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칭더 취임 다음날, 대만 국회선 또 육탄전... ‘허리보호대’도 등장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4. 5. 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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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총통 취임 다음날인 21일 대만 타이베이 입법원(국회)에서 또다시 육탄전이 벌어졌다. 사진은 지난 17일 입법원에서 입법원 개혁법안 투표를 앞두고 여야 의원들이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는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라이칭더가 대만 총통에 취임한 다음날인 21일, 이른 아침부터 대만 국회(입법원)에서 여야 의원 간에 난투극이 벌어졌다. 나흘 전 ‘국회 육탄전’에서 꼬리뼈가 부러진 여당 민진당 소속 의원은 이날 허리 보호대까지 차고 참전했다. 라이 총통이 대만 국회의 ‘여소야대’ 국면에서 향후 얼마나 큰 정치 압박에 직면할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한국 정치에서 거의 사라진 육탄전 국회가 대만에서 본격적으로 부활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충돌은 국회·의원 권한을 확대하는 이른바 ‘5대 국회 개혁’ 법안 통과를 추진하는 제1·2야당 국민당·민중당과 이를 저지하는 여당 민진당 사이에 일어났다. 대만연합보 등에 따르면 이날 아침 7시 의사당 문이 열리자마자 여야 의원들은 연단 차지 경쟁에 돌입했다. 국민당 의원들은 민진당 의원들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의사당 입구를 막으며 연단 점거에 성공했다. 입법위원장(국회의원장 격)석도 국민당이 확보했다. 단 9분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국민당 의원들은 이날 새벽 5시30분 의사당 앞에 집결해 럭비 선수들처럼 ‘연단 점거 전략’을 세웠다고 한다.

오전 7시 9분, 국민당 의원들이 연단 앞에 두 줄로 서서 ‘철통 방어’ 태세를 갖추자 민진당 의원들은 패잔병이 되어 국회의사당을 떠났다. 이들은 이날 오전 8시 40분 흰색 바탕에 검은색 글씨로 ‘민주는 죽었다’고 적은 플래카드를 들고 국회 앞에서 시위에 나섰다.

이날 야당이 장악한 의사당 안에서는 법안 통과를 위한 사전 심의 절차가 진행됐다. 그러나 이 과정은 개정하고자 하는 대만 ‘입법원(국회) 직권 행사법’ 조례의 60여 건을 하나씩 낭독하고 토론해야 하기에 최소 50여 시간이 필요하다. 결국 오늘 같은 여야 난투극이 앞으로 대만 국회에서 반복해서 일어날 수밖에 없단 얘기다. 민진당은 야당 연합이 국회 개혁이란 명목으로 권력 남용 소지가 있는 법안을 도입하며 헌법을 훼손하고 있다면서 결사 반대하고 있다.

앞서 지난 17일에도 같은 법안을 두고 대만 국회에서 육탄전이 벌어졌다. 당시 의사당에서 국민당·민중당이 공조해 법안 통과 절차를 밟으려고 하자 민진당 의원들이 이를 막기 위해 연단으로 올라가 점거를 시도했다. 양측은 주먹질과 발길질을 하며 싸웠고, 6명의 의원이 부상을 당해 병원으로 실려갔다. 민진당 궈궈원 의원은 꼬리뼈까지 부러졌다. 결국 국민당 소속 한궈위 입법원장(국회의장)은 산회를 선포하고 21일 국회에서 표결 절차를 재논의한다고 발표했다.

대만해협의 긴장 고조 속에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줘야 하는 라이칭더에게 ‘여소야대’ 국회는 최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지난 1월 대만 총통 선거와 같은 날 치러진 국회의원(입법위원) 선거에서 여당 민진당의 의석은 4년 전보다 10석이 줄어 국민당에 원내 제1당 지위를 내줬다. 대만에서 집권당 의석이 입법원 과반(57석)에 미달한 것은 16년 만에 처음이다. 라이칭더는 1996년 이후 당선된 총통 중에 천수이볜을 제외하면 처음으로 득표율 50%를 넘기지 못한 ‘약세 총통’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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