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확의 기쁨보단 근심이…제주마늘 첫수매 현장 표정 보니

심재웅 기자 2024. 5. 2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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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산 제주마늘 농협 수매가 시작된 20일 오전.

서귀포 대정농협(조합장 강성방)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인근 진입로에는 마늘을 가득 실은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이에 제주농협과 산지 관계자는 비계약 농가의 벌마늘도 수매해 시장을 안정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농정 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한편 대정농협의 올해산 마늘 상품 1㎏당 수매 가격은 3800원으로 지난해산(3200원)보다 600원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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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마늘 피해율 57.8%
대정농협, 벌마늘 1㎏당 2400원에 수매
농협 비계약 농가 벌마늘…“어쩌나”
마늘을 출하하기 위해 제주 서귀포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를 방문한 임평진씨(왼쪽)가 직원이 마늘을 설별하는 모습을 긴장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다.

2024년산 제주마늘 농협 수매가 시작된 20일 오전. 서귀포 대정농협(조합장 강성방)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인근 진입로에는 마늘을 가득 실은 차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한 해 농사를 무사히 마무리했다는 안도와 수확의 기쁨이 묻어나야 할 농민 얼굴엔 웃음기 대신 근심이 가득했다. 일조량 부족과 잦은 비 등 이상기후 탓에 평년 대비 작황이 매우 나빴기 때문이다. 설상가상 지난달 말에는 상품성이 떨어지는 마늘(2차 생장) 피해까지 덮쳐 대부분 농가가 큰 피해를 봤다.

대정읍 동일리에서 1만6529㎡(5000평) 규모로 마늘을 재배하는 임평진씨(63)는 “예년에 비해 수확량이 많이 줄고 그나마 건진 물량도 벌마늘이 대부분”이라며 “60%가량이 벌마늘이니 그저 착잡하기만 할 뿐”이라고 힘없이 말했다.

실제 제주도(도지사 오영훈) 농업기술원이 4월30일부터 5월1일까지 이틀간 도내 벌마늘 발생 규모를 조사한 결과 피해율이 57.8%에 달했다. 해당 조사 보름 전 시행한 1차 조사에서 나타난 피해율(48.4%)에 비해 9.4% 늘어난 것이다.

생산량 자체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강성방 조합장은 “평년 기준 3.3㎡(1평)당 6㎏ 정도 생산되는데, 올해는 4㎏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마늘을 출하하기 위한 행렬이 제주 서귀포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진입로에 늘어선 모습.

불행 중 다행으로 농협과 계약재배를 통해 채소가격안정사업에 참여한 농가는 벌마늘을 아주 싼값에 처분하진 않아도 될 전망이다. 채소가격안정제 주산지협의회는 이달 초 농가에 1㎏당 1920원을 주고 벌마늘을 수매하는 수급안정사업을 시행키로 했다. 채소가격안정제는 국가·지방자치단체·농협·농민이 기금을 조성해 수급이 불안할 때 가격 보전 등의 수급안정책을 추진하는 제도다.

이에 더해 대정농협은 17일 이사회를 열고 벌마늘을 하품과 같은 가격인 1㎏당 2400원에 사들이기로 했다. 채소가격안정제 정산가 1920원에 대정농협 자체 재원 480원을 추가 지원해 농가와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취지다.

제주 서귀포 대정농협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 마늘 수매 선별장에 벌마늘이 놓여 있다.

문제는 농협과 계약하지 않은 농가의 벌마늘을 처리할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것이다. 보통 벌마늘은 하품에도 미치지 못하는 가격에 거래된다. 한 농민은 “벌마늘을 유통 상인과 거래하면 1㎏당 1000원 받기도 어렵다”고 귀띔했다.

대정농협을 비롯한 도내 마늘 주산지농협이 올해 농가와 계약한 물량은 총 7716t으로, 도내 전체 예상 생산량(1만6625t) 46.4%다. 다시 말해 전체 생산량 중 절반 넘는 물량이 비계약물량으로, 이 중 벌마늘은 헐값에 팔리거나 아예 처분도 못하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는 뜻이다.

더욱이 제도 밖 비계약 농가의 벌마늘이 시장에 풀리면 전체적인 품질이 낮아져 시세에 악영향을 미치고, 농가 경영 기반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채소가격안정제에 따라 수매된 벌마늘은 시장 안정을 위해 8월 중순까지 출하가 연기된다.

이춘협 농협경제지주 제주본부 부본부장은 “벌마늘이 시장에 무분별하게 유입돼 깐마늘 가격이 하락하면 마늘을 수매한 농협 운영에도 큰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제주농협과 산지 관계자는 비계약 농가의 벌마늘도 수매해 시장을 안정할 방안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농정 당국에 요청한 상태다.

도 관계자는 “농협 수매물량 가운데 벌마늘 발생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고, 이에 걸맞은 지원책을 내놓기 위해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대정농협의 올해산 마늘 상품 1㎏당 수매 가격은 3800원으로 지난해산(3200원)보다 600원 높다. 중품 수매가는 3100원이다. 도내 다른 마늘 생산 농협도 이와 비슷한 수준의 수매 가격을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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