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人투더스페이스]⑩ "우주기업 수 턱없이 부족…우주청, 국방·안보도 아울러야"

박정연 기자 2024. 5. 21.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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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수 ANH스트럭처 대표
안현수 ANH스트럭처 대표. ANH스트럭처 제공

[편집자주] 5월 27일 처음으로 한국 우주개발을 전담하는 정부 기관인 우주항공청이 출범합니다. 누리호와 다누리 성공 이후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열망이 뜨겁습니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세계 우주산업은 2030년 5900억달러(약 8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동아사이언스는 열악한 환경에도 미래 우주시장 개척에 묵묵하게 발걸음을 디뎌온 국내 우주기업들을 만났습니다. 우주항공청 설립에 대한 기대감, 우주 비즈니스에 대한 다이내믹한 도전을 연속으로 게재합니다.

"정부는 민간 주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천명했지만 국내 우주항공기업은 개수부터 외국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수준입니다. 기업 인프라가 확장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국내 수요만으로는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안현수 ANH스트럭처 대표는 국내 우주산업계 성장을 가로막는 원인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한국형 발사체인 누리호가 개발됐지만 한 번 발사 후 다음 발사가 이뤄지기까지는 수 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며 "발사체용 부품과 장비를 개발한 기업들은 발사가 이뤄지지 않는 기간 동안 인력을 유지하기 어렵고 결국 사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주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가 수요를 정확하게 예측해 산업계가 중장기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도울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민간 기업이 사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할 필요성이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ANH스트럭쳐가 개발한 발사체용 탄소섬유 추진제 탱크는 기존 대비 가벼우면서도 단단함까지 갖췄지만 지난해 발사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에는 실리지 못했다. 발사성공 이력이 없는 부품을 도입하는 데 보수적인 우주산업의 관행 탓이다.

누리호에 실리지 못한 추진제 탱크는 현재 개량 작업이 진행 중이다. 안 대표는 "발사성공 이력을 쌓기 위해 소형발사체용으로 다시 개발하고 있다"며 "우선은 해외 스타트업의 소형 발사체에서 발사 성공 이력을 쌓은 뒤 국내외 대형 발사체에 싣는 것이 목표"라고 설명했다. 개량과 실제 발사까지는 약 2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안 대표는 이어 국방부가 여전히 국내 우주 산업에 미치는 영향력이 적잖다는 지적을 제기했다. 이에 따라 우주항공청이 과기정통부 외 부처까지 우주 정책을 총괄하는 콘트롤타워로 발돋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국내 우주항공 산업에서 많은 부분이 국방부에 치중돼 있다”면서 “우주항공청이 여러 중앙부처와 협조해 우주 산업과 관련해 쪼개져 있는 예산과 인력을 아우를 수 있는 권한을 갖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우주산업에 관여하는 부처가 많다 보니 민간 분야의 사업이 지체될 수 있다는 게 안 대표의 우려다. 그는 “자칫 잘못하면 한 기업의 같은 기술을 놓고 다른 부처가 인증, 허가 등 권한을 행사하려고 할 수 있다”면서 “특히 중소기업의 입장에선 여러 부처에 나뉘어 있는 행정 업무에 일일이 대응하기 쉽지 않은 게 현실”이라고 설명했다. 

ANH스트럭처는 2013년 설립된 항공우주·복합재 전문 솔루션 기업이다. 방산항공산업, MRO(항공기 정비), 항공기용 캐빈 인테리어, 우주 등 4개 영역에서 설계·제작·시험평가·인증 등 절차를 자체 수행한다. 최근에는 항공산업에서 강점을 보였던 경량화 기술을 우주 분야에 접목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R&D(연구개발) 과제를 함께 하며 금속 대신 '탄소섬유' 소재로 이뤄진 우주발사체 추진제 2단 탱크를 국내 최초로 개발하기도 했다. 

이 탄소섬유 추진제 탱크는 알루미늄 등 금속 대신 탄소섬유로 제작하면서 전체 무게가 약 30% 가벼워진다. 우주발사체의 핵심 과제 중 하나가 기체 무게를 줄여 추진력을 높이는 것인 만큼 이 회사의 경량화 기술이 점차 폭넓게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이에 더해 제작 비용도 금속 소재 대비 20% 이상 절감했다. 이러한 연구개발 성과를 가진 ANH스트럭처는 국내 우주항공 분야 중소기업 중에서도 기술력을 지닌 기업으로 꼽힌다.

다음은 일문일답.

Q. 인력확보와 관련해 국내 우주항공기업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R&D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야기는 여러 번 강조해도 부족하다. 규모를 막론하고 다양한 우주항공기업이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점이라 생각하다. 최근에는 우수한 인재들을 유치하기 위해 해외에 사무실을 만들어 현지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 많은 항공우주기업이 인력을 구하기 위해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Q. 우주항공청이 들어오면 사천시에 젊은 인재가 유입될 것이란 기대감이 일고 있는데.

"우주항공청이 개청하면 이전보다는 훨씬 많은 인재가 사천시로 들어오게 될 것이라 기대한다. 하지만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도시 전체의 인프라가 개선되는 정도의 변화가 필요하다. 단순히 중소기업에 대한 재정적 지원뿐만이 아닌 이 곳에 거주하는 청년 연구자 인력을 위한 설득력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Q. 사천 소재 항공기업들의 우주사업 분야 진출 전망은.

"사실 기존 사천의 우주항공기업, 혹은 항공 기업은 항공이 주요 사업 분야다. 하지만 우주항공분야 진출이 중요해진 만큼 대부분 기업들이 우주로 영역을 확장하려 하고 있다. 항공에서 쓰이는 외장재 등은 우주용 장비에 사용될 수 있다. 기존에 항공 사업만 전개하던 기업도 충분히 우주 분야로 영역을 확장할 수 있다. 항공산업에서 탄탄한 입지를 다진 사천의 항공기업들이 향후 우주산업에 기여하는 사례는 앞으로 더욱 활발해질 것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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