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라는 69.2% 찍은 고용률, 정작 왜 체감하지 못할까?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 2024. 5. 2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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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N시선] '역대 최대'라는 숫자에 가려진 현실

박근혜 정부의 '고용률 70%'라는 목표를 기억하는가? 박근혜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를 만들어서라도 70%라는 숫자를 만들어내려고 했지만 끝내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했던 '일자리 상황판'을 기억하는가? 문재인 정부 시기에는 실업률이 미국보다 높아지고 청년실업률이 10%를 넘나드는 등 '고용위기'를 맞이해서 정부가 단기 일자리 대책을 연이어 발표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고용률이 '역대 최고'고 실업률은 '역대 최저'라는 뉴스가 언론을 장식한다.

최근 1년간 실업률은 2.1%에서 3.2%로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이론상 완전고용을 달성한 것이다. 그러나 서프라이즈하게 낮은 실업률이 동전의 앞면이라면 뒷면에는 '쉬었음' 인구의 증가라는 걱정스러운 현실이 새겨져 있다. '쉬었음' 인구는 비경제활동인구를 육아·가사·통학·기타로 분류할 때 기타에 해당하며, 질병 등 특별한 사유가 없는데도 무직으로 지내고 있지만 구직활동을 하지 않기 때문에 실업자로 분류되지도 않는 사람들이다. '쉬었음' 인구는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증했다가 다시 내려오지 않고 유지되고 있다.

▲ [그림 1] 2015~2024년 쉬었음 인구의 변화(연도별 4월 기준)

높은 고용률은 '쉬었음' 인구 또는 비경제활동인구의 증가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 고용률은 해당 연령의 인구 전체를 분모로 하고 취업자 수를 분자로 해서 산출한다. 따라서 높은 고용률은 실제로 인구 대비 취업자 수가 많다는 것을 뜻한다.

지난해 취업자는 32만7000명 늘어났고 15~64세 고용률(OECD 비교기준)은 69.2%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월별로는 지난해 5월과 6월에 15~64세 고용률이 69.6%로 가장 높았다. 박근혜 정부의 염원이었던 고용률 70%에 근접한 수치였다. '민간' 대기업을 지원하면서 낙수효과를 기다리는 것 외에 별다른 일자리 정책도 없었던 윤석열 정부에서 어떻게 이런 성과가 나왔을까?

17일 통계청이 내놓은 '2024년 4월 고용동향'을 보면 4월 취업자는 1년 전보다 26만1000명 증가했다. '15~64세 고용률'은 69.6%로 양호하게 나왔고, 고령자 취업이 늘어나는 현실을 반영한 지표인 '15세 이상 고용률'은 63.0%를 기록했다. 둘 다 통계 작성 이후 4월 기준 역대 최대라고 한다. 실업자가 1년 전보다 8만1000명(10,0%) 증가하긴 했지만, 정부는 “2022~2023년 코로나 극복으로 실업자가 감소한 기저효과”라고 설명한다. 기재부는 "고용률과 경제활동참가율(65.0%)이 모두 4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하면서 견조한 고용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자평했다.

○ 4월 취업자 26만1000명↑...고용률, 통계작성 이래 최고(종합)(24.05.17 아시아경제)
○ 수출 호조에 4월 취업자 26만명 증가...고용률 69,6% '역대 최고'(종합)(24.05.17 헤럴드경제)
○ 4월 취업자 26만 증가... 실업자도 8만 늘어, 3년 만 최대(24.05.17 국민일보)
○ 취업자 20만명대 회복했지만...실업자 증가폭 3년만에 최대(24.05.17 서울신문)
○ 4월 취업자 20만명대 회복...40대·청년층은 줄어(24.05.17 연합뉴스TV)
○ 1년 전보다 4월 취업자 26만 증가...60대 늘고 청장년층 감소(24.05.17 한겨레)
○ “고용률 호조라는데, 일은 누가?” 60대 취업자 30만 육박..'2040' “더 줄었다”(24.05.17 JTBC)
○ '경제 허리' 40대, 취업자수 9만명 감소...빈곤 경고등 지속(24.05.17 1코노미뉴스)

우선 4월 고용동향에 대한 언론의 해설 기사를 훑어보자. <아시아경제>와 <헤럴드경제>는 정부의 해설을 거의 그대로 전달했다. 수출이 늘어서 제조업 고용이 증가한 것과 고용률이 통계 작성 이래 역대 최고치라는 점 등을 긍정적으로 부각시켰다. <국민일보>와 <서울신문>은 고용률이 최고치라는 점과 함께 실업자가 증가한 사실을 짚었다.

