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외곽으로"…서울 전세 불안 '도미노 전세난' 부를까

박성환 기자 2024. 5. 2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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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아파트 전셋값 52주 연속 상승
전세난 서울서 수도권으로 확산될 듯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송파구 일대 모습. 2024.03.19.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서울 영등포구의 전세 아파트에 거주하는 한모(58)씨는 요새 밤잠을 설친다. 주택 임대차 계약이 오는 8월에 만료되는데, 집주인이 실거주를 통보하며 집을 빼달라고 했기 때문이다. 이미 갱신계약을 통해 지난 4년간 거주한 한씨는 인근 아파트 단지들의 전세 시세를 알아보다가 깜짝 놀랐다.

한씨는 "주변 단지 전세 시세를 알아보다가 이렇게 많이 올랐나 싶을 정도로 전셋값이 많이 올랐다"며 "출퇴근 시간이 길어지더라도 서울 외곽지역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52주 연속 상승하면서 세입자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셋값 상승세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세입자들이 급등한 전셋값을 감당하지 못해 더 저렴한 전셋집을 찾아 이동하는 '도미노 전세난'이 꿈틀거리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고공행진 중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5월 넷째주 이후 지난주까지 52주 연속 상승했다. 부동산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2012년 5월 이후 네 번째로 긴 상승세다.

이달 둘째주(13일) 기준 서울 25개 구 가운데 최근 입주 물량이 몰린 강동구(-0.01%)를 제외한 모든 구에서 전셋값이 상승했다. 중구(0.15%), 은평구(0.15%), 노원구(0.13%), 성북구(0.12%) 등 강북권의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또 인천과 경기도 각각 0.12%, 0.07% 오르며 수도권 전세 상승률은 0.08%를 기록했다. 수도권 전체로도 47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공덕동 공덕SK리더스뷰(전용면적 84㎡)는 지난 4일 11억5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2월(10억2500만원)과 비교하면 1억2500만원 올랐다. 또 서대문구 홍제동 홍제한양(전용면적 84㎡)는 지난 16일 5억4000만원에 전세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12월 3억8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불과 4개월 만에 1억6000만원 올랐다. 이와 함께 노원구 중계동 청구3(전용 84㎡)는 지난 1월(7억원) 거래 대비 6000만원 오른 7억6000만원에 최근 전세 계약을 맺었다.

전셋값 상승세가 이어지자 계약 갱신을 요구하는 기존 세입자들이 늘어나면서 전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기존 세입자들이 새로운 집을 이동하기보다 현재 사는 집을 갱신계약하는 비중이 30%넘게 증가했다.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17일 기준) 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3만6247건 중 35%(1만2604건)가 갱신계약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중 갱신 계약 비중인 27%보다 8%p 증가했다. 월 단위로 보면 지난해 갱신 계약 비율은 매달 25~29%로 30%를 밑돌았지만, 올해 들어 ▲1월 31% ▲2월 39% ▲3월 35% ▲4월 36% 등 30%를 모두 넘겼다. 전셋값이 상승하고, 매물이 줄면서 기존 주택에 더 거주하는 세입자들이 늘어난 것이다.

게다가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갈수록 줄면서 전세난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2만3786가구로, 지난해(3만2759가구)보다 27.4%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또 전국적으로도 입주 물량이 올해 35만3000여가구에서 내년에는 24만 가구로 급감한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서울 전셋값 상승으로 세입자들이 수도권으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면서 수도권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울과 수도권 주요 지역의 전셋값이 연일 상승하자, 상대적으로 수도권 외곽지역의 전세를 찾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덩달아 전셋값도 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수도권 지역 전세난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주택공급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 장기화 등의 영향으로 주택 매매 수요가 전세 수요로 남아 전셋값이 점점 더 상승할 여지가 있다"며 "내년부터 신규 아파트 공급이 줄어들고, 전셋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으면 서울에 머물던 전세 수요가 수도권으로 옮겨가면서 서울뿐만 아니라 수도권 전체에 걸쳐 전세 매물이 부족하고, 전셋값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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