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위 최고지도자가 ‘권력 정점’…이란 통치구조는?

이란 최고지도자가 군통수권·대통령 해임 등 권한
“라이시 사망에도 이란 국정 운영 등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듯”

20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이란 대사관 밖에서 한 남성이 전날 이란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세상을 떠난 고(故)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를 걸어 놓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헬기 추락 사고로 갑작스럽게 사망하면서 이란은 물론 중동 정세에 미칠 영향에 국제사회가 주시하고 있다. 차기 최고지도자로 지목되던 라이시 대통령의 사망으로 이란 내 권력 구조의 변화에 관심이 쏠리면서 이란의 독특한 통치 체제에 대해서도 주목되고 있다.

20일 영국 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란에선 최고지도자가 절대 권력을 갖고 있다. 대통령 역시 권력의 정점인 최고지도자의 ‘통제’를 받고 있기에 일반적인 대통령제 국가에 비해 권한이 크지 않다. 이란 최고지도자에 이어 ‘이인자’인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이 가져올 파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라이시 대통령이 직선으로 선출된 행정부 수반이지만 이인자로 불리는 배경에는 이슬람 신정일치(이슬람 성직자 통치론) 체제가 있다.

이란에서 최고지도자는 대통령 인준·해임 권한은 물론 행정부 수반의 최대 권한인 군 통수권도 가진다. 최고지도자 아래 대통령 중심의 ▷행정부 ▷입법부 ▷사법부와 국가지도자운영회의 ▷국정조정회의 ▷헌법수호위원회 ▷혁명수호대 등의 기관이 있다.

최고지도자는 경찰과 도덕 경찰에 대한 권한을 쥐고 있다. 이슬람 혁명 수비대(IRGC)와 그 산하 조직인 바시즈 민병대도 최고지도자의 통제를 받는다.

이란에서 1979년 이슬람 혁명이 일어난 뒤 최고지도자는 2명 뿐이었다. 1대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는 혁명의 지도자로서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고 2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는 1989년부터 최고지도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최고지도자의 임기는 종신직이다. 사망하거나 직무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국가지도자운영회의에서 후임자를 선출하게 된다.

대통령의 임기는 4년이며 3회 이상 연임은 불가하다. 대통령은 부통령과 장관 등 내각을 임명하며, 일반적인 정부 업무와 국내·외교 사안에 대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다.

그러나 이란에서 대통령은 최고지도자 다음으로 이인자이기에, 권력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다. 특히 안보 문제에 있어선 그 한계가 큰 것으로 평가된다.

가령 이란 경찰은 대통령 아래 내무부 산하에 있지만, 경찰청장은 최고지도자가 임명하며 보고도 최고지도자에게 직접 한다. 혁명수비대나 바시즈 민병대도 마찬가지다.

또 대통령의 권력은 국회를 통과한 입법안에 대한 최종 승인권을 가진 헌법수호위원회로부터 견제를 받는다. 헌법수호위원회는 최고지도자가 지명한 성직자 6명, 사법부가 선출한 법학자 6명 등 총 12명으로 구성되며 법률 최종 승인권 외에도 이슬람 규범과 헌법 해석권을 가진다.

20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 주재 이란 대사관 밖에서 이라크 군인이 전날 이란에서 헬기 추락사고로 사망한 고(故) 에브라힘 라이시 이란 대통령과 그의 수행원들을 위해 마련된 추모 현장을 지키고 있다. [AP]

이 같은 이란의 권력 체계로 라이시 대통령의 예기치 못한 죽음은 국정 운영 등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전문가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라이시 대통령이 고령의 하메네이의 뒤를 이을 차기 최고지도자 후보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는 점에서 향후 최고지도자 자리를 놓고 권력 투쟁이 촉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라이시 대통령은 하메네이가 1981년부터 1989년까지 대통령직을 역임했던 것처럼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다.

한편 이란 당국은 다음 달 28일 대통령 보궐선거를 치른다고 발표하는 등 라이시 대통령의 죽음으로 인한 혼란을 차단하고 체제 안정 유지에 힘을 쏟고 있다. 이란 현행 헌법에 따르면 대통령 유고 시 50일 이내 보궐선거를 통해 직선제로 차기 대통령을 선출해야 한다.

yckim6452@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