수사를 지금 담당하는 수사 관계자들이나 향후 재판 관계자들도 모두 저나 우리 국민과 똑같이, 채상병 가족들과 똑같은 안타까운 마음으로 열심히 진상규명을 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일단은 특검 취지를 보더라도 진행 중인 수사와 사법 절차를 일단 좀 지켜보고 또 수사 관계자들의 마음가짐, 자세를 일단은 좀 믿고 지켜보는 것이 저는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의 재표결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요건이다. 재의결되면 그 즉시 법률로서 확정되고 부결되면 폐기된다. 제21대 국회에서는 국민의힘에서 17명 이상 이탈자가 나오지 않는 한 폐기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안채원 기자 chae1@mt.co.kr 박종진 기자 free21@mt.co.kr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