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릴수록 강해진다… 中기업들, 내수 바탕으로 高성장

유지한 기자 2024. 5. 2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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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의 중국 제재 역설
그래픽=박상훈·Midjourney

‘중국의 ASML’이라 불리는 중국의 1위 반도체 장비 업체 나우라테크놀로지가 지난해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 장비 업체 순위 8위(시장조사 업체 가트너 자료)를 기록했다. 전년보다 순위가 6단계 오르며 처음으로 10위권에 진입했다. 작년 매출은 전년보다 약 50% 늘어난 220억8000만위안(약 4조140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58억6000만위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1% 증가했다. 모두 중국에서 벌어들인 돈이다. 테크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제재로 2022년 전후부터 네덜란드·일본 등의 첨단 반도체 장비를 수입하지 못하게 된 중국 반도체 업체들이 자국 장비를 대거 구매하고 있다”며 “그 결과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의 매출이 증가하는 ‘풍선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전기차 등 첨단 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자, 일부 업종에서 중국 기업들의 매출과 기술력이 급성장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과 인구 14억의 거대한 내수 시장 덕분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대중 제재에도 중국의 제조업 자립 계획인 ‘중국 제조 2025′의 목표는 86% 이상 달성됐다”며 “미국의 관세 부과와 제재가 효과가 없음이 입증된 것”이라고 보도했다.

그래픽=박상훈

◇미국이 때릴수록 강해진다

중국 반도체 장비 업체 성장은 나우라테크놀로지뿐 아니다. 다른 중국 업체 AMEC는 올 1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31% 증가한 16억1000만위안(약 3017억원), ACM 리서치 매출은 105% 증가한 1억5220만달러(약 2063억원)를 기록했다. 시장 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최첨단인 노광장비(EUV)를 제외한 세정, 식각 등 대부분 공정 장비에서 중국은 상대적으로 높은 국산화율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중국 정부 차원의 지원도 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2024년 말까지 구형(레거시) 반도체 전용 대규모 팹(반도체 생산 시설) 32곳의 설립을 추진 중이다. 팹 건설이 늘어나면서 장비 기업 매출도 함께 증가한 것이다.

중국 기업의 성장은 미국이 타격을 주려던 IT·통신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1분기 화웨이는 전년 대비 69.7% 성장, 중국 내 스마트폰 업체 가운데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였다. 반대로 지난해 1위였던 애플은 3위로 주저앉았고, 중국 비보와 아너가 1, 2위를 차지했다. 중국인들의 ‘애국 소비’ 덕분이다. IT·통신 기술이 융합된 로봇공학 분야에서도 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특허 수는 일본에 이어 세계 2위다. 샤오미 등 민간 기업이 참여한 베이징 휴머노이드 로봇 혁신센터는 기술력을 바탕으로 조만간 시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중국 샤오미와 유비테크, 푸리에 등의 기술은 세계적으로 앞서나가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 대신 잇몸으로 기술 자립

전기차도 중국이 내수를 바탕으로 미국의 견제에 맞서는 분야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사실상 미국 수출이 막혔지만, 오히려 성장하고 있다. 중국 전기차 업체 BYD는 지난해 4분기 테슬라를 제치고 세계 1위 전기차 업체에 올랐다. 연간 판매량도 300만대를 돌파했다.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중국의 배터리 기업 대부분을 우려 기관으로 지정해 보조금 지원에서 배제했다. 그럼에도 올해 1분기 글로벌 전기차에 탑재된 배터리 사용량은 중국 CATL이 점유율 37.9%로 1위(SNE리서치 자료)를 차지했다. BYD가 점유율 14.3%로 그 뒤를 이었다.

기술 자립도 속도를 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중국 정부가 자국산 전기자동차에 전자부품을 중국산만 사용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실제로 지리자동차·창청자동차 등 중국 전기차 회사들도 차량용 반도체를 생산하고 있다.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미·중 갈등으로 두 나라 과학자들의 협력은 줄어들고 민감한 안보 분야 공동 연구에 제한을 받았지만, 자연과학 분야 영향력 지표인 ‘네이처 인덱스 셰어’에서 2022년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1위를 차지했다.

대중 제재가 완화되면 중국의 제조 경쟁력이 한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중국이 급성장한 분야는 반도체, 스마트폰, 배터리 등 한국의 주력 산업과 밀접하기 때문이다. 안준모 고려대 교수는 “중국은 과거에도 내수 시장만으로 버티며 자체 경쟁력을 키워왔다”며 “제조 선진국과의 격차를 줄이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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