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을 읽어 드립니다

리빙센스 2024. 5. 21. 14:3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화가 장욱진처럼.

산과 강을 끼고 푸른 대지 위에 그림같이 지어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2014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으로 김수근건축상을 수상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읽지 않으면 모르는 공간을 탐험하는 재미, 공간사용설명서 07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자연과 함께하는 삶을 살고자 했던 화가 장욱진처럼. 산과 강을 끼고 푸른 대지 위에 그림같이 지어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이곳으로 최성희 건축가와 봄날의 짧은 건축 여행을 떠났다.

앞으로 이곳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여러 번 방문할 만한 가치를 품은 미술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린아이가 부모님과 함께 방문하고, 그 아이가 다시 성인이 되어 이곳으로

다시 돌아오는 그런 순환의 공간이요.

최성희 소장

주어진 제약 안에서 미적으로도, 기능으로도 어떤 특별한 것을 끌어내려 늘 고민한다. 최−페레이라 건축chaepereira.com의 공동대표이자 건축가인 로랑 페레이라와는 2005년 서울공연예술센터 국제아이디어공모전에서 만나 벌써 20년 넘게 함께하고 있다. 2014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으로 김수근건축상을 수상했다.

장욱진, '집과 아이The House and a Child', 캔버스에 유채, 45.5x27cm, 1959,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소장, ⓒ장욱진미술문화재단.

박수근, 이중섭, 김환기와 함께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빼놓지 않고 언급되는 화백 장욱진. '동심의 화가'라 불린 그의 화풍을 고스란히 빼닮은 아름다운 미술관이 경기도 양주에 자리하고 있다. 개관 10주년을 맞은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 공간을 설계한 '최-페레이라 건축'의 최성희 소장은 지금으로부터 14년 전 미술관의 지명현상설계 공모 당시를 이렇게 회상한다. "뻔한 표현이긴 하지만, 장욱진은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위대한 화가잖아요. 그를 계승하는 미술관을 짓는 건 건축가에게는 도전이자 남다른 의미로 다가왔죠." 최성희 소장은 본격적인 설계 작업 전에 장욱진의 그림을 보고 또 보며마치 어떤 계시가 하늘에서 내려오기를 기다렸다. 그림들을 외울 지경에까지 다다랐을 때. 비로소 하나의 그림이 그녀의 시선을 빼앗았다. 몇 개의 선과 기하학적 도형만으로 단순하게 그려진 '집과 아이The House and a Child'. 영감이 오기까지 기다린 과정은 길었지만 이후의 설계는 손쉽게 이뤄졌다. 그림 속의 커다란 창과 세모난 지붕, 직사각형 도형이 바탕이 되어 지금의 미술관이 완성됐다. 최-페레이라 건축의 설계안을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한 심사위원은 "장욱진의 어린아이와 같은 화풍과 가장 유사한 설계안이었다"라는 평까지 남겼다. 이처럼 화려한 기교 없이 '장욱진'이라는 본질에 가장 충실히 지어진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개관과 동시에 2013 김수근건축상 프리뷰상, 2014년 제22회 김수근건축상 본상, 제7회 한국건축가협회상 본상을 모두 수상하며 괄목할 만한 건축적 성과를 세상에 증명했다.

4월 28일 개관한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올해로 열 살이 됐다. 2020년에 BTS RM이 방문하고, 스타 도슨트 정우철이 2023년 한 예능프로그램에 나와 국내에서 꼭 가봐야 할 미술관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 이처럼 해가 갈수록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잘 지은 건축의 힘이 보탬이 됐음은 분명하다. 최성희 소장은 이 프로젝트가 성공할 수 있었던 건 화가의 의지를 받든 장욱진미술문화재단과, 장욱진 화가의 가족으로부터 시작됐다고 말한다. "유족이 작품을 양주시와 사회에 환원해 주었기 때문에, 죽을 때까지 제 대표작으로 꼽고 싶은 이 프로젝트가 비로소 세상에 나올 수 있었죠." 세월에 바래지 않는 장욱진의 작품처럼. 양주시립장욱진미술관은 지금 이 자리에서 작품을 연상케 하는 소박한 아름다움을 품고 더 많은 방문객과 만나고 있다.

