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퀴벌레의 세계 정복, '인간 활동' 덕분에 가능했다

문세영 기자 2024. 5. 2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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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바퀴벌레인 '독일 바퀴벌레'는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서식한다.

독일 바퀴벌레가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은 전쟁, 무역 등 인간 활동 때문일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독일 바퀴벌레는 2100년 전 아시아 바퀴벌레로부터 갈라져 나왔고 1200년 전에는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독일 바퀴벌레는 크기가 작지만 번식 주기가 짧고 적응력이 뛰어나 인간의 거주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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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하버드대
독일 바퀴벌레는 인간의 거주 환경에 매우 잘 적응하는 특징이 있다. 위키미디어 제공.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흔한 바퀴벌레인 ‘독일 바퀴벌레’는 인간이 사는 곳이면 어디든 서식한다. 독일 바퀴벌레가 전 세계로 확산된 것은 전쟁, 무역 등 인간 활동 때문일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첸 탕 미국 하버드대 진화생물학과 박사후연구원 연구팀은 중세 전쟁과 무역으로 바퀴벌레가 지구 거의 모든 곳에 존재하게 됐다는 연구결과를 20일(현지시간) ‘미국국립과학원회보’에 발표했다. 

2023년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지금까지 인간의 활동을 따라 서식지를 옮긴 외래종은 총 3만7000종으로 추산된다. 매년 200종의 새로운 외래종이 발견되면서 동식물종 서식지가 재편되고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독일 바퀴벌레도 인간에 의해 광범위한 서식지를 갖게 됐다. 1776년 스웨덴 생물학자인 칼 폰 린네 웁살라대 교수가 처음으로 독일 바퀴벌레는 유럽에서 유래한 곤충이 아니라는 사실을 유추했다. 

연구팀은 남극 대륙을 제외한 모든 대륙에서 흔하게 발견되는 독일 바퀴벌레의 기원을 찾기 위해 게놈 분석을 진행했다. 17개국에서 수집한 281마리의 바퀴벌레 표본에 대한 유전적 유사성을 살핀 것이다. 

그 결과 독일 바퀴벌레는 남아시아에 사는 ‘아시아 바퀴벌레’와 유전적 유사성이 높다는 점이 확인됐다. 독일 바퀴벌레가 아시아에서 벗어난 경로를 추적한 결과에서는 크게 세 가지 역사적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것이란 분석 결과가 나왔다. 

독일 바퀴벌레는 2100년 전 아시아 바퀴벌레로부터 갈라져 나왔고 1200년 전에는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추정된다. 각 시기는 이슬람 칼리파국을 지배한 우마이야 왕조와 아바스 왕조가 무역 및 전쟁으로 활동 반경을 확장하던 시기다.

연구팀은 독일 바퀴벌레가 이 시점 사람이 운반하는 물품에 실려 사막을 건넜을 것으로 추정했다. 390년 전에는 네덜란드와 영국 동인도 회사가 식민지 무역을 하던 시점으로 이때는 무역선을 통해 바퀴벌레가 유럽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보았다. 

바퀴벌레의 게놈 데이터가 인간의 역사적인 사건과 연관성을 보인다는 점은 인간의 생활방식에 적응한 독일 바퀴벌레가 인간의 이동 경로를 따라 확산됐다는 의미다. 종의 움직임이 인간의 역사와 맥락을 같이 하는 건 보통 크기가 큰 동물들에게서 일어난다. 독일 바퀴벌레는 크기가 작지만 번식 주기가 짧고 적응력이 뛰어나 인간의 거주 환경에 쉽게 적응하고 확산된 것으로 분석된다. 

바퀴벌레의 기원과 유전적 다양성을 이해하는 건 ‘살충제 내성’을 연구하는 데도 도움이 된다. 탕 연구원은 “독일 바퀴벌레는 통제하지 않으면 몇 달 안에 엄청난 숫자로 늘어날 수 있다”며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도록 진화하지는 않는지 감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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