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자판은 내 기분을 알고 있다

송복규 기자 2024. 5. 21.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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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 키보드나 휴대전화는 평소에도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되곤 한다.

누군가 키보드를 세게 두드리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면 십중팔구 기분이 언짢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애플 운영체계(iOS)에서 작동하는 이 앱은 스마트폰 키보드에 사용자가 글자를 입력하는 패턴을 분석해 기분을 추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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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일리노이대 연구진, 정신 건강 앱 ‘바이어펙트’ 개발
우울증, 타자 속도 느려...조증은 빨라
정신질환 초기 증상도 발견
/DALL·E

컴퓨터 키보드나 휴대전화는 평소에도 상대의 기분을 헤아리는 데 유용한 도구가 되곤 한다. 누군가 키보드를 세게 두드리거나 휴대전화를 보며 인상을 구겼다면 십중팔구 기분이 언짢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어떤 일에 쫓기는 경우나 불안할 때면 휴대전화 메시지를 보낼 때 손가락을 바쁘게 움직이기도 한다.

알렉스 레오(Alex Leow) 미국 일리노이대 정신의학과·컴퓨터공학과 교수 연구팀은 이런 심리적 행동에 착안해 일상에서 자주 사용하는 노트북과 휴대전화 키보드의 사용 패턴에서 우울증을 높은 확률로 알아내는 방법을 개발했다. 이 방법은 지난 3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 디지털 메디신(npj Digital Medicine)’에 소개됐다.

연구팀은 스마트폰에서 입력된 글자 패턴을 분석하는 프로그램인 ‘바이어펙트(BiAffect)’라는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했다. 애플 운영체계(iOS)에서 작동하는 이 앱은 스마트폰 키보드에 사용자가 글자를 입력하는 패턴을 분석해 기분을 추적한다. 키보드 사용 패턴이 그래프로 나타나고 기계학습 알고리즘으로 데이터를 분석한다.

연구팀이 확보한 사용 패턴을 보면 글자를 입력하는 행동은 기분에 따라 큰 차이를 보였다. 연구팀이 미 국립보건연구원(NIH)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2700명 규모 임상에서 우울한 사람들은 느리게, 조증인 사람들은 사나울 정도로 빠르게 글자를 입력했다. 글자 입력 속도 같은 ‘키보드 동역학’ 요소는 특히 쾌감과 큰 연관성을 보인다. 연구팀은 키보드 입력과 임상 참가자들의 실제 기분을 비교했는데 글자를 입력하는 동안 움직임이 적을수록 동기부여가 떨어지고 불만에 해당하는 ‘무쾌감’ 정도가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바이어펙트는 스마트폰에 들어있는 가속도계와 특정 글자 사용 빈도를 분석해 이런 결과를 얻는다. 가속도계는 사용자의 운동 방향과 속도를 추적해 누워있는 시간과 달리는 시간을 구분한다. 또 키보드에 입력되는 ‘@’나 ‘#’의 빈도로 소셜미디어(SNS)를 얼마나 많이 이용하는지 확인하는 식으로 우울감 정도를 측정한다.

연구팀은 바이어펙트 앱이 평소 스마트폰 사용자의 데이터를 꾸준히 쌓아 분석한다는 점에서 기존 정신건강 앱보다 정확성이 높다고 밝혔다. 기존에 출시된 정신 건강 앱은 대부분 사용자가 직접 자신의 증상과 기분의 등급을 스스로 매기도록 요구하지만 우울증 환자는 데이터를 제대로 입력하지 않기 때문이다. 앞서 이스라엘 하이파대가 발표한 연구를 보면 정신 건강 앱의 30일 이상 사용 비율은 6.1%에 불과했다.

사용자의 일상 데이터를 모아 우울증을 판별하는 기술은 최근 주목을 받고 있다. 정신질환은 초기 판별이 어려워 평소 일상의 미묘한 차이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정신질환자는 9억7000만명으로, 전 세계 8명 중 1명은 불안장애나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활동이 줄어들어 불안장애는 26%, 우울증은 28% 늘었다.

정신질환자가 늘면서 각국 정부가 투입하는 재정도 막대하다. NIH도 스마트폰으로 정신 건강을 확인하는 앱으로 정신질환 위험을 빠르게 예방하기 위해 바이어펙트를 지원하고 있다. 다만 바이어펙트를 실제로 우울증 진단 목적으로 판매하기 위해선 대규모 임상을 기반으로 한 미 식품의약국(FDA) 승인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휴대전화 키보드 역학은 자살 충동을 가진 사람들의 낮은 각성 상태를 예측한다”며 “휴대전화로 무쾌감증과 사회적 기능 장애를 식별하는 건 정신의학적으로 아주 고무적”이라고 설명했다.

참고자료

npj Digital Medicine(2024), DOI: https://doi.org/10.1038/s41746-024-01048-1

Neuroscience and Biobehavioral Reviews(2024), DOI: https://doi.org/10.1016/j.neubiorev.2024.105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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