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잘못 지적했더니 팬카페서 강퇴 당했다”…냉소와 혐오 키우는 극성팬덤 [필동정담]

이은아 기자(lea@mk.co.kr) 2024. 5. 21.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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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님, 집에 오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나의 가수님, 자책하지 마세요.' '결과에 상관없이 우린 식구입니다.'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열흘 만에 음주운전을 시인한 가수 김호중 씨의 팬카페에 올라온 글들이다.

2020년 김 씨의 불법도박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팬들은 '김호중 응원해'라는 문구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며 지지했는데, 그때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했더라면 이번 음주운전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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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오후 가수 김호중(33)의 전국 투어 콘서트 ‘트바로티 클래식 아레나 투어 2024’가 열리는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스포츠파크 실내체육관 인근에 팬들이 줄지어 서 있다. <연합뉴스>
‘별님, 집에 오실 때까지 기다릴게요.’ ‘나의 가수님, 자책하지 마세요.’ ‘결과에 상관없이 우린 식구입니다.’ 음주 뺑소니 사고 이후 열흘 만에 음주운전을 시인한 가수 김호중 씨의 팬카페에 올라온 글들이다. 그가 무슨 일을 저질렀든 상관하지 않겠다는 맹목적 지지다.

김 씨는 음주운전을 하다 교통사고를 내고도 별다른 조치 없이 현장을 떠났다.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했고, 차량 블랙박스 메모리카드를 없앴다.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콘서트를 강행해 수십억원의 공연 수익금을 챙겼다. 경찰 수사로 음주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구속수사 가능성까지 거론되자 뒤늦게 음주운전을 시인했다.

그런데도 팬들은 ‘살다 보면 그럴 수 있다’며 가수를 위로한다. 음원 순위를 올리기 위해 스트리밍을 하고 가요대상 인기투표 참여를 인증하며 결집을 유도한다.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일이 벌어지는 것은 팬들의 연령층이 높아, 부모의 심정으로 가수를 응원하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가수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는 회원은 ‘강퇴’되고 강성 팬들만 팬카페에 남았기 때문이다. 극성 팬덤이 범죄 불감증을 키운 것이다.

2020년 김 씨의 불법도박 의혹이 불거졌을 때도 팬들은 ‘김호중 응원해’라는 문구를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리며 지지했는데, 그때 잘못을 따끔하게 지적했더라면 이번 음주운전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강성 팬덤에 좌지우지되는 것은 정치도 마찬가지다. 정치인 팬덤도 잘잘못을 따지지 않는다. 지지하는 정치인을 비판하는 사람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문자폭탄을 보내기도 한다. 강성 팬덤에 휘둘리다 보면 합리적 의견 조정이 어려워지고 민주적 절차마저 흔들릴 수 있다. 국회의장 경선 이후 더불어민주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수박 색출’ 소동도 팬덤정치의 부작용이다.

극성 팬덤에만 의존하는 연예인은 대중의 폭넓은 응원을 받기 힘들다. 김 씨 사례처럼 냉소와 혐오만 커진다. 강성 팬덤에 의존하는 정치 역시 민심에서 멀어질 뿐이다.

이은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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