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편식 선호가 글로벌 트렌드… 라면·김밥이 K푸드 대표 된 이유”

방현철 기자 2024. 5. 21.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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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현철의 경제로 세상 읽기] ‘푸드 트렌드’ 연구하는 문정훈 서울대 교수

라면, 김밥, 김치 등 K푸드 수출액이 작년 120억2000만달러로 사상 최고액을 기록했다. 라면과 김 수출은 작년 ‘1조원 시대’를 열었다. 올해도 K푸드 수출은 순항 중이다. 농식품 수출은 1~4월 작년보다 6% 넘게 늘었고, 심지어 최근엔 김 수출이 늘다 보니 국내 김값까지 오른다고 한다. K푸드에 대한 장밋빛 전망도 쏟아진다. 정부는 지난 2월 ‘한식 산업 글로벌 경쟁력 강화 전략’을 내고, 한식 산업 규모를 기존 152조원에서 2027년 300조원으로 키우겠다고 했다. 최근 만난 푸드 트렌드 전문가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건강, 간편, 일상식’이라는 3대 글로벌 푸드 트렌드에 맞춰 한식이 진화한다면, K푸드 산업이 장래에 우리 경제를 이끌 핵심 동력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푸드비즈니스랩을 이끌고 있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문정훈 교수가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K푸드 트렌드에 대해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남강호 기자

◇ K푸드 경쟁력은 어디서

- 해외서 라면, 김밥 등이 인기다. 원래 대표 한식은 불고기 아닌가.

“최근 인기를 끄는 K푸드 특징을 보면 모두 캐주얼하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것들이다. 이동하면서도 쉽게 먹을 수 있는 음식, 간편하게 구해서 먹을 수 있는 음식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가격도 저렴하다. 불고기나 갈비는 음식으로선 훌륭하지만 외국에선 한식당을 가야 해 접근성이 떨어진다.”

- K푸드는 ‘한식’과 다른가.

“한국인이 자주 먹는 일상식 메뉴 ‘톱20′을 조사해 봤다. 1위는 당연히 밥이었다. 2위가 국, 3위가 찌개다. 라면이 4위, 김밥이 7위, 치킨이 8위다. 라면, 치킨 등을 전통 음식이라 할 순 없지만, 지금 이 시대 한국인이 일상식으로 주로 먹고 있다. 그래서 넓은 의미의 한식이라 해도 틀린 얘기는 아니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 K푸드 인기의 배경은.

“떡볶이 사례로 풀어 보겠다. 음식 전문가나 해외에서 음식 사업하는 사람들은 떡볶이를 서양인들이 가장 접근하기 힘든 품목 중 하나로 봤다. 서양인들은 떡의 식감이 고무 같고 이상하다고 했다. 그랬는데 BTS가 떡볶이를 먹는 영상을 보고, 외국에서 다들 사 먹는다. 익숙하지 않은 음식을 입에 넣는 것은 굉장히 두려운 것이다. 그런데 유튜브 등에서 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먹는 걸 보면 그런 두려움이 극복되는 것이다. K푸드는 K컬처가 퍼지는 것과 같이 가고 있다.”

BTS 멤버들이 떡볶이를 먹는 모습. /유튜브 BTS 공식 채널 캡처

◇ 글로벌 음식 소비 행태의 변화

- 전 세계 음식 소비 트렌드가 K푸드 확산과 관련 있나.

“최신 글로벌 푸드 트렌드는 세 가지다. 우선 건강하게 먹고 싶다는 생각이 퍼진다. 건강에 도움 되는 음식을 자신의 생활 방식에 녹여 넣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었다. 둘째, 조리하는 데 드는 노력과 비용은 줄이고 싶어 한다. 마지막으로 다른 사람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일상식 형태였으면 좋겠다는 요구가 늘고 있다. 우리로 치면 밥, 국, 고기를 함께 둘러앉아서 먹는 일상식처럼 식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건강을 챙기면서도 요리 행동은 줄이지만 뭔가 일상식 형태로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세 가지 트렌드가 같이 가고 있다.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K푸드가 확산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 소셜미디어와 음식의 결합은?

“소셜미디어에서 음식이 강조되는 건 10년 전쯤부터 익숙한 현상이다. 최근엔 그냥 음식 사진만 올리는 게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담아 라이프스타일에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 올리는 추세다. 그냥 ‘맛있는 음식 먹었다’가 아니라 자신은 이런 라이프스타일을 살고 그런 정합성에 맞는 음식 사진을 올린다. 국내 아이돌이나 해외 유명 인사들이 K푸드 사진을 올리면,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좇고 싶은 사람들이 K푸드를 찾게 된다.”

- 채식 증가도 영향을 주나.

“비건 김밥이나 만두가 수출된 것은 사실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식품에 육류나 해산물이 들어갈 경우 검역 규제로 수출이 안 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던 측면도 있다. 해외에서 건강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이 늘면서 ‘육식을 조금 줄이고 식물성을 조금 늘려야 되겠다’라는 사람은 확실히 늘고 있다. 다만, 극단적 채식주의자가 확 늘지는 않는 것 같다. 또 자연스러운 채식을 원하기 때문에 육류 맛이 나는 식물성 고기 같은 제품이 성장한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래픽=조선디자인랩 이민경

◇ K푸드의 핵심 산업화

- K푸드 간편식 인기는 계속될까.

