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담금·이주비 등 증가에 고령 조합원 둥지내몰림 심각"

정영희 기자 2024. 5. 21. 1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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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산연 "원활한 재건축 자금 조달·분쟁 줄일 수 있는 새 주택연금 마련 필요"
최근 건설업계 업황이 악화되며 정비사업에서의 급등한 분담금과 이주비 마련 부담은 소득이 적은 고령자층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아파트가 건설 중인 한 정비사업 현장. /사진=뉴스1
최근 공사비 급등과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인해 전국 곳곳의 정비사업장에서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금리가 올라 고령 조합원이 재건축·재개발이 완료된 집에서 살지 못하고 이를 처분하는 일도 빈번해졌다.

이 같이 고령자 주거안정이 위협받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정비사업형 주택연금' 상품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21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건산연)은 '내 집에서 계속 거주할 수 있는 정비사업형 주택연금 도입(안)'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현 정부 출범 뒤 정비사업에서 제도적·정책적 걸림돌은 상당히 줄어들었으나 공사비가 크게 오르며 사업성 저하가 크게 대두됐다는 분석이다. 대부분의 현장에서 사업 추진에 많은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사업성 저하는 조합원 분담금 상승으로, 이는 다시 사업진행 차질과 조합원 주거안정성 저하로 이어지는 구조다. 분담금 급등으로 인한 부담은 미래 기대소득이 적은 고령자층에게 더 크게 전가된 상황이다.

현금자산이 부족한 조합원들은 통상 입주 시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분담금 대출과 이주비 대출의 원리금을 상환한다. 이 경우 고금리 환경 속에서 소득이 적은 고령 조합원은 원리금 상환 부담을 지게 된다.

최근 바뀐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기준 적용으로 소득이 적은 고령 조합원은 분담금 대출 등의 상환을 위한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데도 상당한 제약이 생길 수 있다.

당초 추정보다 분담금이 크게 증가한 상황에서 고령 조합원 다수가 자금마련 부담으로 완공된 주택에 거주하지 못하고 임대 또는 처분해야 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비사업 적용에 한계 보이는 주택연금… 개선 절실


현재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운영 중인 주택연금 상품에서도 관리처분계획인가 전 단계와 이전고시·소유권보전등기가 완료된 이후(준공 후 통상 1년 내외 소요) 주택연금 가입이 가능하다. 이 상품은 아래와 같은 한계와 가입자 측면에서의 불이익을 지닌다.

관리처분계획인가 전 단계에 가입하는 경우 개발이익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이주비와 분담금 대출·조달에 제약이 생긴다. 현행 주택연금은 정비사업 결과 새롭게 분양받은 주택의 가치를 재평가하지 않고 기존 담보가치에 분담금을 단순 합산해 담보가치를 재산정한 뒤 월 지급금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이 같이 비용과 위험을 감수하고 추진하는 정비사업을 통해 실현되는 개발이익은 충분히 인정받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HF가 담보 주택에 선순위 근저당을 설정하고 있기에 주택연금에 가입한 조합원은 이주비 대출을 받는 데 제약이 있다. 이주비 조달을 위해 한국주택금융공사가 특례 전세보증을 제공하고는 있으나 한도가 3억원으로 제한된다.

분담금 조달에도 한계를 보인다. 현재 정비사업에서 조합원은 분담금의 70% 한도로 대출되는 조합원부담금 대출상품을 통해 분담금 중도금까지 조달이 가능하다. 잔금은 입주 시 주택담보대출을 일으켜 납부하는 구조다.

이주비 대출과 유사한 제약으로 주택연금 가입자는 해당 대출상품 이용이 어렵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공사가 정한 용도에 적합할 경우 인출한도 내에서 일시금을 인출할 수 있는 제도가 있긴 하지만 원칙적으로 분담금 목적으로 인출은 제한되므로 생활자금 목적 등 '우회적' 방식으로 인출해 납부해야 한다.

이때 납부해야 하는 분담금 대비 인출 한도가 충분하지 않으면 분담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조합원들이 실현된 개발이익을 인정받고 사업 과정에서 이주비와 분담금 대출을 원활하게 받기 위해서는 새롭게 지어지는 주택이 완성된 후 주택연금에 가입해야 한다.

