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정책 혼선의 배경도 불통 리더십[포럼]

2024. 5. 21.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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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일부 서민 품목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 사흘 만인 19일 전격 취소했다.

해외 직구 금지는 그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다른 정책처럼 어설픈 정책의 전형이다.

셋째,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의 혼선은 향후 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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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정부가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 국가인증통합마크(KC) 일부 서민 품목의 ‘해외 직구(직접 구매)’를 금지하는 정책을 발표 사흘 만인 19일 전격 취소했다. 국무총리실에서 범정부 태스크포스(TF)를 2개월 넘게 꾸려 추진하다가 여당의 비판과 부정적인 여론에다 대통령실에서 취소 지시한 데 따른 조치다.

정부는 ‘유모차 등 위해한 제품의 무분별한 해외 직접 구매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다. 하지만 여당으로부터 ‘소비자의 선택권을 지나치게 제한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에 국내 산업 보호라는 생존의 문제에 직면해 소비자의 선택권 제한이라는 ‘불편’ 문제는 감수돼야 한다고 반박했다. 해외 직구 금지는 그 정당성에도 불구하고 현 정부의 다른 정책처럼 어설픈 정책의 전형이다.

첫째, 시세에 맞지 않는다. 불황의 끝자락에서 허리띠를 졸라매고 어렵게 살아가는 서민들과의 공감대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현재 국민은 조금이라도 싸게 사서 빠듯한 가계수지를 맞추려고 이 가게 저 가게를 비교하면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의 근저에는 ‘조금 비싸더라도 안전성이 입증된 제품을 사고 그래서 국내 산업을 보호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깔려 있다. 이러한 책상머리 주장은 국민을 허탈하게 하고 서민들의 가슴에 못을 박는 일과 다름없다. 서민의 생존 문제를 외면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제품 안전성이나 국내 기업 보호에 대한 정부의 책임을 설명하기에 앞서 불황에 고생하는 국민과의 공감대를 우선시해야 한다. 물론, 법을 잘 아는 대통령실에서 위해성이 확인되기 전에는 해외 직구 금지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신속하게 물러서게 한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둘째,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이 가져올 후폭풍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듯하다. 정부가 명시적으로 밝히지는 않았지만, 테무 등 중국 직구 사이트의 확산으로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국내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를 담은 듯하다. 중국의 과잉 생산품 ‘밀어내기’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위협적이다. 장기적이고 세심한 정책 대안이 없이는 80개 서민 품목의 직구 금지 정책은 효과도 크지 않을 뿐 아니라 중국의 보복 등으로 실익(實益)이 없을 수 있다. 금지 등 소극적인 규제 조치나 퇴행적인 갈라파고스화가 능사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개방 국가이며, 세계 시장에 과감하게 뛰어들어 성공 신화를 쓴 대표적인 나라이기 때문이다. 어느 때보다 진취적인 정책 비전과 혁신적인 정책이 필요한 때이다.

셋째, 해외 직구 금지 정책의 혼선은 향후 정부의 정책 추진력을 현저히 떨어뜨릴 것이다. 당장 해외 직구 상품의 안전성 대응은 더욱 어렵게 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정책 혼선은 연구·개발(R&D) 예산 삭감, 연장근로, 의대 정원 증원 등 일련의 정부 정책 혼선의 연장선으로 해석돼야 한다. 반복되는 정책 혼선은 정책뿐만 아니라 정부에 대한 신뢰도를 떨어뜨려 자칫 정치적 위기로 치달을 수 있다. 이러한 정책 혼선이 5년 단임 대통령의 한계로 치부하기엔 너무 잦다. 파국을 맞기 전에 하루라도 빨리 초심으로 돌아가야 한다. 더욱 겸손하면서도 열린 대통령의 리더십과 소통 그리고 폭넓은 인재 활용이 필요해 보인다.

서이종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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