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부터 현대까지… 신발의 역사와 문화 한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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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늘 나더러 이르되 둘이 머리 세도록 살다가 함께 죽자 하시더니 어찌하여 나를 두고 먼저 가시는가.'
1998년 경북 안동시 고성 이씨 분묘에서는 머리카락과 마(麻)를 엮은 미투리(삼이나 모시 등을 가늘게 꼬아 만든 신발)와 더불어 이 같은 내용의 한글 편지가 발견됐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신발의 역사와 이에 담긴 문화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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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사한 남편 무덤에 넣은 ‘미투리’
조선왕실 의례용 ‘석’ 등 316건 전시
1998년 경북 안동시 고성 이씨 분묘에서는 머리카락과 마(麻)를 엮은 미투리(삼이나 모시 등을 가늘게 꼬아 만든 신발)와 더불어 이 같은 내용의 한글 편지가 발견됐다. 양반 신분의 이응태(1556∼1586)가 서른한 살에 병사하자, 아내가 남편을 그리워하는 편지를 써서 관에 넣은 것이다. 남편이 쾌유해 신고 다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정성스레 만든 미투리에는 애절한 부부의 사랑이 묻어난다.
국립대구박물관은 개관 30주년 기념 특별전 ‘한국의 신발, 발과 신’을 연다. 14일 시작되는 전시는 9월 22일까지 열린다. 고대부터 현대까지 우리나라 신발의 역사와 이에 담긴 문화를 다룬다. 총 7부로 구성된 전시에선 짚신과 나막신, 왕실 신발을 비롯해 관련 풍속화 등 316건 531점을 선보인다.
전시에선 신분제 사회에서 권력을 보여주는 다양한 신발을 볼 수 있다.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왕실의례 때 구장복(九章服)과 적의(翟衣)를 각각 갖춰 입은 뒤 신은 비단 신발 ‘석(舃)’이 눈길을 끈다. 고려시대 신하들이 신은 발목 높은 가죽신 ‘화(靴)’도 전시됐다. 보물로 지정된 ‘안동 태사묘 삼공신 유물’ 중 하나로 보존 처리 이후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조선시대 혼례 때 활옷을 입은 신부가 신던 꽃신에서는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완성한 화룡점정(畵龍點睛)을 감상할 수 있다.
망자를 추모하기 위해 무덤에 묻은 신발들도 선보인다. 중국 지린성 지안시에서 출토된 고구려 금동신발을 비롯해 백제 무령왕비 금동신발, 경주 식리총 출토 금동신발 등 삼국시대 금동신발들을 한데 모았다. 고영민 대구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삼국의 금동신발을 통해 금속공예 기술과 더불어 당시 사람들의 내세관을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 최초로 히말라야 8000m 고봉 16좌를 등정한 엄홍길 산악인의 등산화와 한국 불교계를 이끈 고승인 성철 스님(1912∼1993)의 고무신 등 각계 유명 인사들의 신발도 선보인다.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된 황해봉 화혜장(전통 신발을 만드는 장인)이 만든 가죽 신 ‘혜(鞋)’가 벽면을 가득 채웠다.
‘기후를 극복한 신발’ 코너에서는 비오는 날 신은 삼국시대 나막신과 눈길에 신는 설피 등을 선보인다. 고영민 연구사는 “이번 전시를 통해 신발이 단순히 발을 보호하는 기능을 넘어 다양한 사회문화적 의미를 가진 물품이었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지원 기자 4g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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