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 반발한 ‘서린상사 주총’ 내달 개최… 법원, 고려아연 신청 인용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2024. 5. 20. 2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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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추진
“서린상사 최대주주 권한 행사할 것”
영풍 측 이사회 불참으로 주총 개최 막아
고려아연 경영권 다툼→사업 분리 수순으로
서린상사 임시주주총회 개최와 관련해 고려아연과 영풍이 첨예하게 대립 중인 가운데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그동안 서린상사는 영풍 측 반발로 주주총회를 열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법원이 주총을 열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주총이 열리지 못하면서 서린상사는 현재 상법을 위반한 상태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 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20일 고려아연이 신청한 서린상사 주총 소집 허가 신청을 인용하는 판결을 내렸다. 반면 영풍 측이 제기한 고려아연 의결권 제한 요청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린상사는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이 비철금속 해외 수출을 목적으로 지난 1984년 설립한 종합무역상사다. 주력 사업은 비철금속 수출입과 위탁매매로 주로 영풍과 고려아연이 생산한 비철금속 제품을 다룬다. 비철금속 수출입 분야의 경우 영풍보다 고려아연 비중이 높다. 고려아연 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지분의 경우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지분 49.97%를 보유해 최대주주다. 때문에 고려아연 종속회사로 분류된다. 이사회는 현재 고려아연 측 4명과 영풍 측 3명 등으로 구성됐다. 다만 실제 경영은 영풍 창업주 3세인 장세환 대표 등 3명이 대표이사직을 맡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0년간 해외 거점활성화와 트레이딩 사업 확장 등을 추진해 서린상사 실적 성장을 이끈 것으로 평가받는다. 고려아연의 경우 서린상사를 기반으로 해외 광산 등의 유통·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 영풍과 고려아연 모두에게 서린상사는 역할 비중이 높은 알짜기업인 셈이다.
알짜기업인 서린상사가 상법을 위반하면서까지 정기주총을 개최하지 못한 이유는 고려아연 경영권을 두고 벌어진 영풍 측 장씨 일가와 고려아연 측 최씨 일가의 마찰 때문이다. 고려아연 지배권에 대한 지분경쟁이 벌어졌고 고려아연 주총에서는 배당안과 정관 변경 안건에 대한 표 대결까지 이뤄졌다. 주총 이후에는 영풍 측이 지난해 고려아연이 단행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대한 무효소송까지 제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양측 갈등은 더욱 심화됐다. 공동 창업에 따라 얽히고설킨 지분으로 인해 계열분리는 현실화가 어려운 가운데 고려아연은 소송까지 제기한 영풍 측을 동반자로 볼 수 없다며 사업적 분리를 추진하기에 이른다. 업계에서는 사업적 분리 일환으로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경영권 장악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반발해 영풍 측은 그동안 이사회 불참으로 대응했고 정족수 미달로 서린상사 정기주주총회가 아직까지 개최되지 못했다.

이번 법원 판결에 따라 서린상사 주총은 다음 달 하순경 개최될 예정이다. 주총에서는 재무제표와 사업계획 승인 등 통상적인 안건과 함께 고려아연 측이 요청한 사내이사 4인에 대한 추가 선임 안건 등도 논의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서린상사 주총 안건으로 사내이사 4명에 대한 추가 선임안을 올렸다. 대주주로 정상적인 권한을 행사한다는 취지다. 서린상사 최대주주는 고려아연이지만 그동안 이어져 온 동업자정신에 따라 경영은 장씨 측이 맡아 왔다. 하지만 감산과 조업정지 등 영풍 측 사업차질로 공동 비즈니스에 문제가 발생했고 최근에는 두 기업 동업 관계가 사실상 끊어지면서 이러한 구조를 유지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다. 영풍 측 반발로 주총이 개최되지 못하면서 고려아연 측은 유사 시 별도 상사 설립까지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 측은 장세환 대표가 10여년간 서린상사를 경영하면서 사업 구조를 개선하고 실적을 끌어올렸다면서 고려아연의 일방적인 경영권 장악을 반대하는 입장이다. 이와 함께 당초 고려아연이 제안했다가 중단된 서린상사 인적분할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법원의 이번 결정에 따라 절차에 맞춰 서린상사 주주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라며 “추가 이사진 선임을 통해 고려아연과 서린상사간 시너지를 높이고 양사 소통을 강화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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