이 경우에도 현행 주택연금에선 분담금 대출 등의 상환 시점과 주택연금 가입가능 시점 간의 괴리가 있다는 단점이 있다.
정비사업 특수성을 반영한 새로운 주택연금 상품이 도입되면 원활한 사업추진과 고령 조합원 주거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사진=뉴스1
통상 분담금 대출 등은 입주 시에 상환해야 하지만 주택연금은 이전고시 및 등기완료 후에 가입이 가능해 1년가량의 시차가 발생한다. 입주 시 주택연금의 개별 인출금을 활용해 분담금 등을 상환할 수 없는 구조다.

소송 등으로 인해 이전고시가 오랜 기간 지연되는 사례가 발생되면 조합원은 해당 기간 동안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분담금 대출 등을 우선 상환해야 한다.

원리금 상환 부담과 DSR 적용으로 충분한 금액을 대출받기 어려울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지 3년 이내에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기존 주택담보대출을 상환한다면 차주는 (대개) 중도상환수수료를 부담해야 한다는 맹점도 있다.

현행 주택연금은 공시가격 기준 12억원까지만 가입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10년 이상이 소요되는 정비사업에선 사업 도중 준공 후 주택가격을 예측하기 어렵다.

주택연금을 활용, 분담금 등을 납부하려고 계획했던 조합원은 주택연금 가입 가능 시점(이전고시등기완료 후)에 주택가격이 상승해 가입이 힘들어질 수 있는 위험도 공존한다.

건산연은 정비사업의 적용에 있어 현 주택연금의 미흡한 점을 개선하기 위해 ▲주택완공 후 실현되는 개발이익을 담보주택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구조 도입 ▲이주비·분담금 조달 관련 문제 개선 ▲개별인출금 사용 용도에 분담금 등 포함 ▲분담금 대출 등 상환 시점과 주택연금 가입 및 개별인출 가능 시점 간의 불일치 해소 ▲사업 과정에서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택연금 가입 자격 불확실성 제거 등의 도입 필요성을 제시했다.


정비사업만을 위한 새 주택연금 나와야


사업성 저하로 인한 정비사업 차질과 특히 고령 조합원의 주거안정 저하 문제를 함께 개선할 수 있는 수단으로 두 가지 모델의 새로운 '정비사업형 주택연금' 상품 도입도 제안했다.

이태희 건산연 부연구위원은 "공사비와 금리, 주택시장 상황이 과거와 같은 환경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는 데다 최근 재정비사업이 역점적으로 추진되고 있는 1시 신도시를 포함해 정비사업지 내 고령 조합원 비율이 높다"며 "이러한 점을 고려해 볼 때 원활한 정비사업비 조달과 고령자 주거안정 제고 방안의 모색이 시급하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첫 번째는 '주택완공 후 신규가입형'이다. 분담금 용도로 개별인출이 불가능하고 분담금 대출 등 상환 시점과 주택연금 가입·개별인출 가능 시점 간의 불일치, 사업 과정에서의 가격 상승으로 인한 주택연금 가입 자격이 불확실한 한계를 개선할 수 있다.

두 번째는 '기존가입형'이다. 담보주택 가치에 주택완공 후 실현되는 개발이익을 미반영하고 이주비와 분담금 조달 어려움, 분담금 용도로 개별인출이 불가능한 단점을 개선한 상품이다.

이 부연구위원은 "현행 주택연금에서는 원칙적으로 가입 후 동일주택에 대한 담보가치 재평가를 허용하지 않고 있지만 정비사업의 특수성과 공익적 효과를 고려한다면 예외를 인정할 필요가 있다"며 "정비사업은 주거환경 개선과 자산가치 상승을 목적으로 비용을 들이고 위험을 감수하며 새로운 주택단지와 기반시설 조성 노력을 통해 가치가 향상된다는 특수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비사업에 적합한 주택연금이 도입된다면 고령 조합원들이 분담금을 원활하게 조달할 수 있어 동의율을 높일 수 있고 분쟁을 줄여 신속·원활한 정비사업 추진 및 주택공급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비사업의 가장 큰 단점으로 꼽힌 '고령 조합원 둥지내몰림'을 방지해 고령자 주거 안정을 추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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