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악’ 21대 국회의 마지막 책무[포럼]

2024. 5. 21.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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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으로 불리는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불과 8일 남았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개원 이래 지금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총 2만5003건의 법률안 중 8967건만 처리됐고, 1만6036건이 계류돼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예정이다.

이대로 21대 국회가 끝나면 지금까지 논의는 허사가 된다.

각 정당의 이념과 가치, 처한 상황에 따라 제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의 리스트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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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사상 최악’으로 불리는 제21대 국회의 임기가 불과 8일 남았다. 국회 의안정보 시스템에 따르면 개원 이래 지금까지 국회에서 발의된 총 2만5003건의 법률안 중 8967건만 처리됐고, 1만6036건이 계류돼 임기 만료와 함께 폐기될 예정이다. 유사 법안도 많고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법안도 많아 폐기될 법안의 건수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회기가 종료되기 전에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우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관리 특별법’은 1978년 처음 가동한 이후 원전 내 저장 수조에 쌓여 있는 1만8900t가량의 ‘사용 후 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법이다. 현재 국내 발전량의 30%를 차지하는 원전은 외부 저장시설이 없으면 2030년 이후 순차로 가동이 불가능해진다. 건식 저장시설의 설계, 인허가 및 건설에 최소 7년이 걸리므로 사실상 이미 늦었다. 이번 회기에는 여야 간 입장 차이가 상당히 좁혀졌는데도 해묵은 탈원전 논쟁의 재현으로 통과되지 않고 있다. 원전 가동 중단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한 우리나라에 안정적 전기 에너지 공급을 위협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급격히 증가하는 전력 수요를 감당할 수 없게 되고 비싼 대체 전원의 가동으로 전력 요금의 급등을 막을 수 없다. 국민과 국가 전체의 명운이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법은 회기 내에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

그리고 올해 일몰을 맞을 예정인 ‘K-칩스법’은 반도체, 2차전지, 전기차 등 국가 전략기술 분야에 시설투자 시 15∼25%의 세금을 환급해 주는 법안이다. 미국·유럽연합(EU)·일본 등 경쟁국은 막대한 지원을 앞세워 이미 반도체를 비롯한 각종 산업을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 법을 연장하지 않는다면 지원은 고사하고 기업의 발목을 잡고 무거운 쇳덩어리를 부담으로 지우면서 미래 산업의 발전을 기대하는 것과 같다. ‘인공지능 기본법’은 아예 법이 없어 AI 분야의 육성과 지원, 윤리 가이드라인 등 정책 수립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법이다. 한시가 급한 이들 법률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면 우리나라의 첨단 산업 경쟁력은 이미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국민연금 개혁의 경우 2022년 이후 특위와 자문위를 통해, 쟁점이 많은 구조개혁은 차차 논의하더라도 모수개혁(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만이라도 하자는 입장에서 활발히 논의돼 왔다. 보험료율을 현행 9%에서 13%로 인상하는 데는 여야가 합의했으나, 소득대체율은 43% 대 45%의 이견으로 합의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21대 국회가 끝나면 지금까지 논의는 허사가 된다. 불과 2%p 차이로 모수개혁도 하지 못하는 불상사는 막아야 미래세대에 부끄럽지 않은 국회가 되지 않겠는가.

그 밖에도 중요한 법안은 산더미처럼 많다. 각 정당의 이념과 가치, 처한 상황에 따라 제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해야 할 법안의 리스트가 다른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적어도 국가의 미래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위 법안들만이라도 통과시켜야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만은 면할 것이 아니겠는가. 아직 8일 남았다. 이순신 장군의 ‘상유 12척(尙有十二隻)’의 정신을 본받아 지금이라도 밀린 숙제를 마쳐 세비를 준 국민에게 작은 보답이라도 하기 바란다.

홍성걸 국민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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