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나의 배터리ON] 전기차 캐즘에도 K-배터리 R&D 투자하는 이유는

박한나 2024. 5. 2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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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클릭아트 제공.

[편집자주] '박한나의 배터리ON'은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배터리 분야의 질문을 대신 해드리는 코너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을 비롯해 배터리 밸류체인에 걸쳐 있는 다양한 궁금증을 물어보고 낱낱이 전달하고자 합니다.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Chasm·일시적 수요 정체) 국면에 국내 배터리 3사의 연구개발(R&D)과 시설투자에 대한 투자 감소 우려가 있었습니다. 올해 1분기를 돌아볼 때 우려가 정말 현실이 됐나요?"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국내 배터리 3사가 글로벌 수요 둔화에도 올해 1분기 R&D에 대한 투자를 이어 갔습니다. 매출액 대비 높은 연구개발 비용은 기업의 장기적인 성장과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목표로 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지표로 볼 수 있습니다.

국내 3사 중 R&D에 가장 많이 투자한 회사는 삼성SDI였습니다. 삼성SDI의 올해 1분기 R&D 비용은 3373억6700만원으로 전년(3088억2900만원) 대비 9.24% 증가했습니다. 매출액 대비 R&D 비중 역시 지난해 1분기 5.8%에서 올해 1분기 6.6%로 올라 3사 중 가장 높았습니다.

삼성SDI는 올 1분기 연구과제로 차세대 고용량·고에너지 밀도의 이차전지 개발과 UPS용 고출력 ESS 모듈 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특히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독자적인 무음극 기술과 업계 최고 수준인 900Wh/L의 에너지 밀도를 특징으로 현재 다수의 완성차업체에 샘플 공급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삼성SDI는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문을 중심으로 설비 투자도 대폭 늘렸습니다. 올 1분기 에너지솔루션 사업부문의 투자금액은 총 1조6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6034억원)보다 165.16% 늘어난 수치입니다.

올 한 해는 기존에 확보한 수요 대응을 위해 헝가리와 말레이시아 공장 증설, 미국의 합작공장 건설 투자를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입니다. 여기에 46파이(지름 46㎜), 전고체, LFP(리튬인산철) 등 신제품 투자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어 전년 대비 투자 규모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의 R&D 투자비용도 지난해 1분기 2262억1500만원에서 올해 1분기 2534억2100만원으로 12.03% 증가했습니다. 매출에서 R&D 비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2.6%에서 4.1%로 상승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말 기준 R&D 투자 규모가 처음으로 1조원을 넘었습니다. 김동명 최고경영자가 기술 리더십을 구축하는 '엔솔 2.0'의 시대를 열겠다고 밝힌 만큼 올해 어려운 경영 환경에서도 R&D 투자를 통한 질적 성장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전기차 수요 둔화로 CAPEX 집행 규모를 전년 수준(10조9000억원)보다 축소하기로 했는데 당장 시설투자의 집행 규모는 줄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올 1분기 신증설 투자 비용은 2조907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1조8104억원)보다 60.60% 증가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현재 북미 지역에서 미시간주 단독공장과 얼티엄셀즈 제1·2 공장을 가동 중입니다. 여기에 애리조나주 단독공장과 얼티엄셀즈 3공장, 현대차그룹, 혼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이 가동 예정인데 필수적 신증설 투자의 우선 순위를 따져 규모와 속도를 조절한다는 계획입니다.

SK온은 올 1분기 331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R&D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SK온의 올 1분기 R&D 비용은 703억12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의 4.18%를 차지했습니다. 이는 전년 동기 비중(2.56%)보다 1.62%포인트 증가한 수치입니다.

이는 단기적인 재정적인 어려움을 인지하면서도 미래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지속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투자자들은 단순히 현재의 수익성뿐만 아니라 기업이 어떻게 미래 성장을 위해 준비하고 있는지에도 관심을 가지는 만큼 성장 잠재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기준이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SK온은 올해 예정된 7조5000억원 규모의 설비 투자도 줄이지 않을 계획입니다. 미국 불루오벌SK 켄터키1공장과 테네시공장, 현대차와의 조지아 합작공장이 내년 가동을 목표로 건설 중이기 때문입니다.

한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시장의 일시적인 수요 정체기를 활용해 연구개발이나 시설투자로 미래를 준비해 놓으면 시장 회복기나 확장 단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며 "초기에 비용으로 보이는 연구개발은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성공을 위한 필수적인 투자이자 기회를 창출할 수 있게 하는 요소"라고 말했습니다. 박한나기자 park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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