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에도 전공의 복귀 미미…내년 전문의 2천910명 줄어드나(종합)

김잔디 2024. 5. 20.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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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여명 전공의 중 현장에 남아있는 건 600여명 불과
정부 '유화책'에도 요지부동…일부 전공의는 병원측에 '복귀 과정' 묻기도
끝내 복귀하지 않으면 전문의 공급 차질 등 '연쇄 파급 효과' 우려
끝 보이지 않는 의정갈등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서울=연합뉴스) 김잔디 권지현 기자 = 인턴, 레지던트 등 전공의 대부분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20일로 3개월이 됐다.

고연차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지나기 전에 복귀해야 내년도 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어 이날이 '복귀 디데이'라고 할 수 있지만, 대부분의 전공의들은 요지부동인 모습이다.

이에 고연차 전공의들의 전문의 자격 취득이 어려줘져 내년에 전문의 공급 2천910명이 줄어들고, 연쇄적인 파급 효과마저 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일부 병원에서는 당장 복귀하진 않더라도, 병원 측에 조심스럽게 문의를 하는 전공의들이 있어 사태의 향방이 주목된다.

의정갈등 끝낼 수 있을까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빅5 포함 대부분 병원 "아직 잠잠"…일부서 '복귀 관련' 문의

의료계에 따르면 이날 서울시내 주요 상급종합병원인 '빅5'를 포함한 주요 수련병원에서 아직 전공의들의 뚜렷한 복귀 움직임은 감지되고 있지 않다.

대부분의 전공의는 지난 2월 19일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고, 다음날인 2월 20일부터 병원을 떠난 이후 여태껏 돌아오지 않고 있다.

2월 20일 오후 10시 기준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의 71.2% 수준인 8천816명이 사직했고, 근무지를 이탈한 건 7천813명이었다.

한 빅5 병원 관계자는 "아직 조용하다"며 "(전공의들의) 별다른 복귀 움직임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날도 전공의들을 향해 복귀를 촉구했지만, 적잖은 전공의들은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이 1년 지연되는 걸 각오한다는 분위기이다.

전문의 수련 및 자격 인정 등에 관한 규정과 시행규칙에 따르면 전공의 수련에 한 달 이상 공백이 발생하면 추가 수련을 받아야 한다. 추가로 수련해야 하는 기간이 3개월을 초과할 경우 전문의 자격 취득 시점은 1년 늦어질 수 있다.

공백이 3개월을 넘기면 그해 수련을 수료하지 못해 다음 해 초에 있는 전문의 시험에 응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날 "내년도 전문의 자격 취득을 위해 수련병원을 이탈한 지 3개월이 되는 시점까지 복귀해야 한다"며 "개인별 차이는 있지만, 2월 19일부터 이탈한 전공의는 3개월이 되는 오늘까지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의 거듭된 호소에도 대부분의 전공의는 뚜렷한 복귀 의사를 드러내지 않고 있다.

다만 일부 전공의는 소속 수련병원에 복귀와 관련한 절차를 문의한 것으로 파악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병원 관계자는 "수련교육부에 사직했던 전공의 몇 명이 복귀를 문의했다고 한다"며 "아직은 소수이고 개별적인 움직임이긴 하다"고 말을 아꼈다.

주요 병원들은 전공의들이 복귀를 고민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전공의들이 복귀하려다가도 외부에 알려질 경우 마음을 돌릴 것을 우려해 내부에서 철저하게 입단속을 하는 분위기이다.

정부도 전공의들의 복귀 여부를 지속해서 파악하고 있다. 주요 수련병원 100곳의 레지던트는 9천996명인데, 5월 16일 기준 617명 출근해서 출근율은 6.2%에 불과하다.

여기에는 애초 이탈하지 않은 전공의와 복귀한 전공의가 혼재돼 있다. 정확한 복귀 규모는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전공의가 8월까지만 복귀해도 내년도 전문의 시험을 치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왔으나, 정부는 전문의 수련 규정 등을 근거로 "합당하지 않은 법 해석"이라고 일축한 뒤 신속한 복귀를 촉구했다.

