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워서 살겠나" 신축 아파트 줄줄이 부실시공

정영희 기자 2024. 5. 21.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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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이어 대구까지… 입주 예정자들 뿔났다
'빨리빨리' 문화 산재하고 공사비 상승 원인
이달 초 전남 무안군에 위치한 신축 아파트 '힐스테이트 오룡'의 사전 점검 과정에서 건물 외벽·내부 벽면 및 바닥이 기울고 콘크리트 골조 휘는 등 다수의 하자가 발견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지난해 인천 검단에서 발생한 공공주택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로 부실시공에 대한 두려움이 커진 가운데 올들어 신축 아파트 하자 사태가 잇따르고 있다. 건설업계에 만연한 돌관공사(장비·인원을 집중 투입하는 공사) 관행과 공사비 상승 리스크가 부실공사를 부추긴다는 분석이다.

2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입주를 앞둔 대구 달서구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준공 직전 부실시공을 감추기 위해 계단을 무리하게 깎아내는 공사가 진행돼 논란이 일었다.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은 시공사인 두산건설이 사전 설명 없이 비상계단 층간 높이를 규격에 맞추기 위해 깎는 보수 공사를 했다는 내용의 글을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했다.

이들은 "계단 층간 높이가 1.94m에 불과하다"며 "준공 미승인을 우려해 계단 높이를 확보하기 위한 보수 공사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건축물의 피난, 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계단 층 사이의 높이는 2.1m 이상이어야 한다.

해당 단지는 당초 올 2월 입주 예정이었지만 하자 보수 문제로 공사 기간이 3개월가량 늘어났다. 지난 4월27일 1차 사전점검 당시 엘리베이터 작동 오류와 다수의 균열, 누수 등이 발견됐다. 당시 문제됐던 하자가 보수되기 전 계단에서 추가 하자가 나타나 입주 예정자들의 분노를 샀다.

이들은 지난 16일 대구 달서구청 앞에서 준공 연기와 하자 대응 마련을 요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달서구청 측은 현장 조사에서 안전상 문제가 발견되면 준공 승인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계단 공사는 입주자대표회의가 이미 알고 있던 사항"이라며 "입주 예정일까지 공사를 마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이달 말 입주를 앞둔 전남 무안군의 '힐스테이트 오룡'에서도 외벽과 내부 벽면, 바닥이 기울고 콘크리트 골조가 휘어지는 등의 6만건에 달하는 대량의 하자가 발견된 바 있다. 해당 아파트는 현대엔지니어링이 시공한 단지다.

이에 민원이 빗발쳤고 홍현성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가 무안으로 가 예비입주자들을 만나 하자 보수와 보상 협의를 진행했다. 현대엔지니어링 측은 공식 사과문을 내고 "아파트 품질과 관련 걱정과 심려를 끼쳐드려 깊은 사과를 드린다"며 "책임을 통감하고 입주예정자분들이 만족할 수 있도록 품질 확보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안군은 아파트 하자보수 현장점검반을 편성하고 보수 추진상황을 매일 점검하기로 결정했다. 이달 15일 기준 전체 하자의 50%를 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24일까지 보수를 완료할 예정이다.

개별 계약에 따라 상이하지만 하자가 발생한 단지의 입주자들은 입주 지연시 시공사 측에 손해배상 또는 계약해지를 요구할 수 있다. 남기룡 법무법인 로드맵 대표변호사는 "입주예정자가 통상 입주 예정일로부터 3개월 이상 입주가 지연되면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며 "혹은 입주 지연에 따른 별도의 손해배상금을 시행사(발주처)에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준공을 앞둔 대구 달서구 '두산위브더제니스'에선 계단 높이 규격을 맞추기 위해 무리한 보수공사를 했다는 입주 예정자들의 주장이 제기됐다./사진=온라인 커뮤니티 갈무리


급한 공사 이어 공사비 인상도 부실시공 원인


부실시공의 주요 원인으로 급등한 공사비가 지목된다. 유럽-중동 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공급망 불균형이 지속되며 공사비가 상승함에 따라 건설업체들은 저렴한 자재로 바꿔 사용하거나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외국인 작업자 수를 늘리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건설 원자잿값 상승으로 기본형건축비는 지난해 1월(1.1%)과 3월(2.05%) 9월(1.7%)에 세 차례 인상됐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사 결과 올 2월 주거용건물 건설공사비지수는 154.81로 역대 최고치를 썼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건설업의 총 인력수요는 155만1000명이고 내국인 근로자 수는 138만2000명이다. 16만9000명이 부족한 상황이다. 모자란 인력을 대체할 수 있는 합법 외국인력은 6만5000명(38.4%)뿐이다.

올해 건설업에 취업한 고령자(55~79세) 수는 78만7000명으로 2013년(41만5000명) 대비 89.6%(36만2000명) 늘었다. 같은 기간 타 산업군의 고령 취업자 수는 58.4%(576만3000명→912만9000명)로 더 낮았다. 고령 노동자 비중이 증가하는 속도가 건설업계에서 유독 빨랐던 것.

이밖에도 공사 일정을 맞추거나 미뤄진 날짜를 당기기 위해 인력과 장비를 집중 투입해 진행하는 돌관공사 관행도 부실시공의 원인이 되고 있다. 돌관공사를 위해선 기본 비용에 여러 수당이 추가 발생한다. 정규 근로 시간외 공사가 이뤄지기 때문에 추가 수당을 지급해야 한다. 추가 인력을 구해야 하는 만큼 긴급한 인력 수급에 따른 추가 비용까지 투입된다. 장비와 물자 투입도 마찬가지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돌관공사를 둘러싼 문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물가 상승과 일련의 사태들로 인해 더 늘어나고 있다"며 "분쟁을 막기 위해선 양측 협의 하에 명확한 작업 지시서와 돌관공사에 따른 작업 범위 등 상세 내역을 기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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