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아들이는 건 끝이 아니다…마약 막던 베테랑, 지역 파수꾼으로
[편집자주] 형사, 수사, 경비, 정보, 교통, 경무, 홍보, 청문, 여청 분야를 누비던 왕년의 베테랑. 그들이 '우리동네 경찰서장'으로 돌아왔습니다. 행복 가득한 일상을 보내도록 우리동네를 지켜주는 그들. 서울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연일 구슬땀을 흘리는 경찰서장들을 만나봅니다.
국내 최대 학원가에서 벌어진 '테러' 수준 마약 사건은 △미성년자를 상대로 하고 △부모를 협박해 피싱 범죄 성격을 더했다는 점에서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유형의 마약 범죄였다.
2019년 버닝썬 게이트가 알려지며 클럽·유흥주점 대상 마약 단속이 대대적으로 이뤄졌지만 2022년 7월 강남 유흥업소 마약 사망 사건이 또다시 발생한 상태에서 학생들까지 피해자가 되자 대책이 필요했다. 윤석열 정부는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단속과 수사 강화를 주문했다.
당시 경찰청에서 국가수사본부 마약조직범죄수사과장을 맡아 마약단속과 수사를 총괄한 이가 현재의서울 중랑경찰서장을 맡고 있는 백승언 총경이다. 그는 전국에서 또 다른 피해가 없는지 확인해야 했다. 강남 일대뿐 아니라 전국 단위 학교에 이같은 사례가 있는지 파악하고 '스쿨벨'을 통해 해당 사건을 주의하라고 전파했다.
백 서장은 궁극적으로 마약이 저렴한 가격에 유통되는 환경을 차단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마약범죄 재범률은 평균 50~55%다. 상습성이 가장 강한 절도나 강도도 20%가량인 점을 비춰보면 매우 높은 수치"라며 "감옥에 다녀오면 안 하는 게 아니라 실형을 살고도 다시 투약할 생각을 한다. 애초 재활을 통해서 예방하거나 호기심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백 서장은 마약을 만들지 않고 밀반입하는 한국의 환경에서 제조-유통-투약-중독 과정 중 초반 유통 단계를 차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다. 브로커를 통해 많은 양의 마약이 유통되기 시작하면 가격이 저렴해지고,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투약범들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중랑은 강남 도심이 발달하기 전부터 도심을 이룬 구도심이다. 개발된 지 오래돼 아파트와 일반 주택 비율이 반반 정도다. 서울 시내 25개 자치구 중에 기초생활수급자는 셋째로 많고 근로소득은 셋째로 적다. 민생 치안 범죄가 잦다. 서울 내 31개 경찰서 중 교제폭력, 가정폭력, 스토킹범죄 등 발생 건수는 5위권에 든다.
백 서장은 "학교폭력 사건이 발생해서 보면, 단순히 아이를 학교폭력으로 입건하는 것은 능사가 아니다"라며 "온전한 가족 관계가 없는 경우라면 우리가 재발을 막기 위해 아이를 어떻게 도와줘야 할지까지도 고민하게 된다. 아이를 가정에서 분리해야 할지 정신 질환이 있는 어머니를 치료 지원해야 할지 판단하는 것이 되게 어렵다"
백 서장은 관내 특성을 고려해 지역 사회와 협업을 시작했다. 정기 회의는 물론이고 복합적인 사건을 볼 때마다 '케이스 미팅'을 열고 머리를 맞대 지원 방법을 논의한다. 중랑경찰서 여성청소년과를 비롯해 경찰서 내 직원들, 중랑구청, 북부범죄피해자지원센터, 고용노동부 북부지청, 가정 문제나 성폭력 지원센터 등이 지난 4월 '범죄 피해자 통합 지원 협의체'를 만들었다.
백 서장은 "경찰은 현장 일선에서 사건을 가장 먼저 접하는 기관이지만 주민센터 동장, 반장들은 지역 사회에서 풀뿌리처럼 네트워크를 이용해 경찰이 모르는 위험 요소를 찾아내고 신고나 제보를 통해 경찰을 도와줄 수 있다"며 "지역 사회 기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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