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뮤직 공세에···활로 못찾는 토종 스트리밍

한순천 기자 2024. 5. 2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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벅스·플로, 1분기 적자전환
지니도 음악사업 영업익 '반토막'
멜론은 시장 점유율 31%로 감소
"서비스 독점은 이용자에도 피해
정부의 특별한 대책 마련 절실"
[서울경제]

위기설이 쏟아져 나오던 토종 음원 스트리밍 업체들의 적자 전환이 시작됐다. 강력한 가격 경쟁력을 보유한 유튜브뮤직의 급성장에 사업 다각화와 서비스 차별화로 대응하고 있지만 결국 본업인 스트리밍 수익이 감소해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국내 1위로 올라선 유튜브뮤직의 시장 장악력이 거세지면서 국내 업체들의 시름은 더 깊어지고 있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벅스를 운영하는 NHN벅스는 올 1분기에 129억 원의 매출과 6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146억 원의 매출을 낸 지난해 1분기에 비해 외형 규모가 감소했고 영업이익도 지난해 같은 기간 (4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다. 스트리밍 서비스를 포함한 B2C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1분기 77억 원에서 올해 1분기 58억 원으로 줄었고, 2억 원이던 영업손실은 10억 원으로 확대됐다.

플로를 운영하는 드림어스컴퍼니도 지난해 1분기 별도기준 매출 634억 원, 영업이익 1400만 원을 냈지만 올해 1분기는 매출 511억 원, 영업손실 37억 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지난해 1분기 플로와 음반 및 디지털 콘텐츠 유통을 포괄하는 뮤직 부문은 448억 원의 매출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331억 원의 매출을 내는 데 그쳤다. 플로와 MD·공연을 포괄하는 뮤직 부문은 지난해 1분기 2억 6000만 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올해 1분기에는 6억 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지니뮤직은 1분기 연결기준 738억 원의 매출과 31억 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성장했지만 도서콘텐츠사업을 영위하는 밀리의서재 깜짝 호실적 영향이다. 별도재무제표 기준 지니뮤직의 음악사업은 지난해 1분기 523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올해 1분기는 462억 원으로 매출이 줄었다. 16억 원이었던 음악사업의 영업이익은 1년 만에 9억 원으로 절반 가까이 줄었다.

실적 감소는 유튜브뮤직의 시장점유율 확대 때문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2021년 4월 344만 명에 불과하던 유튜브뮤직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지난달 기준 720만 명으로 토종 1위 멜론의 697만 명을 앞선다. 2021년 4월 멜론의 MAU가 852만 명에 달하는 등 토종 스트리밍 업체들이 선전했던 것에 비춰보면 토종 스트리밍 이용자들의 유튜브뮤직으로의 이동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토종 1위 스트리밍 서비스인 멜론의 시장점유율도 줄고 있다. 지난해 1분기 데이터에이아이 기준 순방문자로 산출한 멜론의 시장점유율은 33% 수준이었는데 올해 1분기는 31%로 감소했다.

토종 업체들은 사업 다각화로 위기 탈출에 나서고 있지만 쉽지 않다. 음원 유통·공연·B2B·고품질 음원 도입 등 다양한 서비스로 차별화에 나서고 있지만 실적에 큰 도움이 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3년 상반기 콘텐츠산업 동향분석’은 “유튜브뮤직의 성장으로 국내 음원플랫폼의 영향력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며 “국내 상위권 플랫폼 뿐 아니라 플로, 바이브 등 비교적 이용자 수가 적은 플랫폼들의 영향력이 점차 낮아지고 있어 향후 추이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토종 음원 플랫폼이 적자 구간에 진입한 시점에서 정부의 정책적 개입 등이 필요하지만 별다른 대안이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업계가 느끼는 가장 큰 부담은 유튜브 프리미엄과 유튜브뮤직의 끼워팔기 행태다. 콘진원의 ‘2023 음악 이용자 실태조사’에 따르면 유튜브뮤직으로의 서비스 변경 이유 중 가장 많은 응답은 ‘이전 서비스가 이용 요금이 비싸서’였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가격이 스트리밍 서비스를 선택하는 데 가장 큰 기준이 되고 있어, 유튜브 프리미엄까지 이용 가능한 유튜브뮤직의 가격 경쟁력을 토종 업체들이 따라갈 수 없다. 지난해부터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가 이어지고 있지만 결과가 언제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사업자들은 지금의 시장 상황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으로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지만 본질인 음악 플랫폼 매출이 빠르게 줄어들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서비스 독점은 업체 뿐 아니라 일반 이용자들과 창작자들에게도 피해가 돌아갈 수 있어 특별한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순천 기자 soon100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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