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헌신, 고통과 고뇌에 공감”...백혈병 걸린 엄마의 사연은?

김용 2024. 5. 21.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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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의 헬스앤]
아기 출생 시 손가락, 발가락부터 확인하던 마음으로 우리 아웃의 장애아들에 대한 시선을 바꿔야 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아들은 태어날 때부터 뇌에 문제가 있었다. 중증 지적장애와 함께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했다. 식사도 배에 삽입한 위루관을 통해서 했고 배변 조절이 불가능했다. 가끔 큰 소리를 내며 발작까지 일으켜 엄마는 이웃을 만날 때마다 "죄송합니다"라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 말이 있다. 20년 이상 장애 아들을 간병한 50대 엄마의 고단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다.

오랜 간병에 지친 엄마는 우울증에 백혈병까지 겹쳐 건강이 악화됐다. 우울증이 심하면 정상적인 판단이 어렵다. 스스로 생을 마감하는 사람들의 80% 이상이 중증 우울증 환자라는 통계가 있다. 그날도 몸이 큰 20대 아들이 발작을 일으키자 엄마의 불안 장애는 악화됐다. 무심결에 엄마는 평생을 돌본 아들을 질식시켰다. 끝내 아들은 깨어나지 못했고 엄마는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다 실패해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법원의 선처... "정당화될 수 없지만 오랜 헌신, 고통과 고뇌는 공감"

법원이 살인 혐의로 기소된 50대 여성 A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는 소식이 최근 전해졌다. 법원이 선처해 집행유예를 내린 것이다. 재판부는 "A씨의 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지만 오랜 헌신과 노력, 고통과 고뇌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한순간 잘못된 판단을 했지만 A씨는 누구보다 고통을 안고 살아갈 것이다. 모자를 가까이서 지켜본 유족과 지인들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내가 자식보다 더 오래 살아서 뒷바라지해야 하는데..."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의 마음을 표현한 말이다. 자신이 먼저 세상을 떠나면 장애 자녀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안타까움이 깃들여 있다. 평생 간병에 몸은 지쳤어도 자식 사랑은 여전하다. 숟가락 들 힘이라도 있으면 끝까지 아들, 딸을 돌보겠다는 마음 뿐이다. 이 세상 모든 장애인 어머니들의 심정일 것이다. 어머니는 병들어 누우면 자식 걱정부터 먼저 한다. 내 건강보다는 자녀의 미래를 걱정하며 밤잠을 못 이룬다.

최근 장애를 가진 아기들이 많이 태어나고 있다. 발달장애, 다운증후군 아기들이 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 복지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물론 예전보다 환경이 개선되었지만 세계 10대 경제 강국 수준에 걸맞는 지원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어머니, 가족들이 평생 돌보는 과거 방식에서 벗어나 국가 시스템 아래 중증 장애인을 케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나 배려... '선진국' 수준인가?

장애아가 성인이 되어서도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혼자서 생활할 수 있는 기반을 다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부모가 "내가 더 오래 살아야 하는데..." 이런 생각을 갖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으면 미국, 유럽에서 장애아를 키우고 싶어하는 부모들이 적지 않다. 교육-지원 쳬계도 좋지만 장애를 가진 사람에 대한 차별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서구 국가에서 살다가 귀국한 사람들은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 대해 얼마나 불편한 시선을 갖고 있는지 실감한다. 경제력이나 K팝, K드라마가 세계적인 위상을 갖고 있지만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나 배려는 '선진국' 수준과 거리가 멀다. 모처럼 사람 많은 곳에 장애아와 함께 나가면 엄마는 죄인이 되고 만다. "죄송하다"는 말을 달고 살아야 한다. 어느 집안에서나 장애인이 나올 수 있는 세상인데도 장애아가 내는 작은 소음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고단한 일상을 견뎌 온 어머니들... 국가 시스템으로 적극 지원해야

우리 사회의 장애인 옆에는 온갖 마음고생과 고단한 일상을 견뎌 온 어머니들의 한숨이 서려 있다. 할머니는 손주가 태어나면 "손, 발은 다 달려있냐?"며 물으셨다. 뇌병변, 발달장애아의 엄마들은 그보다 더 심한 환경에서 밤잠을 설치며 아이들을 뒷바라지했다. 하루, 이틀도 아니고 20, 30년을 자녀들을 돌보는 엄마들을 상상해보라. 장애아가 성인이 되면 몸집이 커져 케어하기 더 어렵다.

다행히 장애인 자녀가 태어나지 않은 우리 집은 행운인가? 선진국 위상에 걸맞게 장애인에 대한 차거운 시선을 거둬 들여야 한다. 따뜻한 눈길로 그들을 바라봐야 한다. 장애아들이 성인이 되어 스스로 생활이 가능하도록 자립의 토대를 마련해줘야 한다. 국회, 정부가 할 일은 아직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장애인 가족을 위한 정책을 세심하게 수립하는 것이다, 장애인 가족의 비극은 다시는 일어나면 안 된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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