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메이크·프리퀄·시즌제… 요즘 드라마, 오리지널 대신 ‘아는 맛’ 고집

안진용 기자 2024. 5. 21.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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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드라마 제작사가 편성권을 쥐고 있는 방송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관계자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라고 한다.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시놉시스와 대본을 읽기 전 대뜸 이 질문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기보다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원작 기반 드라마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안정주의자 무사안일주의"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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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험 부담 대신 안전주의 택하는 ‘안방극장’
수사반장 1958·7인의 부활 등
新콘텐츠 아닌 기존 IP 활용作
플랫폼 경쟁속 위험부담 회피
웹툰 등 원작 판권 가격만 올라
“창조적 시나리오 개발능력 묻혀
‘이야기의 힘’ 잃게 될 것” 우려
MBC ‘수사반장 1958’은 무려 18년(1971∼1989년)간 방송된 ‘수사반장’ 멤버들이 모이는 과정과 초창기 모습을 그린 프리퀄 드라마다.

“원작이 있나요?”

요즘 드라마 제작사가 편성권을 쥐고 있는 방송사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관계자로부터 자주 듣는 말이라고 한다. 한 중견 제작사 대표는 “시놉시스와 대본을 읽기 전 대뜸 이 질문부터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오리지널 콘텐츠를 개발하기보다는 대중적 인지도가 높은 원작 기반 드라마로 위험을 회피하려는 안정주의자 무사안일주의”라고 꼬집었다. 올드 미디어로 전락한 TV를 기반으로 한 방송사가 치솟는 제작비와 불황을 타개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을 등한시하는 자충수를 두고 있는 셈이다.

SBS ‘7인의 부활’

최근 지상파 3사에 편성된 대표 드라마는 KBS ‘멱살 한번 잡힙시다’, MBC ‘수사반장 1958’, SBS ‘7인의 부활’이다. ‘멱살 한번 잡힙시다’는 동명 웹소설을 TV로 옮겼고, ‘수사반장 1958’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수사반장’보다 앞선 시대를 다룬 프리퀄이다. 그리고 ‘7인의 부활’은 ‘막장극의 대모’라 불리는 김순옥 작가가 집필한 ‘7인의 탈출’의 후속편이다.

타 플랫폼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지난 17일 공개된 넷플릭스 ‘더 에이트 쇼’를 비롯해 최근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나 ‘내 남편과 결혼해줘’, 디즈니+ ‘무빙’과 ‘비질란테’ 모두 원작에 기댔다. 즉 이미 일정 수준 이상 팬덤이 확보되거나, 대중적 관심도가 높은 콘텐츠를 우선 편성하는 셈이다. 이 제작사 대표는 “상황이 이렇다 보니 경쟁이 붙어 웹툰, 웹소설 등 원작 판권 가격도 크게 올랐다”면서 “일찌감치 사놓고 약속된 기간 안에 드라마화되지 못하면 권리를 잃기 때문에 제작사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크다”고 토로했다.

SBS는 상대적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힘을 더 쏟되, 성공한 작품을 시즌제로 돌리며 불황을 돌파해가고 있다. ‘모범택시’ 시리즈는 어느덧 2번째 시즌을 마쳤고, ‘열혈사제’는 하반기에 시즌2로 5년 만에 돌아온다. 이 외에도 지난 3월 종방된 ‘재벌X형사’ 역시 일찌감치 속편 제작을 결정했다. SBS 관계자는 “OTT 시장이 활성화되면서 성공한 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한 시즌제가 보편화됐다”면서 “‘모범택시’의 경우 시즌1이 최고 시청률 16%, 시즌2가 21%를 기록했다. 성공한 드라마의 후속편에 대한 대중적 수요가 크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이런 흐름에 발맞춰 김은희 작가는 ‘시그널’의 속편을 8년 만에 집필한다. 김 작가는 “‘시그널’에서 못다 한 얘기가 있기 때문에 속편에 대한 욕심과 의지가 있다”고 밝힌 바 있고, 영화 ‘범죄도시’ 시리즈를 만든 장원석 비에이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제작자로 나선다.

하지만 유명 원작을 리메이크하거나 성공한 전작에 기대는 것이 대중을 끌어들이는 충분조건은 아니다. 김순옥 작가가 쓴 시즌제 드라마 ‘7인의 부활’은 460억 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었지만 대중의 외면 속에 시청률 3% 수준을 전전하다가 막을 내렸다. 또한 tvN ‘경이로운 소문2’와 ‘아스달 연대기’의 시즌2인 ‘아라문의 검’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하재근 문화평론가는 “플랫폼 간의 경쟁이 극심해지고 콘텐츠도 많아지면서,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작사나 편성 방송사들도 안전 지향적인 결정을 하고 있다. 그 결과, 검증된 원작이나 시리즈물을 선호하는 것”이라면서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서 창조적 시나리오 개발 능력이 사장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장기적 관점으로 볼 때, K-콘텐츠를 발전·지탱하는 ‘이야기의 힘’을 잃게 될 것이란 우려가 크다”고 꼬집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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