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국, KBS 라디오 출근..."공영방송 진행자 자격 없다"

노지민 기자 2024. 5. 21.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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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지키겠다" "KBS 원래 우리 거" 주장한 고성국, 시사라디오 간판 프로그램 MC로
연일 피켓 시위 '누가 추천해서 KBS 들어왔나' '윤석열 대통령 지키려 라디오 진행하나'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2024년 5월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기자협회가 고성국씨를 K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채택한 것을 취소하라고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대통령만 좋아하는 고성국! 공영방송 진행자 자격 없다!” “편파 막말 고성국은 KBS에 자리 없다!”

지난 20일 새벽, KBS 1라디오 스튜디오가 있는 서울 영등포구 KBS 본관 4층에서 고성국씨의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을 비판하는 피케팅 시위가 이뤄졌다. 고씨 하차를 요구하고 있는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 기자협회 구성원들이 참여한 자리였다.

이날 스튜디오를 오가는 고씨를 향해 KBS 구성원들은 '누가 추천해서 KBS에 들어왔나' '공정방송 하자면서 고성국이 웬말이냐' 등을 외쳤다. 이튿날에도 피켓 시위를 진행한 이들은 고씨에게 '윤석열 대통령을 지키기 위해 라디오 진행하나' '수신료 파탄 내놓고 무슨 염치로 KBS에서 진행하나' 등의 질문을 던졌다.

KBS가 고성국씨를 아침 시간대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전격시사' 진행자로 발탁하면서 또 한 번 스스로 혼란에 휩싸였다. KBS는 박민 사장 취임과 동시에 기존 진행자를 하차시키고 자사 기자를 앉힌 지 6개월여 만에 고씨를 새 진행자로 기용했다. 시사평론가 고성국씨는 '자유우파'를 자처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을 비호해온 대표적인 친여권 유튜버로 꼽힌다.

▲2024년 5월2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와 KBS기자협회가 고성국씨를 KBS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 진행자로 채택한 것을 취소하라고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KBS본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고씨는 4·10 총선을 앞둔 3월25일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내겠습니다> 영상을 통해 “종북 주사파들은 어디에서나 윤석열 끌어내리겠다고 플랜카드 걸고 있다”며 “윤석열 대통령을 지켜내겠다는 슬로건 플랜카드가 국민의힘이 아니라 자유통일당이 쓰고 있다. 국민의힘은 도대체 뭐하는 건가”라고 호통을 쳤다.

윤 대통령의 취임 2주년이었던 지난 10일 <윤 대통령 기자회견, 더할 수 없이 잘했다> 영상에선 윤 대통령 기자회견을 비판하는 댓글 등 여론을 두고 “제 짐작, 제 추정으로는 종북 주사파들, 북한 해커들, 개딸들의 비난 댓글이 주였다고 짐작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기자회견이 진행되면서 건강한 댓글들이 올라오기 시작했고, 그래서 초기에 맹목적 증오감정을 가지고 들어보지도 않고 비난 논평이나 올리고 있던 댓글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앞서 2018년엔 5·18 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관련 역사를 왜곡해온 지만원씨를 초청해 “남한에 침투한 600여명의 북한군 특수부대가 일으킨 폭동”이라는 주장을 여과 없이 내보냈다는 지적을 받은 바 있다.

▲유튜브 '고성국TV' 영상 갈무리

KBS를 특정 세력의 전리품처럼 여기는 인식도 논란이다. 고씨는 17일 본인 유튜브 채널 라이브 방송 도중 자신이 '전격시사' MC가 됐다고 밝히면서 “원래 우리 집인데 이상한 사람에게 내줬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드디어 자유우파들도 KBS에 진출하게 됐다”는 동반 출연자 발언을 이어 받으면서 한 말이다.

특히 고씨는 자신이 라디오 진행을 맡은 것이 “KBS가 바로 서겠다고 노력”하는 일환이라 주장하면서, 정부의 수신료 분리징수 결정을 옹호했던 입장을 뒤집기도 했다. 그는 “KBS가 정말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우리가 밖에서는 잘 모르는 많은 일들을 하고 있다고 확인이 되면 그 시점에 여러분에게 호소할 것”이라면서 “이제는 시청료 거부가 아니라 시청료 인상 운동을 해주셔야 한다고 요청 드릴 시간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고씨는 또한 지난해 김의철 전 사장 퇴진을 요구하면서 KBS 사옥을 둘러싼 '포위 화환'을 보냈던 이들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당시 고씨는 본인 유튜브를 통해 “꽃의 힘이 엄청 세다. 윤석열 총장, 꽃의 힘으로 대통령까지 됐다”고 부연했다.

▲사진=KBS 같이(가치)노조

이런 고씨 발탁은 박민 사장이 취임하면서 했던 주장과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사장은 지난해 11월 취임사에서 “공영방송을 개인이나 집단의 이념이나 소신을 실현하는 곳으로 생각하는 분은 앞으로 설 자리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튿날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자처한 자리에선 “(KBS가) TV와 라디오에서 일부 진행자가 일방적으로 한쪽 진영의 편을 들거나 패널 선정이 편향된 일이 적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고씨는 KBS 라디오 진행을 시작한 뒤로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여권 대변을 하고 있다. 20일 첫 방송 직후 라이브에서는 김건희 여사의 명품가방 수수 의혹을 두고 “김건희 여사한테 집요하게 가스라이팅해서 마침내 범죄, 불법 몰카 촬영해서 선거에 악용하려던 자들이 있는데 수사가 시작됐다”고 했다.

▲2023년 11월14일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 나선 박민 KBS 사장. 사진=KBS

KBS 기자협회는 16일 “(고씨는) 스스로 자유 우파의 프로파간다로 자부하고 있는 사람”이라며 고씨를 하차시키고 그를 추천한 내부 인사를 공개하라고 했다. 이들은 “고성국씨는 2013년에도 시사 라디오 진행자로 거론됐지만, 친박 성향이 문제가 되면서 양대 노조 모두의 반대로 결국 무산된 적이 있다”라며 “10여년 전보다 더 특정 정파의 스피커로 자리 잡은, 더 특정 진영에 편향된 사람을 지금의 KBS가 받아줘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고 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7일 “고씨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자신이 KBS에 입성하고 자유우파가 KBS를 탈환했으니 수신료 거부는 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라며 “수신료 분리징수나 납부 거부를 해온 이유가 그들이 말하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닌, 자유우파의 KBS 장악에 목적이 있었음을 고백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KBS 같이노조도 같은 날 “극우 유튜버의 진행자 발탁에 대해 제정신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며 “고 씨는 수신료 분리징수 당위성을 주장하며 사실상 법으로 정해진 수신료를 낼 필요가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공개적으로 해왔다. 고 씨가 뭐라고 하든 관심은 없지만, KBS의 진행자로 앉히는 건 자기부정”이라면서 고씨 진행자 채택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박진현 KBS 시사제작국장은 고씨 발탁 논란에 대한 입장을 회사 홍보자료로 갈음했다. 16일 해당 자료에서 KBS는 “여러 시사 프로그램 등에 패널로 출연하며 정치 현안에 대해 날카롭고 깊이 있는 분석을 해 온 고성국 시사평론가는 현재 구독자 100만 명이 넘는 시사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등 인지도와 화제성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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