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고 만든 28년 동지… ‘AI 결투’가 시작된다

실리콘밸리/오로라 특파원 2024. 5. 21. 0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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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허사비스 vs MS 술레이만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2016년 3월 바둑 AI(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대국 이후 방문한 카이스트(KAIST)에서 강연하는 장면. /신현종 기자

‘프레네미(Frenemy·친구와 적의 영단어를 합친 용어)’. 요즘 실리콘밸리 테크 업계에선 바둑 AI(인공지능)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허사비스(48)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와 무스타파 술레이만(40) 마이크로소프트(MS) AI(인공지능) CEO의 관계를 이렇게 부른다. 두 사람은 2010년 영국 런던에서 AI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공동 창업, 알파고를 개발해 인간보다 나은 AI의 등장을 현실에서 보여준 인물이다. 현재는 AI 산업의 패권을 쥐려 사활을 건 승부를 벌이는 두 빅테크, MS와 구글의 AI 전략을 책임지고 있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만나, AI라는 외나무다리에서 정면 승부를 벌이게 된 것이다.

첫 결전장은 두 회사의 기술 전략을 발표하는 개발자 회의가 될 전망이다. 21일 미국 시애틀 MS 본사에서 열리는 연례 개발자 회의 ‘빌드(Build) 2024′에는 지난 3월 합류한 술레이만 CEO가 가장 중요한 연례행사의 키노트(기조연설) 연사로 나선다. 술레이만은 MS의 자체 AI 모델인 ‘MAI(마이)-1′을 포함한 AI 연구를 대거 공개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불과 1주일 전인 지난 14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에서 열린 ‘구글 I/O 2024′에는 허사비스 CEO가 처음으로 키노트 연사로 무대에 섰다. 허사비스는 사람처럼 보고 듣고 말하는 차세대 AI 비서 ‘프로젝트 아스트라’를 공개했다.

지난해 11월 영국 블레츨리 파크에서 열린 제1회 글로벌 'AI 안전 서밋'에서 연사로 나선 무스타파 술레이만 마이크로소프트(MS) AI 최고경영자(CEO). /EPA연합뉴스

◇어제의 동지가 오늘의 적으로

두 사람의 인연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영국 런던에서 시리아 이민자인 택시 기사 아버지 밑에서 자란 술레이만은 수재들만 입학한다는 엘리자베스 여왕 학교(QES)에 합격했다. 이 곳은 허사비스의 모교이기도 하다. 우범지대에서 살던 술레이만 가족은 아들의 학교를 위해 이사를 하게 됐고, 술레이만은 그곳에서 하사비스 가족이 운영하는 수학교실에서 지역 어린인들에게 체스를 가르쳤다. 당시 20세였던 허사비스는 이미 체스 천재로 유명했고, 최고 명문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컴퓨터 과학을 전공하던 대학생이었다.

체스·포커게임 등 취미를 공유했던 두 사람은 2010년 런던의 빅토리아 카지노에서 만나 미래 세상을 바꿀 기술에 대해 논의했다. 딥마인드의 시작이었다. ‘문샷(moonshot·달 탐사와 같은 도전적 연구)’ 기술 개발에 대한 열망이 컸던 허사비스와, 첨단 기술을 사회 이익 증대에 활용해야 한다는 ‘행동주의자’인 술레이만이 의기투합한 것이다.

딥마인드 초기 두 사람은 ‘찰떡 궁합’으로 유명했다. 투자 유치 때 허사비스는 과거 게임 업체 창업 경력을 통해 쌓았던 투자자 네트워크를 활용했다. 술레이만은 딥마인드의 장기적 비전으로 투자자를 설득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들의 팀워크로 딥마인드는 첫 투자 유치에서만 5000만달러(약 678억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AI 대부들의 진검승부

두 사람의 관계는 딥마인드가 2014년 구글에 인수되면서부터 틀어지기 시작했다. 딥마인드의 ‘얼굴’로 허사비스가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동안, 술레이만은 회사의 AI 응용 연구를 이끌면서도 그늘 속에서 살아야 했다. 2019년 딥마인드 내부에서 술레이만의 직장 내 괴롭힘 문제가 불거졌고, 허사비스는 술레이만을 축출하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아는 사람은 “술레이만은 허사비스가 자신의 등을 찔렀다고 느꼈다”고 전했다.

술레이만은 결국 구글을 퇴사하고 2022년 AI 스타트업 ‘인플렉션AI’를 창업했다. MS는 지난 3월 이 회사를 전격 인수하며, 사내에 ‘MS AI’라는 조직을 신설해 술레이만을 수장으로 앉혔다. 허사비스에게 뒤처지던 술레이만이 공식적으로 구글 딥마인드의 라이벌로 부상한 순간이었다. 이후 술레이만은 AI 인재를 영입하기 위해 런던에 새로운 MS 사무실을 열기도 했다. 이에 대해 허사비스는 술레이만이 스스로를 저명한 AI 전략가로 여기는 것에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는 “두 사람은 여전히 서로 가끔씩 문자를 주고받는다”며 “하지만 허사비스는 (두 사람의 경쟁에 대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치열한 AI 경쟁에서 어릴 적 자신의 뒤를 쫓아 AI 산업에 발을 들인 술레이만에게 져줄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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