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캐치볼도 못하더니… 고교 메이저대회 첫승 기적”

정세영 기자 2024. 5. 2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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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입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놓였던 폐광촌의 한 고등학교 야구부가 창단 9개월여 만에 전국 고교야구대회에서 감격스러운 첫 승리를 따냈다.

지난해 창단한 상동고 야구부가 4대 메이저 대회(황금사자기·청룡기·대통령배·봉황기)에서 승리를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

1953년에 설립된 상동고는 영월군 상동읍 내 유일한 고등학교.

상동읍을 포함한 영월군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 백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열정이 상동고가 연출한 기적의 밑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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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광촌의 희망’일군 백재호 영월 상동고 야구부 감독
“작년 야구부 창단‘폐교 탈출’
전교생 25명이 모두 야구부
기본기 훈련만 매일 2시간씩
주민들 열렬한 성원이 큰 힘”
백재호(왼쪽) 감독이 강원 영월군 상동읍 천평리에 있는 상동고 야구부 실내연습장에서 타격 지도를 하고 있다. 상동고 제공

신입생이 없어 폐교 위기에 놓였던 폐광촌의 한 고등학교 야구부가 창단 9개월여 만에 전국 고교야구대회에서 감격스러운 첫 승리를 따냈다.

강원 영월군의 상동고 얘기다. 상동고는 지난 17일 서울 신월야구장에서 열린 제78회 황금사자기 전국고교야구대회 1회전에서 EPBC(전 은평BC)를 7-3으로 꺾었다. 지난해 창단한 상동고 야구부가 4대 메이저 대회(황금사자기·청룡기·대통령배·봉황기)에서 승리를 따낸 것은 이번이 처음. 1953년에 설립된 상동고는 영월군 상동읍 내 유일한 고등학교. 국내 최대 텅스텐 광산이 있었던 상동읍은 1990년대 광산 운영이 중단되면서 주민들이 대거 타지로 떠났다. 2022년 집계된 주민 수는 불과 1007명. 상동고는 2022년까지 총 3437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지만, 지난해 전교생은 3학년 3명이 전부였다.

상동고 야구부는 학생 수 감소에 따른 폐교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창단됐다. 상동고는 한국 유일의 ‘공립 야구고’. 학생 전원이 야구부다. 지난해 전국 각지에서 1학년생 14명이 전학을 왔고, 올해 15명이 입학했다. 올해 3학년 없이 치른 이번 대회에서는 2학년 13명, 1학년 12명으로 선수단을 꾸렸다. 상동고는 20일엔 목동구장에서 ‘야구 명문’ 경기고와 막판까지 접전을 치렀으나 7-8로 아쉽게 패했다.

백재호(50) 상동고 감독은 경기고와 경기를 마친 뒤 문화일보와 통화에서 “제 야구인생에서 가장 재미있는 경기였다”면서 “주전 4명이 빠지면서 1학년 위주로 나갔다. 야구 명문고와 대등하게 싸워준 우리 선수들이 정말 장하다. 정말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백 감독은 “처음에 캐치볼조차 안 됐던 선수들이라, 공을 주우러 다니기 바빴다. 기본기 훈련, 수비 훈련만 하루에 2시간씩 했다”면서 “어려운 환경에, 이동 여건도 좋지 않음에도 우리 선수들이 묵묵히 잘 따라주고 있다”고 기뻐했다.

백 감독은 프로야구 한화에서 11년간 뛰었고, 국가대표까지 지낸 야구 스타 출신. 지난해 6월 지휘봉을 잡은 백 감독은 선수단에 전력질주, 정면승부, 백업 플레이를 늘 강조한다. 백 감독은 “전력 질주와 백업 플레이는 기본 중의 기본”이라면서 “아무리 뛰어난 선수도 전력 질주를 안 하면 그냥 빼버린다. 또 투수들은 맞더라도 무조건 정면 승부를 지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상동읍을 포함한 영월군 주민들의 적극적인 지원, 백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의 열정이 상동고가 연출한 기적의 밑거름이다. 백 감독은 “선수뿐 아니라, 영월군의 지원과 주민들이 엄청난 성원을 보내주셨다. 배추를 판 돈, 폐지를 판 돈까지 건네주시더라. 이런 응원이 전국대회 첫 승의 원동력”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세영 기자 niners@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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