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파 ‘중소돌’ 영파씨·키오프, 스타덤 ‘좁은 문’ 열까

서정민 기자 2024. 5. 21.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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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획사 두 걸그룹, 가창력·랩실력 찬사
자본력 탄탄한 대형사 아이돌과 경쟁 눈길
그룹 영파씨가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음악 축제 ‘헤드 인 더 클라우즈 뉴욕 2024’에서 공연하고 있다. 디에스피(DSP)미디어 제공

지난 17일 밤 서울 구로구 동양미래대 노들축제. 익숙한 베이스 음이 흐르자 대학생들 사이에서 “서태지 ‘컴백홈’”이라는 수군거림이 나왔다. 무대 위 주인공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아니라 5인조 신인 걸그룹 영파씨. 이들이 지난 3월 발표한 노래 ‘엑스엑스엘’(XXL) 라이브를 선보이자 객석에서 환호성이 터졌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대한 오마주를 음악뿐 아니라 춤으로도 표현하자 함성은 더 커졌다. 영파씨를 응원하는 손팻말을 든 이아무개(22)씨는 “희귀한 힙합 장르 걸그룹이 라이브도 너무 잘해 팬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 18일 오후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대강당. 4인조 신인 걸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키오프)가 지난해 11월 발표한 노래 ‘배드 뉴스’로 공연의 문을 열자 객석이 후끈 달아올랐다. ‘인공호흡’을 뜻하는 그룹 이름대로 새로운 숨을 불어넣은 듯했다. 이날 무대는 키오프의 첫 팬콘서트. 하루 2회 공연은 예매 시작 직후 곧바로 매진됐다. 멤버들은 각자 솔로 무대도 선보여 박수갈채를 받았다.

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가 지난 18일 서울 강북구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대강당에서 첫 팬콘서트를 마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에스투(S2)엔터테인먼트 제공

중소기획사 출신 신인 걸그룹 영파씨와 키오프의 기세가 매섭다. 지난해 데뷔한 이들은 다른 걸그룹과 차별화되는 색깔에다 탄탄한 실력까지 갖춰 대중과 평단의 주목을 동시에 받고 있다. 지난해 각종 신인상을 휩쓸며 ‘괴물 신인’이라는 별명을 얻은 키오프는 지난달 싱글 ‘마이다스 터치’로 컴백해 존재감을 다시금 증명했다. 영파씨는 지난 11일(현지시각) 미국 뉴욕에서 열린 음악 축제 ‘헤드 인 더 클라우즈 뉴욕 2024’에 출연해 첫 국외 무대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이들의 공통점은 1990년대나 2000년대 초반 흑인음악을 바탕으로 한다는 점이다. 키오프는 그 시절 유행했던 리듬앤블루스(R&B)에 대한 오마주를 담아낸다. 비욘세가 속했던 걸그룹 데스티니스 차일드나 티엘시(TLC)를 떠올리게 한다. 영파씨는 1990년대 힙합을 추구한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컴백홈’을 녹여낸 노래 ‘엑스엑스엘’은 그런 정체성을 상징한다. 영파씨가 1990년대 음악 프로그램 ‘가요톱텐’에 출연한 것처럼 패러디한 영상을 최근 유튜브에 올리기도 했다. 김성환 평론가는 “두 그룹 모두 ‘뉴트로’ 콘셉트로 젊은 세대를 사로잡는 동시에 나이 든 세대에도 친숙함으로 어필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고 말했다.

그룹 영파씨가 1990년대 음악 프로그램 ‘가요톱텐’에 출연한 것처럼 패러디한 유튜브 영상. 디에스피(DSP)미디어 제공

신인답지 않게 안정적인 가창력과 랩 실력을 갖췄다는 점에서도 두 그룹은 닮았다. 키오프는 모든 멤버의 가창력이 고르게 탄탄한 것으로 이름났다.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지난해 7월 발표한 데뷔 미니앨범 ‘키스 오브 라이프’에 네 멤버의 솔로곡을 모두 실었다. 임희윤 평론가는 “가수 심신의 딸인 벨의 가창력과 프로듀싱 잠재력, 타이 출신 나띠의 퍼포먼스가 특히 눈에 띈다”고 평가했다. 영파씨도 힙합 커뮤니티에서 인정받을 정도로 랩 기본기가 단단하다.

키오프의 소속사는 큐브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홍승성 대표가 2020년 세운 에스투(S2)엔터테인먼트다. 멤버들을 모으고 그룹 콘셉트와 음악적 방향을 잡은 이해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프로듀스 101’ ‘아이돌학교’ 등 서바이벌 오디션 프로그램에 참가한 아이돌 가수 출신이다. 영파씨를 결성하고 프로듀싱한 키겐 비츠엔터테인먼트 대표는 힙합 아이돌 그룹 팬텀 출신이다. 영파씨의 매니지먼트는 과거 핑클, 카라 등을 배출한 디에스피(DSP)미디어가 맡고 있다.

그룹 키스 오브 라이프 멤버들. 에스투(S2)엔터테인먼트 제공

다만 중소기획사 소속이기에 맞닥뜨리는 벽도 간과할 수만은 없다. 임 평론가는 “플랫폼이 모두에게 열려 있다고는 해도 스타덤으로 가는 좁은 골목길은 자본력과 네트워크를 가진 큰 회사들이 장악하고 있어 작은 회사들에겐 쉽지 않은 시장이 지금 케이팝의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럼에도 기대감이 사그라들지 않는 건 확고한 색깔과 충실한 기본기 덕이다. 김 평론가는 “자본력이나 홍보력에는 한계가 있겠지만, 기본 실력을 갖추고 있으니 자신들 콘셉트를 유지하면서 대중성을 확보한다면 충분히 롱런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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