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준영 칼럼] 언행일치

경기일보 2024. 5. 21. 03:0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윤준영 한세대 휴먼서비스대학원 공공정책학과 교수

인간은 누구나 선천적으로 자신의 생존 이유에 대해 확신해야 하고 생존력의 완성을 위해 생리적 욕구인 식욕과 수면욕 외에도 심리적 욕구로 자기가 누구인지를 남에게 보여주고 이를 인정받으려는 인정욕구가 있다. 그렇기에 타인에게 내가 누구이며 어떤 사람인지를 끊임없이 어필해 추종세력을 만드는 것은 생존을 위해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남에게, 혹은 자기 자신에게 인정받는 일은 자기가 생존할 이유가 충분하다는 것을 확신하는 일로 자신이 가치 있는 존재라는 믿음, 즉 자신감이나 자부심을 갖게 함으로써 살아갈 맛을 느끼게 하고 삶의 목표까지 생기게 만드는 기제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생존적 필수 욕구인 인정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수많은 수단을 활용하지만 대부분은 일차적으로 사람에 대한 호감을 그가 이야기하는 ‘말’에서부터 찾는다. 역사만 보더라도 대중의 심금을 울리고 대중을 선동하는 멋진 연설들로 역사를 바꾼 사례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너무나도 많다. 성경 신명기에 나오는 이스라엘로 가는 방랑을 끝내며 모세가 한 연설이나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처칠의 연설은 국가뿐만 아니라 세계의 역사를 바꿔 놓은 훌륭한 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렇듯 분명 말은 일차적으로 상대방의 생각을 바꾸게 하는 훌륭한 힘이 있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말이라도 이를 실행하는 ‘행동’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그 말은 순간적으로 대중의 생각을 바꿀 수 있을지는 몰라도 마음을 움직이기는 힘들다. 특히 대중의 생각을 움직이고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하는 정치 지도자들이라면 순간적인 말로 대중을 현혹할 수는 있지만 말 뒤에 그가 취하는 행동을 보면서 그 말의 진정성 유무를 대중들은 평가한다.

얼마 전 총선 직후 총선 참패로 인해 “총선 민심을 잘 살피고 민의에 귀 기울이겠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1년11개월 만에 야당과의 소통, 협치를 위해 야당 총수와의 영수회담을 개최했다. 하지만 채상병 특검법의 국회 통과로 인해 여당은 채상병 특검법에 대해 대통령에게 거부권을 건의한다고 시사했고 대통령실은 이에 대해 입법 폭주라고 대응하며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비서실장을 통해 밝히며 결국 2년간의 긴 기다림으로 성사된 영수회담의 협치는 ‘삼일 협치’로 끝나 버렸다. 여당의 총선 참패에 죄송하고 총선 민심을 잘 살피겠다던 대통령이 총선이 끝나자 강조하던 협치는 온데간데없이 바로 거부권을 시사한 것이다.

이번에 대통령이 거부권을 다시 실행한다면 벌써 10번째 거부권 행사로 문재인 대통령은 재임 기간에 거부권을 단 한 차례도 행사하지 않았지만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이 재임 동안 행사한 거부권을 합한 것보다도 많다. 더욱이 문제는 총선 민심을 살피고 야당과의 협치를 얘기하면서 16일 여당 초선 의원들과의 만남에서는 “정부, 여당으로서의 권한이 있으니 소수라고 기죽지 마라”며 거부권을 야당과의 협상 카드로 적극 활용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보아 대통령의 협치는 말과 행동이 달라 진정성이 없었고 성난 민심을 잠깐 달래주는 ‘정치적 쇼’에 불과했다.

에이브러햄 링컨은 말했다. “당신은 모든 사람을 잠시 동안 속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사람들을 항상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항상 속일 수는 없다.” 대통령이 총선 이전에 대국민 간담회를 개최하며 국민께 약속한 지원액만도 1천조원이 넘는다. 이를 실행하는 계획은 진행되고 있는가? 달콤한 말로 잠깐의 정치적 위기를 모면할 수는 있다. 하지만 잠깐의 위기를 모면하고자 뱉었던 말이 행동으로 실행되지 않으면 더 큰 위기가 올 수 있음을 대통령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경기일보 webmaster@kyeonggi.com

Copyright © 경기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