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반도체 새 수장에 전영현 부회장

삼성전자가 반도체 사업 수장을 전격 교체했다. 지난해 업황 악화로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기록한 가운데서도 인사를 내지 않았던 삼성이 이례적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는 전영현 부회장(미래사업기획단장)을 반도체 사업부인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에 임명한다고 21일 밝혔다. 전 부회장이 맡고 있던 미래사업기획단장에는 기존 DS부문장이었던 경계현 사장을 위촉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인사는 불확실한 글로벌 경영 환경하에서 대내외 분위기를 일신해 반도체의 미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라고 설명했다.

전 신임 DS부문장은 LG반도체 출신으로, 2000년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로 입사해 D램·낸드플래시 개발, 전략 마케팅 업무를 거쳐 2014년부터 메모리사업부장을 역임했다.

2017년에는 삼성SDI로 자리를 옮겨 5년간 삼성SDI 대표이사를 맡았으며, 작년 말 인사에서 삼성전자로 돌아와 신설된 미래사업기획단을 맡아 미래 먹거리 발굴에 주력했다.

삼성이 연말 정기 인사가 아닌 시기에 사업부 수장을 교체하는 건 매우 드문 경우다. 권오현 부회장이 2017년 자진 사퇴를 결정한 것을 제외하면 처음이다.

특히 반도체는 삼성전자의 핵심 사업이어서 이번 인사는 더 이례적이다.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자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다.

삼성은 반도체가 위기라고 진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기 침체로 지난해 15조원에 육박하는 적자를 냈지만 최근 인공지능(AI) 시장 확대로 급성장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시장에서도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뺏기고,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에서도 선두와 격차를 좁히지 못하는 등 차세대 기술 개발이나 시장 선점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계속됐다. 또 최근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임금협상 등 노사 문제까지 불거져 안팎의 우려를 샀다.

삼성전자는 “전 부회장은 삼성전자 메모리 반도체와 배터리 사업을 글로벌 최고 수준으로 성장시킨 주역으로 그간 축적된 풍부한 경영노하우를 바탕으로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내년 정기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통해 전 부회장의 사내이사 및 대표이사 선임 절차를 밟을 계획이다.

경 사장은 최근 반도체 위기 상황에서 새로운 돌파구 마련을 위해 스스로 부문장에서 물러난 것으로 알려졌다. 한종희 디바이스경험(DX)부문장과 협의하고 이사회에도 사전 보고했다는 후문이다. 다만 종전에 맡고 있던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 원장은 그대로 경 사장이 맡는다.

삼성은 이날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이사(삼성전자 의료기기 사업부장 겸임)를 삼성전자 사업지원TF 반도체담당으로 재배치하는 인사도 단행했다. 전영현 신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 임명과 함께 이뤄진 것으로, 반도체 사업 쇄신 및 강화의 의미로 해석된다. 김 부사장은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1팀에서 반도체 투자 등을 담당했다.

박진형 기자 j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