JTBC, 연합뉴스TV, <한겨레>는 60대와 청장년층 취업자 수의 증가세 차이에 주목했다. 연합뉴스TV는 "사회 초년생과 경제 허리층인 20대와 40대 취업자가 감소하고, 빈 일자리 대부분을 60대 이상이 채우는 일자리 양극화 현상"이 여전하다고 분석했다. JTBC 역시 "사실상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전체 증가세를 이끌었"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매달 발표하는 고용동향 자료를 가지고 작성하는 기사들은 대체로 비슷비슷하다. 눈에 띄는 보도로는 40대 취업자 수 감소 현상을 자세히 다룬 <1코노미뉴스>의 기사가 있었다. 기사는 40대 취업자 수가 22개월 연속으로 감소했고 '쉬었음' 인구도 40대에서 가장 크게 증가했다면서 "경제허리로 불리는 40대에서 발생한 일자리 격차는 경제적 양극화와 빈곤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홀로 생계를 책임지는 40대 1인 가구의 타격"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어떤 보도가 나왔는지 훑어봤으니, 이제 '고용률 서프라이즈 행진'의 이면을 한번 들여다보자. 수치상으로 고용 상황이 어느 때보다 좋은데도 일반 경제 주체들이 체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의 통계 자료와 언론 보도를 기반으로 찾아낸 이유들은 다음과 같다.

첫째, 1시간만 일해도 통계상으로는 '취업자'가 된다.

통계청은 "조사대상 주간에 1시간이라도 수입을 목적으로 일한 사람"을 취업자로 분류한다. 또 수입 목적이 아니더라도 가족이 경영하는 농장 등에서 주 18시간 이상 일한 사람도 취업자가 된다. ILO(국제노동기구)와 세계 각국이 공통적으로 이런 기준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설명이다. 그래서 고용률을 계산할 때는 단시간 노동자도 취업자에 포함된다.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36시간 미만 취업자는 전년 동월 대비 36만5000명(6.1%) 증가했고 36시간 이상 취업자는 9만4000명(-0.4%) 감소했다. 단시간 노동자의 증가는 단기적 추세가 아니라 최소 5년 전부터 통계로 확인되는 현상이다. 주당 평균 취업시간이 36시간 미만인 '단시간 취업자' 수는 2019년 540만2000명에서 2022년 802만8000명으로 늘어났고, 2023년에는 679만5000명으로 조금 줄어들었다. 전체 취업자 중 단시간 취업자의 비율도 2019년에는 19.9%였지만 2022년에는 28.5%에 달했다(2023년의 경우 23.9%로 감소). 17시간 미만 취업자도 2019년 182만1000명에서 2023년 226만8000명으로 부쩍 늘었다. 17시간 미만 취업자는 팬데믹 기간에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팬데믹이 끝나고 나서도 그 수가 줄어들지 않고 오히려 더 늘어났다.

▲ [그림 2] 2019~2023년 단시간 취업자 수와 비율

단시간 노동을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취업자도 있겠지만, 그런 사람이 다수는 아닐 것이다. 단시간 취업자의 증가는 제조업 일자리가 줄고 서비스업 일자리가 늘어난 것과 관련이 있다. 또한 17시간 미만 초단기 취업자 수의 증가는 주휴수당·퇴직금·유급 연차휴가 등을 피해가기 위한 '쪼개기 계약'이 성행하는 현실을 반영한다. 즉 높은 고용률과 별개로 노동자들이 체감하는 고용시장 상황은 오히려 나빠지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둘째, 60세 이상 고령층 취업자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다.

