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생물 다양성의 날’…지구의 안녕을 묻는다 [왜냐면]

한겨레 2024. 5. 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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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년간 '꿀벌 실종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2021년에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꿀벌의 수는 84억마리, 2022년엔 100억마리 그리고 지난해에는 약 200억마리가 집단으로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꿀벌이 꿀 1㎏을 생산하기 위해 800만송이 꽃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수분까지 담당하니 꿀벌은 가히 인간의 은인이라 할 수 있다.

꿀벌을 비롯한 생물계는 인드라망을 이루며 인간에게 대부분의 필수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까지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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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유채꽃 사이를 날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정송남 | 농부·전 담양 한빛고교장

최근 몇년간 ‘꿀벌 실종 사건’이 계속되고 있다. 2021년에 우리나라에서 사라진 꿀벌의 수는 84억마리, 2022년엔 100억마리 그리고 지난해에는 약 200억마리가 집단으로 자취를 감추었다고 한다. 2006년 미국에서 처음으로 꿀벌이 사라진 이후 전 세계적 흐름이 되어가고 있다. 전문가들은 꿀벌을 살릴 수 있는 ‘골든 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들은 도대체 어디로 갔으며 왜 사라졌는가?

꿀벌들의 실종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기후 변화를 주요인으로 보고 있다. 이상 고온 현상과 들쑥날쑥한 날씨는 꿀벌들의 활동에 혼돈을 가져온다. 농촌진흥청의 설명을 보면, 9~10월의 기온이 떨어지면 꿀벌들은 월동에 들어가는데 최근 몇년간 11~12월 봄꽃이 피는 등 기온이 오르면서 봄으로 착각해 꿀을 채취하러 나갔다가 갑자기 추위가 닥쳐 얼어 죽거나 체력 저하로 벌통에 돌아가지 못한다고 한다.

물론 기후 변화 외에도 꿀벌에 기생하여 체액을 빨아먹는 응애나 아열대 외래종으로 들어온 천적인 등검은말벌의 침범도 원인이 되는데 이들을 제거하기 위해 뿌리는 살충제는 꿀벌의 생식력과 면역력을 떨어뜨린다. 한편 농작물 방제를 위해 드론으로 대량 공중 살포하는 농약은 꿀벌들에게 직간접의 피해를 주기도 한다. 살충제 등 농약을 사용하지 않거나 천연 농약으로 유기농업을 확대하는 일은 꿀벌이 살아가는 환경을 개선하는 길이 될 것이다. 무분별한 개발과 벌목으로 황폐해진 산과 들에 나무를 심거나 밀원식물을 가꿔 생태계를 보전하는 일도 기후재앙을 극복하고 꿀벌의 예측 가능한 삶을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인간이 소비하는 식물의 80%가 꽃식물이고 이 꽃식물 수분의 80%를 꿀벌이 담당하고 있으니 꿀벌의 실종은 작물 생산을 어렵게 하여 식량 위기를 불러올 것이다. 과일의 경우 참외는 수분의 93%를 꿀벌에 의존하고 딸기는 100%를 의존하고 있다. 꿀벌이 꿀 1㎏을 생산하기 위해 800만송이 꽃으로 이동하면서 동시에 수분까지 담당하니 꿀벌은 가히 인간의 은인이라 할 수 있다.

꿀벌을 비롯한 생물계는 인드라망을 이루며 인간에게 대부분의 필수품을 제공할 뿐만 아니라 기후를 조절하는 역할까지 해 왔다. 그러나 그물코는 터지기 시작했고 균열에서 오는 생물종의 감소는 심상치 않다. 기후재앙이 심화한 21세기에 들어와 생물종 다양성의 소멸은 그 비율이 급증하고(70분마다 1종씩, 하루 20종 소멸) 범위 또한 전 지구적 현상이 되고 있다. 기후 변화와 생물종 다양성 소멸은 동전의 앞뒤처럼 긴밀하다. 기후 변화를 이끄는 2대 주범은 육식의 확대와 교통기관의 발달이다.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육식을 줄이고 불편을 감수함으로 생물종 다양성을 보존해야 할 이유는 자명하다.

이런 생물종 다양성의 중요성을 감안, 유엔(UN)에서는 생물다양성협약이 발표된 날을 기념하여 5월22일을 ‘세계 생물종 다양성의 날’로 지정하여 생물종 다양성에 대한 각성과 실천을 호소하고 있다. 꿀벌을 비롯한 전 생태계의 회복은 창조 질서의 유지를 위한 길이기도 하지만 인류의 존폐 문제와도 맞닿아 있기에 이 시대의 화두가 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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