“한식 비즈니스가 확산된다는 것은 외국에서 그 나라 사람들이 자주 가는 대형 마트 매대에서 K푸드를 쉽게 집어서 집에 가서 간편하게 먹을 수 있어야 된다는 뜻이다. 외국에 갈 때마다 마트를 둘러 보는데, 라면 매대에 한국 라면이 많이 진열된 걸 볼 수 있다. 의외로 불닭 라면이 많이 보였고, 신라면, 진라면 정도는 다 있었다. 앞으로 외국 마트에서 된장, 고추장 같은 소스와 국탕류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양에서 국물 음식은 질이 낮다고 보는데, 제가 봤을 때 K푸드의 미래는 국물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2010년대 중반에 우리나라에서 평양 냉면 붐이 일면서 어떻게 하면 국물이 맑으면서도 감칠맛이 자연스럽게 나올지 셰프들이 연구를 많이 했고, 그 결과 한 단계 이상 업그레이드됐다.”

- 해외 한식당은 어떻게 될까.

“마트에서 K푸드를 쉽게 살 수 있게 된 다음엔 한식당 붐으로 이어져야 한다. 제대로 된 한식 맛을 보자며 한식당을 찾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세계 어디를 가나 중국 음식점이 다 있듯이 말이다. 그들과 비교하면 아직 반의 반도 못 간 상태다. 한식당이 확산되려면 메뉴 이름부터 먼저 표준화돼야 한다. 그리고 한식 식자재 유통이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이뤄져야 한다.”

- K푸드의 다음 대표 주자는?

“한국 사람들은 우리가 먹는 갈비 같은 정말 훌륭하고 화려한 음식이 잘되기를 바랄 것이다. 하지만 지금 보면 빠르게 외국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라면, 치킨같이 의외로 굉장히 간편한 것 중심이다. 그렇다면 K푸드의 미래는 소스류, 김밥 등에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육류를 수출하게 된다면 족발 같은 음식을 단순화한 게 통할 수 있을 것 같다.”

- K푸드가 한국 핵심 산업이 될까.

“당연히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음식에 있어 반도체 역할을 하는 것은 결국 장류, 소스, 그리고 김, 미역 같은 핵심 식재료가 될 것이다. 이런 걸 1차 가공해 수출하고, 외국에선 그걸 사다가 나름대로 요리를 하게 된다면 거대한 산업이 만들어질 수 있다. 외국인이 현지에서 한식을 자신의 음식에 녹여내고 싶을 때, 월마트, 타깃 같은 대형 마트에서 한식 식재료를 사서 된장 타코, 고추장 타코 같은 걸 만들어 먹게 된다고 상상해 보자. 그렇게 되면 K푸드 산업은 우리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문정훈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글로벌 음식 소비 트렌드를 ‘건강, 간편, 일상식’이라는 키워드로 정리했다. /남강호 기자

“단백질 섭취에 진심인 젊은 세대 등장… 혼밥 위한 ‘원 핸드 푸드’ 유행”.

문정훈 교수는 최근 국내에서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단백질 섭취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는 새로운 트렌드가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국내 푸드 트렌드는.

“건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에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극단적으로 단백질 섭취가 유행하는 현상이 벌어졌다. 예컨대 코로나 기간 동안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품목은 닭가슴살이다. 단백질 파우더, 단백질 바 수요도 늘었다. 심지어 음료수로 단백질 드링크를 마신다. 일상식도 당, 탄수화물을 줄이고 단백질을 강화한 도시락을 먹는 식이다. 그런데 단백질 강화는 쉽지 않은 문제다. 식감과 냄새가 좋지 않다. 그래서 식감을 높이고 냄새를 줄이는 게 과제다. 또 단백질을 많이 먹으면 신장에 장애가 올 수 있어 극단적으로 가는 건 우려스럽다.”

―혼밥 추세도 강해지는데.

“혼자 먹을 때는 스마트폰을 보면서 먹는다. 그러다 보니 한 손에 쥐고 먹을 수 있는 음식이 유행이다. 소위 ‘원 핸드 푸드(one hand food)’가 늘어난다. 또 국물은 사라지고 대신에 음료수를 마신다. 음료수로는 펩시 제로 슈거 등 제로 음료나 단백질 드링크를 선호한다.”

―푸드테크 추세는.

“한때 푸드테크로 대체육 등에 대한 연구가 많았다. 하지만 지금 가장 많이 연구되는 분야는 로보틱스 쪽이다. 은퇴자들이 요리를 전혀 못 해도 프랜차이즈 음식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하려는 수요가 많기 때문이다. 인력 구하기가 어려워진 탓도 있다. 식당의 안정적 운영을 위해 로봇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많다.”

☞K푸드

불고기 등 전통 한식뿐 아니라 라면, 치킨 등 세계인이 선호하는 한국 음식을 가리키기 위해 K푸드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문정훈 교수는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에서 학·석사 학위를 받고 뉴욕주립대에서 경영학 박사 과정을 마쳤다. 카이스트에서 경영학을 가르쳤고, 현재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와 푸드테크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푸드비즈니스랩을 이끌고 있다. 먹고 마시고 노는 산업, 즉 인간을 행복하게 만드는 산업에 관해서 연구한다. 저서로 ‘푸드 로드’ ‘우리 한닭 이야기’ 등이 있다. 매년 ‘푸드 트렌드’를 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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