2023년 취업자 수 32만7000명 증가했다. 그런데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 취업자 수가 36만6000명 증가했다. 신규 일자리가 60세 이상에 편중되어 있었을 뿐 아니라 다른 연령대의 취업자 수는 감소했다는 뜻이다.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가 전체 취업자 수 증가를 웃도는 현상은 2023년 2월부터 나타났다. 그 이후로 2024년 4월 현재까지 단 3차례(2023년 10월, 2024년 1월과 2월)만 빼고 60세 이상 취업자 수 증가가 전체 취업자 수 증가보다 많았다. 노후가 보장되지 않는 사회에서 고령층이 취업시장으로 대거 진출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운수업 등 청년층이 충분히 유입되지 않는 업종에서는 고령층이 퇴직 연령을 넘겨서도 계속 일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셋째, 보건업 및 사회복지업이 취업자 수 증가를 견인하고 있다.

전체 연령대의 산업별 취업자 증감을 살펴보면 2022년, 2023년 2년 연속 취업자 수가 증가한 산업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2년간 32만3000명), 숙박 및 음식점업(19만8000명), 정보통신업(13만7000명), 전문․과학기술업(13만9000명), 공공행정 및 사회보장(9만6000명) 등이다. 그런데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유입 등으로 취업자 수가 크게 증가했던 숙박 및 음식점업의 경우 올해 들어서는 취업자 수가 감소로 돌아서는 등 증가세가 꺾이는 모습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전체 취업자 수는 32만7000명 증가했고, 그 중에서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의 취업자 수는 14만3000명 증가했다. 신규 일자리의 44%가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서 창출된 셈이다. 그리고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는 60대 여성 취업자가 많다. 60대 여성은 5명 중 1명이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에 취업한다. 그리고 사회복지 분야의 대표적 일자리 중 하나인 요양보호사의 경우 현업 종사자의 3분의 2가 60대 이상이다.

60대 여성 취업자 수가 60대 남성 취업자 수보다 빠르게 증가하는 현상도 보건업 및 사회복지서비스업 일자리 증가로 설명된다. 지난 4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60대 여성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18만2000명 증가(고용률은 1.2% 증가)했고 60대 남성 취업자 수는 11만명 증가(고용률은 –0.3% 감소)했다. 업종별로 보면 60대 남성은 주로 건설업, 제조업, 운수창고업 등에 취업하는 비중이 높다.

이렇게 본다면 최근 취업자 수 증가의 키워드는 '60대 이상', '여성', '돌봄'이라고 말할 수 있다.

넷째, 청년층 일자리의 질이 담보되지 못한다.

청년층(15~29세) 고용률은 2022년 46.6%였고 2023년 46.5%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이번 4월 조사에서도 청년 고용률은 46.2%로 양호한 편이다. 문제는 일자리의 질적 측면이다.

경향신문이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월평균 청년층 취업자 389만9000명 가운데 단순노무직이 34만9000명이었다. 5년 전인 2018년에 비해 인구가 감소하고 취업자도 5000명 줄어들었지만 청년층 단순노무직은 약 2만명 증가했다. 전체 청년층 단순노무직 중에서는 택배와 배달 등 운수‧창고업 취업자 비중이 많이 늘어났다.

20대의 경우 2023년 기준으로 숙박 및 음식점업 취업자가 57만4000명으로 제조업 취업자(55만5000명)보다 많았다. 그동안 20대 취업자가 가장 많이 종사하는 업종이었던 제조업이 다른 업종에 역전당한 것은 통계 작성 이후 처음이었다. 이제 지방 중소기업 중심인 제조업 일자리는 임금이나 안전 등의 이유로 20대에게 매력적인 일자리로 다가오지 않는다. 하지만 숙박 및 음식점업 일자리도 20대 청년에게는 평생 직업이라기보다 아르바이트에 더 가까울 것으로 짐작된다.

