룰라 집권 1년 반…‘지구 허파’ 아마존 기력 되찾고 있나

박병수 기자 2024. 5. 21.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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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원시림 보호 약속 실천 현황
룰라 보존정책의 두 기둥
‘원주민 구역 확대’ 막개발 막기
‘환경감시 강화’ 위성사진 등 동원
아마존 8개국 협력 절실
8개국 정상 모여 ‘보호선언’ 했지만
볼리비아 작년 27% 파괴 늘어 암울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왼쪽)이 지난해 8월8일(현지시각) 브라질 벨렝에서 열린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에 참석해 원주민 장관 소니아 구아자자라와 이야기하고 있다. 벨렝/AFP 연합뉴스

룰라 보존정책의 두 기둥
‘원주민 구역 확대’ 막개발 막기
‘환경감시 강화’ 위성사진 등 동원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브라질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5개월이 지나고 있다. 그는 과연 지난해 1월 취임 당시 공언했던 대로 ‘지구의 허파’ 아마존 열대우림의 보호 약속을 잘 지키고 있을까.

국제산림감시기구인 ‘글로벌 포리스트 워치’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지난해에도 아마존 열대 원시림은 우리나라 경기도의 두배인 2만㎢ 규모의 숲을 잃었다. 온실가스를 가둬두는 아마존의 짙고 푸른 숲은 2001년 이후 지금까지 30%가 사라졌다. 이런 삼림 훼손의 역사가 룰라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중단되지 않고 이어진 건 유감이다.

그렇다고 마냥 비관할 건 아니다. 지난해 사라진 숲 2만㎢는 한해 전 파괴된 2만6천㎢보다 23% 줄어든 것이다. 범위를 아마존 전체가 아니라 브라질로 제한하면, 지난해 숲 파괴 면적은 1만1300㎢로, 전년보다 36%나 줄어 감소폭이 더 커진다. 대통령 취임 1년 반 만에 반전의 계기는 마련한 셈이다. 룰라 대통령은 2030년까지 아마존 원시림의 불법 벌목을 ‘0’으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낙관할 수만은 없다. 브라질 사회의 전반적인 우경화는 아마존 개발론자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분위기다. 의회를 장악하고 있는 보수 정치세력은 언제든 룰라 대통령의 환경 정책을 고꾸라뜨릴 기회만 엿보고 있다.

■ 아마존 보호의 두 기둥

전임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은 개발을 명분으로 아마존 열대우림의 불법 벌목과 채굴, 방화, 농경지 조성을 방치하고 심지어 장려했다. 그가 2019년부터 집권한 4년간 아마존 숲의 파괴 규모는 해마다 역대 최대 기록을 경신하다시피 했으며, 2021년 10월엔 환경단체로부터 “전례 없는 아마존 파괴로 인류에 대한 범죄를 저질렀다”며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됐다.

2020년 8월 찍은 브라질 아마존의 벌채 현장. 나무가 모두 잘려나간 왼쪽과 나무가 무성한 오른쪽이 극명하게 대비된다. 시노프(마투그로수)/AFP 연합뉴스

룰라 대통령이 이런 환경 재앙을 되돌리기 위해 채택한 정책 수단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원주민 구역의 적극적인 추가 지정이다. 브라질엔 170만명의 원주민이 있으며, 이들 중 절반 넘는 원주민이 아마존 지역에 살고 있다. 1988년 채택된 브라질 헌법은 이들 원주민에게 조상 대대로 살아온 땅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고 있다.

아마존 개발에 열을 올린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은 재임 동안 원주민 구역을 단 1곳도 늘리지 않았다. 이에 반해 룰라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지금까지 모두 10곳을 추가 지정해 원주민 구역을 모두 500곳으로 늘렸다. 추가 지정을 신청해 심사 절차를 밟고 있는 곳도 200여곳이 된다.

원주민 구역으로 지정되면 외부인의 벌목과 채굴 등 개발 행위가 모두 불법이 된다. 원주민 보호와 아마존 원시림 보호의 일석이조 효과를 낼 수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 지정된 원주민 구역은 모두 합해 브라질 면적의 14%인 110만㎢로, 한반도의 5배에 이른다.

아마존을 지키는 또 하나의 기둥은 환경감시 및 단속 기구의 복원과 강화이다.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시절 환경감시기구는 거의 기능을 상실했다. 룰라 대통령은 취임 이후 아마존 지역 39곳에 환경감시·단속 사무소를 새로 내는 등 조직과 인력, 장비를 정비하고 강화했다. 이들 환경감시기구는 정밀 위성사진 분석을 통해 불법적인 벌목이나 채굴 행위를 실시간 적발하는 등 첨단 기술의 도움도 받고 있다.

■ 열악한 근무조건에 시름하는 환경감시요원

그러나 아직 현실적 걸림돌도 만만찮다. 우선 아마존 원시림을 경작지나 방목지로 바꾸거나 광물 채굴을 위해 훼손하려는 개발업자들의 조직적 저항이 거세다. 의회에선 지난해 11월 보수 세력의 주도로 “현행 헌법이 제정된 1988년 10월 당시 원주민이 살고 있던 구역만 원주민 구역으로 인정한다”는 내용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그렇게 되면, 군사독재 시절(1964~85년) 조상 땅에서 쫓겨났던 많은 원주민은 권리를 인정받지 못하게 된다.

