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년 '싱글벙글쇼' 폐지·최화정도 하차, 라디오도 다 죽어 [Oh!쎈 이슈]

연휘선 2024. 5. 20.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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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반세기 넘는 시간을 존재했던 '싱글벙글쇼'가 폐지된다. "안녕하세요, 최화정이예요". 간드러지는 원조 꿀성대의 DJ 최화정도 '파워타임'을 떠나는 상황. 장수 프로그램에 연명하던 한국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끝나가고 있다. 

20일 MBC 라디오 측은 보도자료를 내고 '싱글벙글쇼' 폐지 소식을 밝혔다. 고민 끝에 편성 51년 만에 '싱글벙글쇼' 문을 닫기로 결정했다는 것. '싱글벙글쇼'는 오는 6월 2일까지 방송되며 후속은 트로트 전문 프로그램으로 새롭게 출발한다. 신규 프로그램 DJ는 아직 미정인 상태라고.

'싱글벙글쇼'는 지난 1973년 첫 방송을 시작한 MBC 라디오 간판 프로그램이다. MBC가 밝힌 바와 같이 무려 51년, 반백년을 넘는 시간 동안 청취자들과 함께 했다. 프로그램을 거쳐간 DJ만 해도 방송인 고(故) 허참, 방송인 고 송해, 성우 고 박일, 성우 송도순 등이다. 

그 중에서도 방송인 강석과 김혜영은 각각 36년과 33년 동안 '싱글벙글쇼' 진행을 맡아 장수 프로그램의 간판 DJ로 뜨거운 사랑을 받았다. 이들의 하차 이후 '싱글벙글쇼'의 위상도 빛바랜 듯 했지만 가수 배기성, 아나운서 허일후, 방송인 정준하 등을 거쳐 지난 2021년부터 코요태 신지가 합류했고 지난 2022년부터는 신지와 방송인 이윤석이 DJ를 맡아 애청자들과 '싱글벙글쇼'를 지켜왔다. 그러나 결국 폐지를 면치는 못한 셈이다.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의 고별은 비단 MBC 라디오 만의 일은 아니다. 당장 지난 17일에는 SBS 라디오 '최화정의 파워타임(약칭 최파타)'를 27년 동안 지켜온 DJ 최화정이 눈물과 함께 하차 소식을 밝혔다. '최파타'는 오는 6월 2일까지 함께 하며, 당장 오늘(20일) 부터는 '최파타' 스페셜 위크로 채워진다는 것.

비록 최화정은 "이 결정은 일찍 했다"라면서도 "예기치 못한 때가 있다. '최파타'를 하면서 잘 마무리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오지영 PD님도 마침 와주셨고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했다. '최파타'를"이라며 끝내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보여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에 앞서 지난 3월에는 23년 동안 SBS 라디오 '아름다운 이 아침 김창완입니다(약칭 아침창)'를 선보였던 DJ 김창완이 청취자들과 작별했다. '아침창' 마지막 생방송에서 집사처럼 옷을 입고 등장한 그는 "'아침창' 가족의 영원한 집사이고 싶었기에 집사 설정으로 옷을 챙겨 입었다"라며 직접 기타 연주를 하고 '이 말을 하고 싶었어요' 라이브 무대를 선보이며 눈물을 쏟았다. 

비록 SBS는 김창완이 러브FM으로 자리를 옮겨 새로운 라디오 프로그램으로 청취자들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밝히긴 했다. 그러나 23년 동안 진행된 '아침창'의 그림자가 진한 김창완과 이를 기대하는 청취자들에게 구태여 새로운 개편이 필요한 지는 의문을 남겼다. 

실시간으로 청취자와 DJ의 소통, 보는 라디오가 등장해도 여전히 소리에 의존해 감성적인 공감과 청취를 앞세우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사실상 연속성이 가장 큰 미덕이다. 언제 어디서든 한결같이 들을 수 있는 매력이 TV는 물론 온갖 영상 콘텐츠가 생겨나는 와중에도 고정 청취자들로 하여금 라디오를 놓지 않게 만들었다. 그러나 다수의 DJ 교체 속에 끝내 폐지를 면치 못한 '싱글벙글쇼'가 보여주듯 다수의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DJ 교체 혹은 편성 변경을 통해 고정 팬들은 사라지고 점진적으로 프로그램도 사라지는 수순을 밟고 있는 실정이다. 

'비디오 킬 더 라디오 스타(Video Killed The Radiostar)'라는 노래가 나온 게 벌써 1979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라디오는 적지 않은 청취자들을 상대로 사랑을 받고 있다. 소수의 청취율 1위 프로그램들에 국한됐다고 하기엔, 어떤 장르도 동시간대 경쟁과 상대적 우열은 존재하는 바. 그럼에도 불구하고 빛 바랜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들이 수십년 세월을 뒤로 하고 문을 닫아가는 것은 결국 그만큼 라디오 채널을 거느린 방송사의 위기와 이에 대한 경계심이 심각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물론 자본 논리에 의해 뜨고 사라지는 숙명이 반드시 라디오 만의 일은 아니며 TV 역시 시즌제 종영의 허울을 쓰고 폐지를 면치 못하는 경우가 허다한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독 '싱글벙글쇼'의 폐지나 '최파타' DJ가 아닌 최화정의 모습은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수십년을 매일 같이 청취자들 앞에 생생한 목소리를 쌓아온 이들의 음성의 질량이 결코 가볍지 않은 까닭이다. / monamie@osen.co.kr

[사진] MBC, SBS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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