길이에 비해 폭이 좁은 대지 위에 세워진 미술관. 하나의 단위로 된 큰 규모의 건축물을 대지에 꽉 채워 넣는 것이 아닌, 여러 단위로 된 작은 규모의 공간이 서로 꼬리를 무는 형태로 대지 위에 건물을 올려두었다.
왼편과 오른편으로 꼬리처럼 뻗어나간 2개의 전시실. 현재는 가벽을 세워 가려져 있지만, 본래는 왼쪽과 오른쪽 공간 모두에 커다란 창이 설치되어 있다. 이는 각 방마다 풍경을 바라볼 수 있게 지어진 한옥의 구조에서 영감을 받은 것으로, 오른편 창에는 장욱진의 그림에서 튀어나온 듯한 울창한 소나무를 볼 수 있다.
폭과 넓이가 일정하지 않고 불규칙하게 설계된 계단. 마치 손짓이 서툰 어린아이가 종이를 접어 만든 것처럼 보인다. 아주 단순한 도형들로 구성된 이 미술관에 건축가가 의도적으로 조형적인 재미를 더한 부분. 미술관을 방문하는 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공간으로 꼽는 곳이다.
왼편은 2층의 상설전시실, 오른편은 2층에서 내려다본 1층 기획전시실의 모습. 언뜻 보기에도 1층과 2층의 빛 유입량이 상당한 차이가 있다. 이는 관람객이 처음 발을 딛을 1층만큼은 여러 가지 연출이 가능한 열린 공간으로, 2층은 내향적인  다락방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또한 관람객은 1층에서도 고개를 들면 2층의 모습 일부분을 볼 수 있어 곧이어 방문하게 될 공간에 대한 힌트까지 얻을 수 있다.
1층 기획전시실에는 회화작품 외에도 다양한 작품이 설치될 거라 예상한 건축가. 조각이나 설치미술과 같은 경우는 풍부한 빛이 들어오는 게 감상에 더 유리한 경우도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창을 큼지막하게 설치해 실내로 빛이 과감하게 들어오게 만들었다. 유리는 모두 자외선을 차단하는 특수유리로 제작했다. 관람객은 중정을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레 전시 동선과 맞물려 기획 전시를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사진 속 땅 아래에 주차장이 숨겨져 있다. 관람하는 공간인 미술관과 입장하기 전 준비하는 공간인 주차장이 서로 시각적으로 분리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주차장 쪽 대지를 하늘로 들어 올렸다. 그 덕에 미술관에서는 주차장을 볼 수 없다.
주차장에서 미술관으로 걸어가는 관람객들은 아주 단순한 형태의 외관을 처음 보게 된다. 비율은 조금 다르지만 설계 모티프가 된 장욱진 화백의 그림을 떠올리게 만든다. 건축가는 관람객이 건물에서 위압감을 느끼지 않고 친근한 인상을 받았으면 했다. 오른편 길을 따라 조금 더 걸어가면 비로소 숨겨진 입구를 만난다.
장욱진의 그림에는 늘 어린아이가 등장한다. 미술관에서도 아이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공간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 있다. 일례로 미술관 야외에 마련된 삼각 형태의 작은 무대에서는 특별한 공연이 열리기도 하지만, 아이들이 마음껏 뛰노는 공간이기도 하다.
'가장 단순한 형태'라는 철칙을 지키기 위해 외벽의 이음새를 최소한으로 설계했다. 결국 너비가 큰 폴리카보네이트 패널로 외벽부터 건물 천장, 입구 내벽까지 모두 마감했다. 언뜻 아크릴과 비슷해 보이지만 내구성은 약 30배가 높고 유해 성분이 없는 친환경 소재다. 
북한산 산세를 품은 미술관. 관람객은 입구에 들어서면 곧바로 통창 너머 풍경을 보게 된다. 입장하자마자 미술작품이 아닌 풍경을 만나게 된다는 점이 독특한데, 이는 자연 친화적인 인생관을 지닌 장욱진의 삶을 설계에 녹여낸 부분.

위치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 권율로 193(선현리)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월요일 정기 휴무 문의 031-8082-4245

CREDIT INFO

editor권새봄

photographer김민은

Copyright © 리빙센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