원주민 단체는 “법이 시행되면 기존의 원주민 구역도 지정 취소를 당할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룰라 대통령은 즉각 거부권 행사로 맞섰지만, 의회를 장악한 보수 정치권은 지난해 12월 재의결 절차를 거쳐 거부권을 무력화했다. 이에 따라 원주민들과 인권단체에선 마지막 수단으로 대법원에 위헌심판을 청구해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9월 이미 ‘1988년에 원주민이 살고 있던 땅만 원주민 구역으로 지정할 수 있다’는 법 논리에 대해 “원주민의 권리 침해”라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에도 대법원이 이런 위헌 결정 내용을 재확인해 원주민들의 손을 들어줄 것이란 기대가 높지만, 최종 결정이 내려질 때까지 당분간 원주민 구역의 확대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브라질 원주민들이 2021년 9월1일 수도 브라질리아의 대법원 앞에서 집회를 열어 원주민 구역 지정을 제한하는 법안에 위헌 결정을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룰라 대통령 취임 이후 적극적인 아마존 지킴이 구실을 해온 환경감시 요원들이 열악한 처우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는 것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지난해 12월엔 환경감시 요원 1500명이 급여 인상과 근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정부에 보냈고, 올 1월부턴 파업에도 나섰다.

이들 환경감시 요원은 업무 수행 중 불법 벌목업자나 채굴업자의 공격도 받는 등 위험에 노출되어 있다. 한 관계자는 현지 언론에 “조직범죄가 아마존 지역에 스며들고 이들이 환경 범죄와 결합하면서 폭력이 잦고 우리 요원들이 총격을 받기도 한다”고 말했다.

많은 요원이 이런 위험하고 어려운 업무 환경을 이겨내지 못하고 떠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 기관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공채로 들어온 요원들의 경우 6명 중 1명이 이미 전직했다. 이들은 “위험한 업무에 합당한 수당 등으로 보상해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파업 또는 태업을 이유로 현장 임무를 줄이자 그 여파는 곧바로 나타났다. 올해 들어 첫 한달 반 동안 아마존 주들에서 발급된 환경위반 통지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933건에서 129건으로 86.2%나 줄어들었다. 불법 벌목 등 삼림 훼손 건으로만 한정하면 감소폭은 91.2%로 껑충 뛴다. 또 계획된 임무 75건이 취소 또는 연기됐다.

이에 대해 이들 환경감시 요원들의 소속 기관인 ‘환경·재생가능천연자원 기구’(이바마·IBAMA)의 책임자인 호드리구 아고스치뉴는 “요원들의 요구는 그동안 노고에 비춰 공정한 수준”이라며 “더 많은 요원을 채용해 근무 환경을 개선할 계획이지만 의회에서 예산 승인이 막혀 있다”고 화살을 의회로 돌렸다.

아마존 8개국 협력 절실
8개국 정상 모여 ‘보호선언’ 했지만
볼리비아 작년 27% 파괴 늘어 암울

■ 아마존 걸친 8개 나라의 국제협력 절실

아마존 열대우림은 브라질을 비롯해 페루,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에콰도르, 볼리비아, 가이아나, 수리남 등 8개 나라와 프랑스령 기아나에 넓게 걸쳐 있다. 따라서 아마존 보호를 위해선 전체 면적의 60% 이상을 차지하는 브라질뿐 아니라 이들 주변 나라의 역할도 못지않게 중요하다. 지난해 8월 이들 나라의 정상과 대표들은 ‘아마존협력조약기구’(ACTO) 정상회의를 열어, 아마존 보호를 약속하는 내용의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2022년 6월19일 밤(현지시각) 수도 보고타에서 대선 결선 승리 뒤 부인 베로니카 알코세르(가운데), 프란시아 마르케스 부통령 당선자(오른쪽)와 함께 손을 흔들고 있다. AP 연합뉴스

이들 나라 중 브라질과 함께 가장 적극적인 건 콜롬비아다. 콜롬비아는 2022년 8월 구스타보 페트로 대통령 취임 이후 강력한 보호 정책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정부와 평화협상을 추진하는 아마존 게릴라 단체 ‘에스타도 마요르 센트랄’이 정부 정책에 발맞춰 불법 벌목 단속에 나서겠다고 밝히면서, 아마존 보호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실제 지난해 콜롬비아 아마존 지역에서 사라진 숲은 660㎢로, 한해 전보다 49% 줄어들었다. 또 에콰도르에서는 지난해 8월 국민투표로 아마존 내 유전 개발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다. 볼리비아에서는 지난해 아마존숲 약 5천㎢가 사라졌는데, 이는 한해 전보다 27% 늘어난 수치다. 주요 원인으로 산불이 꼽히는데, 농경지 개간을 위한 방화 가능성이 의심되는 경우도 많다.

박병수 선임기자 su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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