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X그룹, 초고령 이사회…"거수기 역할 뿐, 혁신 없다" 논란

유희석 기자 2024. 5. 2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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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뉴시스] 구본준 LX그룹 회장. (사진=LX그룹 제공) 2024.02.13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유희석 기자 = LX그룹이 출범 3년 만에 사실상 성장 정체에 빠진 배경에는 70대의 고령인 구본준 회장과 그의 지인들로 구성된 지주사 이사회가 자리잡고 있다는 진단이 들린다.

특히 구본준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로 구성된 이사회는 일종의 거수기 역할만 할 뿐 성장을 위한 혁신이나 도전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또 그룹 실적 부진으로 시급한 승계 작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0년대생으로 구성된 사외이사 그룹

21일 업계에 따르면 LX그룹 이사회는 현재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 등 모두 8명으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사내이사인 노진서 LX홀딩스 사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최성관 상무를 빼면 모두 1951~1952년에 태어난 고령이다.

특히 김경석 유리자산운용 전 대표이사, 이지순 서울대 명예교수, 강대형 연세대 교수, 정순원 현대차그룹 전 부회장 등 사외이사 4명은 구본준 회장과 개인적 인연이나 친분이 있는 인사로 알려졌다. 이들은 2021년 LX그룹 출범 당시부터 이사로 활동해 왔다.

정순원 전 부회장은 구 회장과 경복고, 서울대 동문이며 이지순 명예교수와 강대형 교수는 구 회장과 미국 시카고대 대학원 인맥으로 통한다. 김경석 전 대표는 경남고 출신으로 경남중을 나온 구 회장과 동문 기수가 같은 것으로 알려졌다.

LX홀딩스 사외이사들은 그룹 출범 뒤 열린 모든 이사회에서 빠짐없이 안건에 찬성표를 던졌다. 개인 사정으로 이사회에 불참한 경우를 빼면 참석한 이사들의 안건 찬성률은 100%다. 경영진을 견제해야 할 사외이사들이 구본준 회장을 위한 거수기 역할에만 머물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최고 이사회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서 그룹도 성장을 멈췄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LX그룹은 출범 초기 한국유리공업(한글라스), 포승그린파워, 텔레칩스 등을 잇달아 인수하며 덩치를 키웠으나 이후 별다른 투자 활동은 없다.

지난해 자본금 120억원 규모의 기업주도형벤처캐피탈(CVC)인 LX벤처스와 LX판토스 산하 신항에코물류센터를 설립한 것이 전부다. 한때 매물로 나온 해운사 HMM 인수전에 뛰어들 것이란 소문이 돌았지만, 실사 단계에서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LX홀딩스 사외이사 평균 연령은 국내 주요 기업들 중 가장 높을 편"이라며 "갈수록 중요해지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위해서라도 이사회가 총수와 경영진 견제·감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서울 종로구 새문안로 LG광화문빌딩 앞에 LX홀딩스 등 LX그룹 주요 계열사를 2024.05.1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멈춰선 LX그룹 승계시계

LX그룹의 성장이 정체되면서 한동안 숨 가쁘게 돌아가던 구본준 회장 이후 승계 시계도 멈추다시피 하고 있다.

구본준 회장의 장남이자, 후계 구도 1순위로 꼽히는 구형모 부사장은 뚜렷한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하며 승계 작업에 차질을 빚는 모습이다.

구 부사장은 2021년 말 구본준 회장에게 LX홀딩스 지분 11.75%를 증여받았고, 2022년 9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총 17차례에 걸쳐 25억원어치의 주식을 직접 사들이며 11.92%로 지분율을 늘렸다. 하지만 이후 추가 매수를 멈췄다.

LX홀딩스는 LX인터내셔널, LX하우시스, LX세미콘 등 그룹 주력 계열사를 지배하는 회사로 구 부사장이 그룹 경영에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지분율을 더 끌어올려야 하는 상황이다.

앞서 구 부사장은 LX홀딩스를 떠나 그룹 싱크탱크인 LX MDI 대표이사로 옮긴 바 있다. LX MDI는 경영 컨설팅을 명목으로 계열사로부터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계열사 지원 없이는 사실상 생존이 불가능한 회사다.

구 부사장은 LX MDI를 통해 경영 능력을 입증해야 하지만, 지난해 기준 총 자산은 71억2700만원, 당기순이익은 3억2500만원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이 매출은 모두 외부 기업이 아닌 LX그룹 내부 계열사들로부터 나온 것이다.

구 부사장은 지난해 승진 명단에서도 이름이 빠졌다. LX그룹 출범 이후 약 2년 반 만에 상무에서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던 것을 고려하면 승계 작업이 일단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주요 계열사 실적이 부진한 상황에서 아무런 경영 성과를 내지 못한 구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승계 작업에 속도를 내기에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공감언론 뉴시스 heesuk@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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