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매운맛’이 만든 주가 50만원

박은주 기자 2024. 5. 20. 20: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일러스트=이철원

“저녁에 불닭면을 먹으면 정신이 말짱해지고 살짝 흥분되는데, 저만 그런가요?” 미국 대화 사이트에 이런 질문이 자주 올라온다. ‘스파이스 하이(Spice High)’, 매운맛으로 흥분감을 느낀다는 뜻이다. 마라토너들이 고통의 시간이 지난 뒤 느낀다는 ‘러너스 하이’, 혈당이 쭉 올라갈 때 행복감을 느낀다는 ‘슈거 하이’와 비슷하다. “불닭(Buldak)은 좋은데, 화장실에서 고문당한다”는 하소연도 적잖지만, 자극을 좋아하는 전 세계 젊은이들은 ‘미지의 매운맛’에 앞다퉈 달려들고 있다.

▶라면 시장 3위인 삼양식품은 지난해 약 8000억원, 올 1분기 2889억원어치를 수출했다. 2012년 출시한 붉닭볶음면이 주력이다. 미국 월마트, 코스트코, 아마존 인기 상품이다. 5개짜리 한 봉지가 10~14달러(1만3000~1만8000원)로 비싸다. 총매출은 여전히 3위지만, 영업이익률이 높다. 1분기 실적 발표 후인 지난 17일 주식이 하루에 29.99% 올랐고, 20일에도 상승해 50만2000원이 됐다. 현재 라면 3사 중 최고다.

▶불닭볶음면은 상시 판매되는 10종 외 한정판, 지역판이 나온다. 보통 매운 게 아니다. 매울 신(辛) 자를 쓰는 ‘신라면’보다 3배 이상이다. 국내에선 팔지 않고, 미국에 수출하는 ‘핵불닭볶음면 3배 매운맛’은 신라면보다 거의 10배 더 맵다. 이 정도면 ‘먹는 화학무기’다. 외국 젊은이들은 이걸로 도전 영상을 찍고, 일부 한국인도 외국에서 ‘직구’해 먹는다.

▶캡사이신은 고추가 세균이나 동물로부터 자기방어를 하기 위해 생산하는 물질이다. 캡사이신이 닿으면 혀는 이걸 화상 통증으로 느낀다. 이때 뇌는 심장을 빨리 뛰게 하고, 천연 진통제 엔도르핀을 방출한다. 이게 ‘가벼운 황홀경’을 만든다. 눈에 들어가면 타는 듯한 통증을 유발한다. 그걸 이용해 만든 게 치한 퇴치용 ‘페퍼 스프레이’다. 화학 용어로는 ‘OC(Oleoresin Capsicum)’, ‘화학무기금지협약’에 따라 전쟁터에서는 금지됐지만, 많은 나라가 치안용으로 쓴다. 미국 일부는 “페퍼 스프레이로 60여 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주장한다.

▶식품 성분표를 보면 일반 라면보다 불닭면, 비빔면에 당분이 더 많이 들어간다. 매운맛에 당분이 섞이면 매운맛이 더 강렬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단짠단짠’에 이은 ‘맵짠맵짠’ 열풍에는 ‘고추는 소금보다 몸에 좋다’는 생각도 한몫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매운맛의 다이어트 효과보다 식도궤양이나 위암 위험성을 걱정한다. 매운맛도 좋지만 지나치지는 않았으면 한다.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