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마무리 유영찬의 성장기…선배 김진성이 도와주고, 감독은 유희관의 예를 들며 “겁없이 던져라”고 하고

김하진 기자 2024. 5. 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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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유영찬. 정지윤 선임기자



올해 LG의 마무리는 유영찬(27)이다.

기존 마무리 고우석이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하면서 이 자리를 유영찬이 물려받았다.

새로운 마무리 투수의 성장은 순항 중이다. 20일 현재 21경기에서 21.1이닝 5실점 평균자책 2.11을 기록했다. 세이브는 10개로 리그 4위다. 블론 세이브도 2개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마무리 투수 한 명을 작정하고 키운다는 건 쉽지 않다. 유영찬의 성적은 본인의 역량은 물론 팀 선배와 사령탑이 공들인 결과다.

LG 마운드 고참인 김진성은 자칫 유영찬이 무너져내릴 수 있는 상황에서 호투로 후배를 도왔다.

지난 18일 수원구장에서 열린 KT와의 경기에서 LG는 8회 백승현이 흔들리면서 2사 만루의 위기를 맞닥뜨렸다. 7-2로 앞선 상황이지만 LG는 마무리 유영찬을 올렸다.

LG 김진성. 정지윤 선임기자



그러나 유영찬조차 기세가 오른 KT 타선을 막지 못했다. 첫 타자 조용호를 2루수 방면 땅볼로 이끌었으나 내야안타가 되면서 실점했다. 김민혁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아 2점을 더 내줬다. 코칭스태프가 마운드에 올랐지만 유영찬은 평정심을 찾지 못했고 멜 주니어 로하스 타석 때 폭투를 저질러 1·2루에 있던 주자를 2·3루로 보내버렸다. 결국 로하스를 자동 고의4구로 내보냈다. 이어 문상철을 상대로 슬라이더 3개를 연거푸 던져 간신히 이닝을 마무리했다.

그러나 9회에도 위기는 계속됐다. 선두타자 김준태와 7구째 씨름 끝에 볼넷을 내줬고 박병호에게 안타를 얻어맞은 뒤 황재균에게 좌전 적시타를 내줬다. 점수는 7-6으로 턱밑까지 쫓겼다. 유영찬은 배정대에게까지 볼넷을 내줘 무사 만루의 위기를 자초했다.

벤치는 결단을 내렸다. 유영찬을 내리고 김진성을 마운드에 올렸다. 김진성은 신본기를 2루 뜬공으로 처리한 뒤 조용호를 땅볼로 유도하며 3루에 있던 대주자 안치영의 홈인을 막았다. 그리고 천성호의 땅볼을 이끌어내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더 잡아 경기를 끝냈다. 무사 만루에서 나온 ‘슈퍼 세이브’였다.

다음날 염경엽 LG 감독은 김진성이 유영찬을 살렸다고 했다. 염경엽 감독은 “팀도 지고 유영찬도 망가지고 피해는 두 배로 받을 뻔 했다”라며 “김진성이 영찬이도 살리고 팀도 살리고 큰 일 했다”고 말했다.

당시 상황을 ‘최고의 위기’라고 표현한 염 감독은 “뒤집혔으면 분위기가 꺾일뻔 했다. 야구는 흐름의 경기라 7-0이 뒤집어질 수 있다. 그러면 다음에 7점을 내도 계속 불안하게 된다. 여파가 1년 내내 간다”고 했다.

염 감독은 “경기를 졌으면 유영찬이 데미지를 받았을 것이다. 지금 현재 믿는 투수는 유영찬인데 그마저도 날아가면 감독 입장에서는 운영하기 힘들어지게 되는 것이다. 여파가 한 달 이상 갈 뻔 했는데 김진성이 엄청난 도움을 줬다”며 연신 엄지손가락을 추켜세웠다.

김진성은 올해 LG 불펜에서 가장 든든한 투수다. 23경기에서 21.1이닝 5실점 평균자책 2.11을 기록 중이다. 지난 4월14일 감기 증상으로 한 차례 휴식기를 가졌음에도 변함없이 마운드를 지키고 있다.

사령탑은 유영찬에게도 진심어린 조언을 건넸다. 염 감독은 유영찬을 만나서 “상황을 생각하지 말고 ‘다 쳐라, 너희들 다 죽었다’라는 마음으로 던져야 세이브를 할 수 있다”고 전했다.

염 감독은 “어떤 상황이 되든 내가 던질 것만 생각하고 던져야지, ‘막아야 돼’라던가 ‘스트라이크가 왜 안들어가지’라고 생각하니까 말리는 것이다. 막는다고 막아지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마무리 투수가 멘털이 중요하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염 감독이 꺼낸 대표적인 예는 유희관이다. 유희관은 마무리 투수는 아니지만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한다. 느린 공을 던지면서도 2013년부터 2020년까지 8년 연속 두자릿수 승수를 올렸다. 한국시리즈 무대에서도 활약을 이어갔다. 유희관의 개인 통산 승수는 101승(69패)다.

염 감독은 “유희관의 자신감을 가져야한다”며 “130㎞대의 공도 몸쪽에 들이대지 않나. 강타자 박병호도 루킹 삼진을 당한다”라며 “결국은 자신감이 공에 전달되는 것이다. 마무리 투수들은 유희관의 멘털을 배워야한다”며 거듭 강조했다.

유영찬에게 이렇게까지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마무리 투수가 중심을 잡는 역할을 해줘야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LG는 강력한 불펜의 힘을 자랑하며 통합 우승을 일궈냈다. 그러나 올시즌을 앞두고 고우석이 미국으로 가고 함덕주는 부상 때문에 전력에서 이탈했다. 정우영도 컨디션을 끌어올리는데 꽤 시간을 들여야했다. 시즌 초반 불펜 운용에 어려움을 겪었다.

LG는 마무리 유영찬을 필두로 불펜진을 재편했고 점차 안정화되면서 5월 상승세를 탔다. 5월 승률은 9승6패 승률 0.600으로 같은 기간 동안 2위에 해당하는 기록이다. 5월 LG 불펜 평균자책도 3.65로 두산(3.38)에 이어 2위다.

유영찬이 무너지면 공든 불펜도 무너진다. 선배 김진성은 호투로 후배의 멘털을 붙잡았다. 감독도 진심어린 조언으로 마무리 투수의 성장을 꾀했다. 걸출한 마무리 투수를 하나 배출하기가 이렇게나 어렵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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