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에이트쇼ㅣ1점 or 10점, 시청을 선택하시겠습니까? 

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2024. 5. 21.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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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즈 ize 정명화(칼럼니스트)

사진=넷플릭스

한재림 감독과 류준열, 천우희 등의 크레디트를 보면서 이 작품이 이토록 호불호가 갈릴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스타감독과 배우들이 출연하고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일정 수준의 흥행과 완성도를 담보했을 것으로 기대를 받은 '더 에이트쇼'. 화려한 쇼의 막을 올랐고, 예상치 못한 내용물에 어느 누군가는 찬사를, 다른 극단의 한편에서는 혹평을 보내고 있다. 그도그럴것이 '에이트쇼'는 블랙코미디에 수위 잔혹함, 심리스릴러, 판타지의 다양한 장르적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 사회 계층에 대한 묵직한 메시지와 가벼운 유머를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이다. 이런 키치하고 비주류적 장르를 좋아하는 이들을 제외한다면 대중성에서 살짝 비켜나간 '더 에이트쇼'에 대한 반응은 싸늘할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더 에이트쇼'는 상당 부분 코믹하고, 긴장되며, 폭력적인 오락성을 가진 작품이다. 

원작의 많은 부분을 각색한 '에이트쇼'는 돈이 필요해 게임에 참가한 8명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참가자 중 가장 첫 에피소드를 장식하는 인물은 감당못할 사채빚을 지고 한강에 투신하려던 청년 배진수(류준열)다. 4년제 대학을 나와 작은 회사지만 착실히 일하며 모은 돈을 선배 형 사기 감언이설에 넘어가 몽땅 날린 진수는 사채빚까지 끌어다 쓰며 최악의 상황을 맞게 된다. 일용직,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전전하지만 '사채빚의 이자의 이자'도 갚기 힘든 푼돈으로는 답이 없다고 느낀 진수. 양화대교에서 몸을 던지려던 순간, 한통의 문자 메시지가 날아온다. 당신이 버린, 시간을 사고 싶다. 메시지 한줄마다 100만원씩 입금하는 의문의 상대가 초대한 곳에서 진수는 아무 정보도 모른채 게임에 참가하게 된다. 3번을 고른 진수는 8층으로 이뤄진 게임 세트장에서 나머지 7명의 게임 참가자를 만나고, 그들은 서로를 각자의 층으로 부르며 게임의 룰을 하나씩 깨우쳐가며 막대한 상금이라는 공통의 목적을 향해 달려간다. 

사진=넷플릭스

'더 에이트쇼'는 내레이션을 담당하는 류준열을 위시해 천우희, 박정민, 박해준, 이열음, 이주영, 문정희, 배성우 등이 출연했다. 8편의 에피소드는 출연진 별로 고르게 1편씩 안배돼 있어 쇼의 이름과 1층부터 8층에 이르는 게임 참가자 등을 상징한다. '오징어게임'의 아류가 아닌가라는 우려를 받아온 '더 에이트쇼'는 8명이라는 출연진에게 고르게 비중에 나눠져 있고, 게임에 참가하는 이들이 단 8명이라는 점에서 '오징어게임'과 가장 확실하게 구분된다. 그리고 추억의 놀이로 이뤄졌던 '오징어게임'과는 달리, 주최측이 제시하는 특정 게임이 없이 참가자들 스스로 게임을 생각하고 수행해나간다. 그러나 막대한 돈을 건 게임을 이끌어가는 주체가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과 돈이 절실한, 궁지에 몰린 인물들이 모여 게임을 수행하고 그 안에서 협동과 단합, 의심과 배신, 이기심과 폭력 등이 민낯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많은 부분이 유사하다. '오징어 게임' 외에도 각 층별로 재화와 수익, 식량으로 인해 자연스럽게 계급이 나눠진다는 점에서는 스페인 영화 '더 플랫폼'과 더 닮아있다 할 수 있다. 

주최측이 제시하는 게임을 통과하고 미션을 해결하면 살아남고 다음 라운드로 넘어가는 '오징어게임'의 선명한 룰과 달리 '더 에이트쇼'는 명확한 룰을 공개하지 않는다. 다만 게임 시작 전 '방에 있는 물건은 밖으로 가지고 나오지 못한다', '식음료는 제공되나 구매할 수 없다' 등의 기본적인 생활 수칙만 알려줄 뿐이다. 참가자들은 적립되는 시간을 보며 자신들이 해야할 것에 대한 방향을 설정하고 이곳에 있을 시간을 늘리기 위해 발버둥친다. 돈으로 이들의 운명을 산 '거대한 손'은 세트 곳곳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참가자들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지켜보며 더욱더 작극적이면서 선정적이고 폭력적인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간다. 

사진=넷플릭스

층수라는 명확한 개념으로 계급이 나뉜 이 곳에서 밑의 층은 그들끼리 똘똘 뭉치고, 위층은 힘과 식량을 내세워 그들 위에 군림한다. 바깥 사회와 똑같은 '돈의 원리'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세상이 고스란히 재현된다. 밑의 층의 노동력을 착취해 더 많은 돈을 벌고, 그것으로 사들인 도구와 무기를 내세워 지배력을 강화하는, 명료하고도 원시적인 상태의 사회 구도가 만들어진다. 폭력과 지배에 익숙해질무렵, 전복을 꾀하기도 하고, 그 시도가 실패하기도 하면서 '더 에이트쇼'는 거대한 사회의 축소판이 된다. 

'더 에이트쇼'는 강한 사회적 메시지와 비판의식을 담고 있다. 그럼에도 강한 블랙코미디적 요소가 마냥 무겁고 진중하게 흐르는 것을 막아준다. 생존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물, 배변, 음식, 수면, 성욕' 등의 욕구가 자세하고도 사실적으로 그려져 '오징어게임'과는 또다른 리얼리티를 선사한다. 비루하고 초라한 청년의 모습을 연기한 류준열은 몸을 내던지는 코믹연기로 웃음을 주며, 박정민은 참가자들의 브레인이라는 지적인 모습에서 '코코더' 장기자랑으로 반전 매력을 선보인다. 이열음의 맹하면서도 해맑은, 순수한 이기심은 지금까지 보지 못한 캐릭터라 신선하다. 무엇보다 천진한 웃음 뒤에 순도 높은 악을 품을 '8층'을 연기한 천우희가 발군의 캐릭터로 눈길을 사로잡는다. 해맑아 보이지만 누구보다도 먼저 이 게임의 생리를 파악하고 있고, 자신이 가진 무기를 효과적으로, 철저하게 휘두를 줄 아는, 여기에 섹시하고 도발적이면서 일말의 죄책감 없이 오로지 '재미'만을 추구하는 아이같은 무구함으로 이 쇼의 긴장감을 배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진=넷플릭스

여러 효과적인 장치와 상징들을 바탕으로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재미를 느끼게 하는 '더 에이트쇼'는 후반부 신파적 요소와 잔혹성의 수위를 올리며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배성우의 출연에 후반부 주요 비중까지 몰아줘 이 또한 불편함을 배가시킨다. 6화로 접어들면서 급격히 힘이 달리는 '더 에이트쇼'는 후반부로 갈수록 러닝타임을 채우는 소재와 스토리가 빈약해지면서 지루하게 느껴진다. 작품 말미 후속편을 염두에 둔 듯 '시즌2' 대사가 등장하는 '더 에이트쇼'. 과연 시즌2로 돌아올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과연 시청자들은 이 극단적으로 갈리는 평가에도 '더 에이트쇼'의 재생을 선택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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