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모르냐’ 하지마시고”… 병의원 신분증 확인 첫날 곳곳 혼란

이지운 기자 2024. 5. 21.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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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안과 의원.

눈에 이물감을 느껴 의원을 찾은 이모 씨(59)가 접수대 앞에서 "오늘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는 직원 말을 듣고 당황하며 말했다.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금지된 '진료 거부'에 해당된다"며 "일선 병의원의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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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다닌 병원인데…” 불만 속출
급히 온라인 신분증 내려받기도
신분증 없으면 건보 적용 못받아
진료 2주내 제출땐 사후적용 가능
20일 서울의 한 병원 접수대에 병원 방문 시 신분증을 꼭 챙겨 달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이날부터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지참하지 않은 환자는 건강보험 혜택을 못 받고 진료비 전액을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주민등록번호가 기재되지 않은 신형 여권(남색)은 신분증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주민등록증을 안 가져왔는데…. 10년째 이 병원에 다니는데 오늘 정말 진료 못 받나요?”

20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의 한 안과 의원. 눈에 이물감을 느껴 의원을 찾은 이모 씨(59)가 접수대 앞에서 “오늘부터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을 못 받는다”는 직원 말을 듣고 당황하며 말했다. 운전면허증 등도 없었던 이 씨는 결국 대기실 한쪽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건강보험증’을 발급받았다.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지 않다 보니 직원 도움을 받으며 본인 인증 등을 거치는 데 10분가량 걸렸다.

● “어떻게 돌려보내나” 확인 없이 진료도

이날부터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이 시행되며 모든 의료기관을 방문할 때 신분증이나 모바일 건강보험증이 있어야 건강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게 됐다. 타인 신분을 도용해 향정신성의약품 등을 처방받거나 해외 거주자 등이 지인 명의로 건강보험 혜택을 누리는 걸 막기 위한 조치다. 다만 단골 병원의 경우 한 번 본인 인증을 하면 6개월 동안은 다시 신원 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20일 울산 남구의 한 의원에 “내가 누구다” “나를 왜 모르느냐”고 하지 말고 신분증을 지참해 달라는 환자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병의원들은 혼선을 줄이기 위해 입구에 안내문을 붙이고 예약 환자에게 사전에 문자메시지로 내용을 알렸다. 하지만 현장에선 크고 작은 소동이 이어졌다.

서울 종로구의 한 의원에선 간호사들이 접수대에서 한 명씩 신분증을 검사하다 한 환자가 “신분증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하자 “다시 방문해달라”며 돌려보내기도 했다. 복통을 호소하던 박모 씨(47)는 “신분증을 잃어버린 상태에서 회사와 가까운 병원을 방문했는데 진료가 안 된다고 해 당황했다”고 말했다.

신분증을 안 가져온 경우에도 진료를 받을 순 있지만 건강보험 적용이 안 돼 평소의 3∼4배인 진료비를 내야 한다. 14일 내 신분증과 진료비 영수증 등을 제출하면 건강보험이 사후 적용돼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이를 위해선 다시 병원을 방문해야 한다.

일부 병원은 신분증을 안 가져온 고령 환자들에게는 본인 확인을 생략하기도 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동네병원장은 “불편한 몸을 이끌고 온 환자들까지 어떻게 돌려보내느냐”며 “얼굴 다 아는 할머니까지 신분증을 확인하는 건 부정수급 방지란 제도 취지에도 안 맞는다”고 했다. 서울 도봉구의 한 가정의학과 원장은 “신분증이 없는 환자가 ‘나를 무시하느냐’며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경찰을 불러야 하나 고민했다”고 말했다. 병원이 환자 본인 여부를 확인하지 않았다가 적발되면 100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게 된다. 다만 8월 19일까지는 계도기간이라 실제 과태료를 부과하진 않는다.

● “설익은 정책이 부작용 키워” 지적도

김동석 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신분증이 없으면 건강보험 적용이 안 되는데 그렇다고 환자를 진료하지 않으면 법적으로 금지된 ‘진료 거부’에 해당된다”며 “일선 병의원의 혼선이 크다”고 말했다. 모바일 건강보험증에는 본인 사진이 없고 다른 사람 스마트폰에도 설치할 수 있어 ‘반쪽짜리’ 본인 확인이란 비판도 나온다. 이에 공단은 본인 명의 스마트폰에만 건강보험증을 내려받을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이상환 기자 payback@donga.com
박경민 기자 me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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