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애그테크 석학 “디지털농업도 핵심은 농민 신뢰”

정혁훈 전문기자(moneyjung@mk.co.kr) 2024. 5. 20.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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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농공학회 국제학술대회
‘CIGR 2024’ 국내서 첫 개최
제주 ICC서 개막...23일까지
차기 CIGR 회장 개막 연설
“기술보다 신뢰가 더 중요”
발표자만 550여 명 역대급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20일 열린 ‘CIGR 2024’ 개막식 참석자들이 발표자 연설을 경청하고 있다.
“디지털농업에 성공하려면 세부적인 기술에만 주목할 것이 아니라 큰 그림을 보고 농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에 집중해야 합니다.”

국제농업바이오시스템공학위원회(CIGR) 차기 회장인 클라우스 소렌슨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교수는 20일 제주 국제컨벤션센터(ICC)에서 진행된 ‘제6회 세계농공학회 국제학술대회(CIGR 2024)’ 개막식에서 ‘농업의 디지털 전환’을 주제로 한 기조연설에서 이 같이 밝혔다. 오는 2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행사는 애그테크(Agtech) 분야 세계 최대 규모 학술행사로 4년마다 한 번씩 나라를 바꿔가며 열리며, 국내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클라우스 소렌슨 덴마크 오르후스대학 교수가 ‘CIGR 2024’ 개막식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소렌슨 교수는 “농업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지속 가능해지려면 디지털 퍼스트 전략과 시스템적인 접근, 그리고 학제간 융합이라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며 “그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고, 그 다음으로 연결성과 데이터 공유에 대한 규제를 풀어나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과제들에 비하면 기술적인 한계를 극복하는 것은 오히려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렌슨 교수는 디지털 아그로-푸드 시스템 구축을 위한 접근 방안으로 ‘3I’를 제안했다. 3I는 인클루시브(Inclusive), 인티그러티브(Integrative), 인터-디시플러너리(Inter-dicsiplinary)를 말한다. 포괄적이라는 뜻의 인클루시브는 생산자와 공급망 참여자, 소비자를 모두 연결할 수 있는 시스템의 구축을 의미하며, 통합적이라는 뜻의 인티그러티브는 근본적이고 파괴적인 혁신을 가능하게 하는 데이터 주도 식품시스템의 혁신을 뜻한다. 인터-디시플러너리는 농생태학을 비롯해 공학, 사회과학 등 모든 학문간의 융합을 통한 역량의 구축을 말한다.

이강진 CIGR 2024 조직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소렌슨 교수는 “요즘은 기술이 매우 빠르게 발전하면서 새로 익힌 기술이 금세 구식이 되는 만큼 기술의 교육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늘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며 “디지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너무 세부 기술에만 관심을 가지면 목표 달성이 더 어려워지는 만큼 큰 그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라”고 강조했다.

이어 두 번째 기조연설자로 나선 스티븐 톰슨 미국 농무부(USDA) 산하 국립농식품연구소(NIFA)의 국가연구프로그램 리더는 농민들의 디지털농업 수용성 제고를 위한 방안으로 가상물리시스템(CPS)의 가능성에 주목했다. ‘기술 도입을 통한 인공지능(AI)과 디지털농업 발전’을 주제로 연설한 톰슨 리더는 “그동안 디지털농업의 도입 과정을 살펴봤을 때 농장 관리 측면에서 신기술 도입이 그다지 빠르지 못했고, 의사 결정에 활용할 데이터에 대한 신뢰성 확보도 만족스럽지 못했다”며 “가상물리시스템을 잘 활용하면 디지털농업으로 전환해 나가기 위한 브릿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가상의 공간에 현실과 똑같은 농장 환경을 구축하는 가상물리시스템을 활용하면 농민들의 디지털농업에 대한 접근성과 신뢰성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스티븐 톰슨 미국 농무부(USDA) 산하 국립농식품연구소(NIFA) 리더가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톰슨 리더는 다양한 로봇이 농장에 적용되기 시작하는 등 기술농업이 확산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농민들의 생각이 반드시 우호적이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그는 “농민들은 트랙터가 수시로 고장나고 전자기기가 궂은 날씨에 먹통이 되는 데다 시간 부족으로 생산수율 모니터를 보정할 여력이 없어 ‘기술’에 화가 많이 나 있는 상태”라며 “뭔가를 손으로 고치기를 좋아하는 농부들의 습성을 생각할 때 이들에게 문제 해결 매뉴얼을 보급하고 기술에 대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디지털농업 ; 미래를 살리고 지구를 구하라(Feed the Future and Save the Earth)’를 주제로 열린 이번 행사에는 이밖에도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세계적으로 농업용 로봇 개발을 이끄는 엘더트 반 헨튼 네덜란드 바헤닝언대학 교수를 비롯해 어브리 루케 미국 우주항공국(NASA) 케네디센터 우주농업 연구책임자, K-농업 기술을 해외로 전파하는 이규성 농촌진흥청 KOPIA 필리핀센터 소장이 기조연설을 한 것을 비롯해 전체 70여 개 세부 세션에서 총 550여 명이 발표자로 나섰다.

김학진 CIGR 2024 집행위원장이 개막식 행사 진행을 맡고 있다.
이강진 CIGR 2024 조직위원장(국립농업과학원)은 “전세계 농업은 도시 개발과 고령화, 수자원 고갈, 기후변화 등 많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이번 행사는 생산성 향상과 비용 효율성의 극대화, 투입의 최적화를 이룰 수 있는 디지털농업에 대해 참가자들에게 많은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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