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예비경보·디지털 대응팀… 산사태 피해, ‘과학’으로 막는다

김창희 기자 2024. 5. 21. 0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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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림청 ‘재난 방지대책’ 주목
산지 65%가 급경사지인 데다
이상기후 탓 산사태 발생 늘어
산재된 위험사면 정보 통합해
범부처 협업시스템 본격 가동
예측정보 체계 ‘예비경보’ 추가
주민 대피시간 1시간 더 확보
위험등급 ‘리’ 단위까지 세밀화
최근 강원 고성군의 한 야산에서 산사태현장예방단이 여름철 산사태에 대비해 사방댐에 걸려 있는 잔재물을 치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산림청 제공

대전 = 김창희 기자 chkim@munhwa.com

잦아지는 극한 호우로 여름철 산사태 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과학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산사태 방지정책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위험한 경사면을 디지털로 통합 관리하는 범부처 대응조직이 신설되고 1시간 빨리 주민대피를 도울 수 있는 예비경보 시스템도 구축된다.

21일 산림청이 밝힌 최근 산사태 피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전국에서 총 1만2657건의 산사태가 발생해 2586㏊가 피해를 봤다. 사망자는 27명에 달했다. 발생 건수와 면적 기준으로는 지난 2020년이 가장 극심한 피해(6175건, 1343㏊, 9명 사망)를 기록했고, 인명 피해 기준으로는 지난해(2410건, 459㏊, 13명 사망)가 가장 높았다. 전체 피해의 81%가 집중호우와 태풍이 잦은 7∼8월에 집중됐다.

산사태에 대해 재해 전문가들은 예측도, 막기도 어려운 자연 재난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토의 63%에 달하는 산지 중 경사도 20도 이상의 급경사지가 65%를 차지하고, 응집력이 낮은 모래흙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비좁은 국토로 산지전용 등 경사면을 이용한 개발행위가 많다 보니 짊어져야 할 숙명 같은 재난이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시간당 50㎜ 이상 연간 극한 호우 횟수가 2010년대 16회에서 최근 3년간 연 23회로 급증하고 평균 강수일수가 늘어나는 이상기후가 심각해지면서 산사태가 더욱 빈발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산사태 발생 2배 증가가 예상된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이상기후가 일상화하는 극한상황에 맞서 산림청의 대책도 빠른 속도로 진화하고 있다. 우선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범부처 위험사면 통합 관리 조직이 출범한다. 지난해 경북지역에 발생한 인명피해지 11곳 중 5곳은 농경지 등 산지 외에서 발생했다. 급경사지는 행정안전부, 도로 비탈면은 국토교통부, 농지는 농림축산식품부, 태양광시설은 산업통상자원부 등 부처별로 분산된 200만 건의 위험사면 정보를 산림청 산사태 정보시스템과 통합 관리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범부처가 참여하는 ‘디지털 산사태 대응팀’을 산림청에 신설하고 2026년까지 ‘디지털 사면통합 산사태정보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산사태 예비경보 도입으로 1시간 빠른 대피도 가능해진다. 산사태 예측정보는 토양이 물을 얼마나 머금고 있는지를 함수지수로 나타내 정보가 제공된다. 토양함수지수 80%일 때 주의보, 100%일 때 경보 등 2단계로 예측정보를 제공하고 있었다. 올해부터는 토양함수지수 90%일 때 예비경보를 추가해 1시간 빠른 선제적 주민대피가 가능해진다. 문자메시지로 제공되던 예측정보를 카카오톡으로도 전송한다.

현재 강우 상황을 반영한 실시간 산사태 위험지도를 국민이 언제든지 볼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도 제공된다. 기존 읍면동 단위로 제공되던 위험등급 상황을 리 단위까지 세밀화해 대피 우선순위 상황판단 등에 활용할 수 있게 했다. 평지 기상과는 전혀 다른 산악기상 정보 수집을 강화하기 위해 전국 480개소에 설치된 산악기상 관측장비를 올해 말까지 496개소로 확대한다. 산악지역의 경우 평지보다 풍속은 최대 3배, 강수량은 최대 2배 많은 특성을 반영해 산사태 예측역량을 향상시킨다. 산림계곡에 흐르는 물의 양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해 범람 위험을 관측하는 시스템도 2027년까지 차례대로 구축한다.

인명 피해 최소화를 위한 선제적 대피·지원체계도 구축된다. 일강우량 100㎜ 이상, 연속 강우량 200㎜ 이상 때 전국이 산사태 위험지역으로 전환되는 폭우 상황으로 간주해 경찰·소방과 사전 지원체계를 만들고, 산림조합 등 유관 기관의 인력·장비를 신속하게 지원한다. 산불재난 특수진화대를 산사태 대응인력으로 신규투입해 현장 대응력을 강화한다.

전국 2만9000개소인 산사태 취약지역을 생활권 중심으로 장기적으로 확대해 예방체계를 강화하고 산사태 예방시설을 설치하는 경우 예외적으로 산지전용을 허용해 위험요소를 사전 차단할 계획이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위험사면 통합관리, 재난관리자원 공유, 산사태 우려 지역 합동점검 등 범부처 협업을 강화해 산사태 피해 최소화에 총력 대응하고 있다”며 “태풍·집중호우 등 위험시기에 긴급재난 알림을 받으면 주저 없이 대피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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