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중고가전 ‘렌탈깡’이었다… 경찰, 26억 챙긴 사기 일당 44명 검거

강지은 기자 2024. 5. 21. 1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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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가의 가전제품을 렌탈해 26억원 상당의 사기를 벌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강지은 기자

가전제품을 임대한 후 정상 제품인 것처럼 되팔아 약 26억원의 금전적 이익을 취한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형사기동대는 허위 렌탈계약서를 통해 빌린 가전제품을 중고 거래 사이트에 판매한 이른바 ‘렌탈깡’ 조직 관계자 44명을 사기 등 혐의로 검거했다고 21일 밝혔다. 조직의 총책과 판매책 등 5명은 구속됐다.

경찰에 따르면 검거된 일당은 2017년 10월부터 2022년 9월까지 대구, 천안, 인천 등에 위치한 사무실로 고가의 렌탈 가전제품을 주문했다. 양문형 냉장고, 공기청정기, 정수기, 비데 등 제품의 종류는 다양했다. 이들은 임대한 가전제품을 해체해 다시 포장한 뒤,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정상가의 50%를 받고 되파는 방식으로 이윤을 남겼다. 일당은 이러한 수법으로 총 920회에 걸쳐 약 26억원을 거둬들였다.

경찰 조사 결과 일당은 다량의 렌탈 제품을 주문하기 위해 100여개의 유령 법인을 설립했다. 일당은 하나의 법인으로 다수의 계약을 체결한 뒤, 수익을 올리면 법인을 해산해 수사망을 피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생활정보지와 소셜미디어 등에 미끼 광고를 올려 ‘내구제 대출’ 희망자를 모집했고, 이들의 명의로 법인을 개설했다. ‘내구제’란 급전이 필요하지만 금융기관을 통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람들이 휴대전화 등의 명의를 넘기고 물건 값 일부를 받는 행위를 뜻한다.

범행에 앞서 일당은 렌탈 업체에서 설치 기사로 위장 취업해 2~3개월간 일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일당은 법인 명의 렌탈 제품은 회수와 채권 추심이 쉽지 않다는 점을 알게 됐고, 이를 이용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일당은 정상 제품을 판매하는 것처럼 구매자를 속이기 위해 유명 업체의 유니폼을 입고 위장해 제품을 배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이 판매한 제품을 산 구매자들은 AS를 받을 수 없고, 강제 회수의 위험 부담도 떠안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중고 거래 사이트에서 신제품을 시세보다 30% 이상 저렴하게 파는 제품은 내구제 대출과 관련될 가능성이 높다”며 “생활정보지와 인터넷 등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단속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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