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BBC를 통해서야 버닝썬 게이트의 추악함이 제대로 보여졌을까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5. 21.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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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다 알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눈으로 확인한 버닝썬 게이트의 실상은 아는 것 그 이상의 끔찍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사실상 버닝썬 게이트 같은 충격적인 범죄가 계속 클럽을 중심으로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용인해준 공권력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선정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보다 적나라한 실상을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BBC가 재조명한 버닝썬 게이트는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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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가 공개한 버닝썬 게이트, 끔찍한 실상과 구하라의 용기 재조명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이미 다 알고 있었다 생각했지만, 눈으로 확인한 버닝썬 게이트의 실상은 아는 것 그 이상의 끔찍한 충격으로 다가왔다. 술에 취해 쓰러진 여성이 머리를 부딪친 것으로 보이는 정황에 대해 "진짜 웃겼다"며 "뇌진탕에 걸린 줄 알았다", "살면서 가장 재밌는 밤이었다"고 말하는 메시지가 공개됐다. 정준영 단톡방 멤버들이 술에 취한 여성을 집단으로 성폭행하며 나눈 대화들이다.

술자리에서 여성들을 노리개처럼 대하는 모습들도 가감없이 보여졌고, 스스로를 '승츠비'라 일컫는 승리가 싫다고 하는 여성을 억지로 손을 잡아 끌고 소리를 치는 모습도 공개됐다. 또 (아마도 물뽕이 든)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 깨어나 강제로 당한 후 돌아가게 해달라고 무릎 꿇고 빌었다는 피해자의 진술도 더해졌다. 이런 일들이 수년 간 '경찰총장'이라 불리는 권력을 가진 이의 비호를 받아 계속 자행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였다.

이 사건의 진실을 접하고 보도했던 기자들이 겪은 고충도 다큐멘터리는 자세히 소개했다. 댓글 테러부터 문자 폭탄까지 이어져 극심한 스트레스로 유산의 경험을 한 기자도 있었고, 진실을 공개했을 때 돌아올 파장과 후폭풍을 걱정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접하면서도 끝까지 소신을 지켜 끝내 버닝썬 게이트의 실상을 알린 기자의 이야기도 담겨 있었다.

거기에는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故 구하라에 대한 놀라운 이야기도 담겨 있었는데, 그것은 그가 생전 이 게이트가 세상에 알려지게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이었다. 버닝썬 게이트의 뒤를 봐주는 '경찰총장'이라는 존재를 밝혀내는 것이야말로 이 사건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는 중요한 일이었는데, 기자가 구하라에게 도움을 요청했고 구하라는 당시 최종훈(구하라와 연습생 시절부터 함께 했었다)을 설득해 사실들을 제보하게 했다는 것이다.

결국 이 일로 '경찰총장'이 가상의 인물이 아닌 윤규근이라는 실제 인물이라는 걸 알게 됐다. 경찰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난 것이었다. 사실상 버닝썬 게이트 같은 충격적인 범죄가 계속 클럽을 중심으로 생겨날 수 있었던 것은 이를 용인해준 공권력의 비호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점에서 이 유착이 밝혀지는데 중대한 역할을 한 구하라의 용기는 다시금 재평가 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BBC가 제작한 이 다큐멘터리가 의미 있는 건, 이미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한 버닝썬 게이트를 보다 실감하게 해줬다는 점이다. 사건이 터지고 많은 탐사보도들이 당시 사건을 다각적으로 분석해 보도했지만, 이 다큐멘터리는 실제 영상과 오고간 메시지들을 보다 가감없이 꺼내 보여준 면이 있었다. 그건 아무래도 BBC라는 외신이어서 가능한 지점일 게다. 국내 상황과 한 걸음 떨어져 있어 보다 리얼한 실상을 꺼내 보이는 것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선정성의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보다 적나라한 실상을 알게 해준다는 점에서 BBC가 재조명한 버닝썬 게이트는 그 자체로 의미 있다 여겨진다. 또한 당시 버닝썬에서 일했던 MD가 지금도 여전히 또 다른 버닝썬들이 존재한다는 충격적인 말은 이 일이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라는 점에 보다 실상이 적나라하게 알려질 필요가 있다고 보인다. 또한 안타깝게도 먼저 세상을 등진 故 구하라가 얼마나 용기 있는 아티스트였는가를 재조명하는 것 역시.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BBC뉴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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