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일언] 믿음만 있다면…
“쇼미 더 불교믿어! 부처님 잘생겼다, 부처 핸섬!” 초파일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조계사 앞 사거리에서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 공연이 펼쳐졌다. 무대의 주인공은 ‘뉴진스님’. 개그맨 윤성호의 캐릭터다. 신나는 리듬에 스님과 젊은이들이 몸을 맡기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신성한 부처님 오신 날에 무슨 뚱딴지 같은 일이라 생각하는가? 조계종의 지원을 받는 요즘 한국 불교의 모습이다.
하지만 아직은 이런 새로운 모습이 모두에게 통하는 것은 아니다. 얼마 전 말레이시아 불교계는 뉴진 스님의 자국 공연 취소를 요청하기도 했다. 법복을 입고 목탁을 두드리며 춤추고 노래하는 모습이 소셜미디어로 화제가 된 후의 일이다. 종교의 진정성이 자칫 가볍게 소비될까 우려한 것이리라. 음악에서의 표현의 자유를 종교적 측면에서까지 고려해야 하나 싶지만, 판단의 기준이 사람에 따라, 또 문화에 따라 다른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사실 ’뉴진 스님’의 모습은 기독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특히 대중음악의 트렌드를 찬송가에 결합한 가스펠(복음성가)은 젊은 층의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 미국에서도 흑인 신도가 많은 교회에서는 힙합 음악에 맞춰 래퍼가 등장하기도 한다. 예배인지 콘서트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이다. 또 거기에서 개인의 음악적 여정이 시작되기도 하는데, 지난해 BBC 카디프 콩쿠르에서 두루마기를 입고 우리 가곡 ‘동심초’로 우승한 테너 김성호는 고교 시절 교회 성가대에서 성악가의 꿈을 키웠다고 한다. 니컬러스 하크니스 하버드대 인류학과 교수도 클래식 한류를 이끄는 성악가들과 기독교의 관계성에 주목한 바 있다.
물론 삶의 성찰과 믿음을 이야기하는 종교가 한철 유행처럼 여겨져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갈수록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종교가 신나는 음악으로 일상을 위로해 줄 수 있다면 좋은 일 아닐까? 흥겨운 리듬에도 그 가르침은 충분히 담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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