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넘겨도 해결 난망'…젊은 의대 교수들 '이탈' 조짐

강승지 기자 2024. 5. 21.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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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들 "한계 직면, 내년까지 사태해결 어려워…정부 탓"
10일 오전 대구 달서구 계명대 동산병원에서 한 의료진이 응급실로 향하고 있다. 2024.5.10/뉴스1 ⓒ News1 공정식 기자

(서울=뉴스1) 강승지 기자 = 전공의 이탈로 3개월 넘게 의료현장을 지키던 교수들이 "한계에 도달했다"며 추가 진료 재조정 또는 사직 의사를 밝히고 있다. 지난 19~20일이 전공의 복귀를 기대할 '희망 기한'이었지만, 대다수가 돌아오지 않았고 사법부 판단도 의료계에 불리하게 나온 데 대해 크게 실망한 분위기다.

21일 의료계에 따르면 울산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와 서울대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대위가 각각 전날(20일) 교수 총회를 진행했다. 울산의대 비대위에는 서울아산병원 등의 교수진이, 서울대의대·병원 비대위에는 서울대병원·분당서울대병원 등 교수진이 포함돼 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3월 25일 3개 수련병원(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 교수 433명의 사직서를 울산대 측에 제출한 바 있다. 그러나 4월 25일 정부가 "대학본부에 접수돼 사직서가 수리될 예정인 사례는 없다"고 밝혀 '진실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울산의대 교수협 비대위는 "(지난 3월) 접수된 사직서는 현재 처리 중"이라며 "각자 원하는 사직 희망 일자에 따라 진료 조정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들은 "내년까지도 사태 해결이 어려울 전망"이라고 주장했다.

최창민 비대위원장(서울아산병원 교수)은 "일부 교수의 사직서는 수리돼 병원을 나간 경우도 있고, 수리되지 않아 '육아휴직'을 택한 교수도 있다"면서 "앞으로 1년간 전공의들은 안 돌아오고 교수들은 나갈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울아산병원·울산대병원·강릉아산병원을 수련병원으로 둔 울산의대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의사들이 3일 오전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 정문에서 의대 증원 정책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하고 있다. 2024.5.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비대위는 사태 장기화에 따라 교수들의 근무 환경은 더 열악해질 걸로 보고 △교수의 당직 후 휴진 보장 △외래진료 환자 수 조정 △중증환자 치료에 집중하기 위한 경증 환자의 타 기관 전원을 지속해서 추진해 전체적인 업무량을 조정하기로 했다.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 소속 교수 555명이 참여한 설문조사 결과, 번아웃(소진) 상황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취지하에 진료 일정 조정(64.5%), 야간 당직 횟수 조정(36.1%) 등의 추가 조치가 제안됐다.

한 서울대 의대 교수는 뉴스1에 "병원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힘들다는 걸 잘 알지만 방법이 없으니, 문제다. 진료 재조정도 병원 입장에서는 손해 폭이 커질 테니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이제 30대 후반, 40대 초반 교수들이 사표 내고 개원가로 나간다는 이야기가 들린다"고 말했다.

그는 "교수 비대위는 구성원들의 상황을 알리려 설문조사를 진행했지만, 이 조사를 통해 어떤 대안을 낼지는 모르겠다"면서 "전공의들을 갈아 넣어 운영되던 병원이 전국에 수십 개 정도다. 지금 힘든 건 이런 병원과 그 병원 교수들뿐"이라고 부연했다.

서울성모병원 등 전국 8개 가톨릭대학교 성모병원 교수들로 구성된 가톨릭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오는 31일 외래진료를 휴진한다. 그 대신 정부의 의대증원을 규탄하고 올바른 의료정책을 논의한다는 의미로 '의정갈등을 넘어 미래의료 환경으로'라는 제목의 심포지엄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오는 22일 대한의학회,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와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한다. 정부가 이달 말까지 내년도 대학별 신입생 정원을 확정한다는 방침이라 강경한 수단을 거론할 가능성도 있다.

성혜영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이날 오전 KBS라디오 '전격시사'에 출연해 "40세, 50세 교수진이 밤새워서 당직콜을 받기에는 체력적인 한계가 너무나 극명하다"면서 "교수진의 사직과 휴진 사태가 더 이어질 수밖에 없다. 우리 의료의 현격한 질적 저하를 유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전공의 이탈이 3개월을 넘긴 데 대해 정부는 행정처분을 유보한 채 우선 복귀를 촉구하고 있지만 과거 의료계 파업 때처럼 당장 구제책을 제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날 KBS라디오 '전격시사' 전화 인터뷰를 통해 "처분은 불가피해 보인다"고 했다.

박 차관은 "다만 언제 처분을 할 것이냐, 처분의 수위는 어떻게 할 것이냐는 정부 내에서 지금 여러 가지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 "복귀한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의 분명한 차이를 둬야 하는 부분까지 종합적으로 검토해 향후 추가적인 대책을 마련하고자 한다"고 했다.

ksj@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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