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공방에 외교부까지 가세…“한국이 먼저”

문재인 전 대통령 회고록 반박

2018년 11월5일 인도를 방문한 당시 문재인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가 뉴델리 총리 관저에서 모디 총리와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전 대통령이 회고록에서 언급한 김정숙 여사의 2018년 인도 방문에 대해 정치권에서 공방이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외교부가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은 한국 정부가 먼저 의사를 밝혀서 이뤄진 것이란 설명을 내놨다.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 내용을 현 정부가 반박하는 모양새다.

외교부는 20일 김 여사의 인도 방문 경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자료를 냈다. 당시 인도 정부는 허왕후 기념공원 착공식과 디왈리 축제에 강경화 외교장관을 초청했는데, 강 장관이 다른 외교 일정으로 참석이 어렵다고 인도 정부에 통보했다. 이후 인도 정부가 도종환 문체부 장관을 초청했고 이 과정에서 한국 정부가 김정숙 여사가 도 장관과 함께 인도를 방문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인도 쪽에 전하자, 인도 정부가 총리 명의의 김 여사 초청장을 보내왔다는 것이 외교부의 설명이다.

이는 김 여사 인도 방문이 인도 측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라는 문 전 대통령 회고록 내용과 배치되는 내용이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 17일 공개된 최종건 전 외교부 1차관과의 대담 형식 회고록 ‘변방에서 중심으로’를 통해 “당시 모디 총리가 허황후 기념공원 조성 계획을 설명하면서 개장 때 꼭 다시 와 달라고 초청했다. 나로서는 인도를 또 가기가 어려워 고사했더니 인도 측에서 ‘그렇다면 아내를 대신 보내달라'고 초청해 아내가 대신 개장 행사에 참석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문 전 대통령은 또 “이 얘기를 소상하게 하는 이유는 지금까지도 아내가 나랏돈으로 관광 여행을 한 것처럼 악의적으로 왜곡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라고 설명했다. 방문 비용 논란에 대해 외교부는 김정숙 여사 인도 방문 행사를 주관한 문체부가 관련 예산을 편성 지출했고, 외교부는 외교부 출장자에 대해서만 여비를 지급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2022년 국정감사 때부터 김정숙 여사의 인도 방문과 경비 문제 등을 계속 문제 삼고 있다. 또 문 전 대통령의 회고록이 공개된 이후에는 이를 김건희 여사 특검 문제와 엮어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정점식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혈세 탕진으로 지탄받은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버킷리스트 챌린지’가 어떻게 배우자의 단독 외교냐”라며 “해괴하기 그지없는 주장”이라고 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사무총장도 “문 전 대통령 회고록은 김 여사 혈세 관광에 대한 국민적 의혹의 불씨를 살리고, 잠시 잊었던 문재인 정권의 뻔뻔함을 환기해 주고 있다”며 비난 수위를 높였다.

박민희 선임기자 minggu@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