우리 사회가 청년에게 괜찮은 일자리를 충분히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조사 청년층 부가조사 결과로도 확인된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청년층의 첫 직장 평균 근속기간은 전년 동월 대비 0.2개월 감소한 1년 6.6개월이었다. 첫 일자리를 그만둔 사유로는 절반에 가까운 45.9%가 보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을 꼽았다. 노동조건이 어떻기에 청년층이 만족하지 못할까? 20대의 첫 일자리 임금이 150만~200만원 미만인 경우가 35.7%로 가장 많았고 150만 원 미만인 경우도 15.7%나 있었다. 아무리 첫 일자리라고 하지만 이렇게 낮은 임금으로는 청년층에게 노동 의욕을 불러일으키기가 힘들 것 같다.
다섯째, 3040 '쉬었음' 인구가 너무 많다.

한창 경제활동을 할 나이인 30대와 40대에서 쉬었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 3040 '쉬었음' 인구는 지난 2월 60만2000명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고, 지난 3월에도 57만3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4.9% 증가했다. <그림 3>을 보면 30대와 40대 '쉬었음' 인구가 코로나 팬데믹을 기점으로 급증했다가 2024년 4월 현재까지도 내려오지 않고 있다. 30대와 40대가 쉬거나 방황하고 있다는 것은 임금이나 노동조건 등 질적인 측면에서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 [그림 3] 2018~2024년, 3040 '쉬었음' 인구의 변화(보라색: 30대 / 청록색: 40대)

40대는 아예 고용이 무너지는 양상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40대 취업자가 5만4000명 감소했다. 40대 취업자 수는 지난해 1월부터 12월까지 줄곧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60대 이상 취업자 수가 40대 취업자 수를 웃돌았던 것도 지난해 처음 나타난 현상이다.

2023년에는 40대 남성의 취업자 수 감소가 특히 심각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40대 여성 취업자 수는 1만3000명 증가했지만 40대 남성 취업자 수는 6만7000명이나 감소했다. 그리고 2024년 4월에는 40대 남성, 여성 모두 취업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감소했다. 40대 남성의 경우 인구가 6만6000명 감소하는 동안 취업자 수는 8만7000명 감소했다. 제조업과 도소매업, 건설업의 부진에 원인이 있을 것으로 짐작된다.

여섯째, 생산연령인구가 감소하면서 착시효과가 생길 가능성이 있다. 15~64세 인구는 2020년부터 감소하기 시작했다. 또한 전체 생산연령인구에서 청년층 인구가 차지하는 비중도 감소하고 있다. 따라서 청년을 위한 고부가가치 일자리가 창출되지 않고 불안정 일자리만 늘어나도 고용률은 높게 유지될 수 있다. 심지어 특별한 신규 고용 창출이 없이 기존 일자리를 유지만 해도 고용률이 상승할 여지가 있다. 앞으로 생산연령인구는 더 가파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니, 정부가 발표하는 고용률 통계를 해석할 때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겠다.

요약하자면 역대 최대 고용률의 이면에는 단시간 노동자의 증가가 있다. 취업자 수 증가는 연령별로는 60대 이상이 압도적으로 많고, 업종별로는 돌봄의 기여도가 크다. 그리고 과거에 청년실업 문제가 두드러졌던 것과 달리, 지금은 20대에서 40대까지 전반적으로 고용 상황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고용의 질 문제는 단시간 노동자, 저임금 노동자, 노동자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자, 원청과 교섭 한 번 하기 힘든 하청노동자가 증가하는 현실과 관계가 깊다. 숫자만 보고 고용률이 높다고 좋아하고 있을 때가 아니다.

* 참고

- 통계청 <고용동향>, 2022년 7월~2024년 4월.
- 고용률 높다지만 '주40시간' 환산땐 노인-청년취업 100만명 급감(23.11.29 동아일보)
- “60대에도 일해요”…58% 넘은 60대 고용률 '역대 최대'(24.02.24 뉴시스)
- “역대 최고 고용률” 들춰보니···청년 10명 중 1명은 '단순노무직'(24.03.17 경향신문)
- 고용률 최고라는데…그냥 쉰 3040 '최대'(24.03.13 한국경제)
- 고용률 '최고'라지만… 그저 쉬고, 구직 단념한 '30대'는 계속 는다(24.03.13 조선일보)

[안진이 더불어삶 대표(livewithal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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