서울아산병원 전공의협의회 대표 기자회견 (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정부, '유화책' 연일 강조…전공의 화답은 '글쎄'

정부는 전공의들을 향해 개인의 진로를 고려해 속히 복귀할 것을 연일 촉구하고 있다.

특히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한 전공의의 경우 이탈한 기간 일부를 수련기간으로 인정해주겠다며 유화책을 꺼내든 상태다.

전문의 수련 규정 시행규칙 4조에 따르면 휴가 또는 휴직 등 부득이한 사유로 1개월 이상 수련받지 못한 전공의는 수련받지 못한 기간 중 1개월을 제외한 기간만큼 추가 수련을 받게 돼 있다. 정부는 이 규정을 근거로 최대 30일을 예외로 인정해줄 가능성을 밝혔다.

조 장관은 "병가 등 부득이한 사유가 있으면 수련병원에 소명함으로써 추가 수련기간이 일부 조정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다만 집단행동은 부득이한 사유가 되지 않으므로, 전공의들은 수련병원에 휴가나 병가와 관련된 서류를 제출해 인정받아야 한다.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전문의 수련 규정 시행규칙에 근거하고 있긴 하지만, 이탈기간 일부를 '뒤늦게' 휴가나 병가, 휴직 등으로 인정해주겠다는 것이어서 특혜나 편법 논란이 불거질 수도 있다.

정부는 수업을 거부하는 의대생들의 집단 유급을 피하기 위해 의사 국가시험 일정을 연기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데, 이 역시 의대생에 대한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정부는 '부득이한 사유'를 소명해달라는 요구가 특혜 논란으로 비화할 수 있다는 세간의 시선에도 불구하고 유화책을 내세워 복귀를 거듭 호소하고 있지만, 정작 전공의들이 화답할지는 미지수다.

의료계에서도 부정적인 전망이 나온다. 임현택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전공의들의 복귀 움직임에 관한 진행자의 질의에 "전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임 회장은 "현장에서 보는 분위기는 전공의들의 입장은 전혀 변함이 없고, 같이 싸우는 학생들의 입장은 오히려 더 강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강의실에 놓인 심장학 이론서 (서울=연합뉴스) 신현우 기자

전문의 2천910명 공급 차질 우려…"연쇄적인 파급 효과 있을 것"

정부가 전공의들의 복귀를 설득하는 데 집중하는 건, 이들이 돌아오지 않을 경우 당장 내년에 특정 과목을 수련한 전문의가 배출되지 않는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전문의는 인턴 1년, 레지던트 3∼4년 등 전공의로 수련을 모두 마치고 시험에 응시해야만 그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통상 전문의 시험은 매년 1월에 시행되지만, 그해 2월까지는 수련을 마치는 게 전제 조건이다. 추가 수련을 하더라도 같은 해 5월 31일 전까지는 수련을 마쳐야 한다. 수련 공백이 '3개월'을 넘겨서는 안 되는 이유다.

복지부에 따르면 내년 초 전문의 시험을 앞둔 전국의 3·4년 차 레지던트는 총 2천910명이다. 보통 레지던트 과정은 4년이지만, 내과, 외과, 소아청소년과, 예방의학과, 결핵과, 가정의학과는 3년 수련한다.

이들이 적시에 복귀하지 않으면 내년이 아닌 2026년이 돼야 전문의 시험을 볼 수 있고, 추가 수련 기간도 계속 길어질 수 있다.

연 단위로 이뤄지는 전공의 수련 상 한번 생긴 공백은 쉽사리 메우기도 어렵다.

수련기간 공백 3개월을 초과하면 당장 내년에 시험을 봐야 하는 레지던트 4년차(3년제 과목은 3년차)는 물론, 1∼3년차 레지던트도 연간 수련을 마치지 못하므로 전문의 자격 취득이 줄줄이 밀리게 된다.

현재 집단행동 중인 전공의 모든 연차의 전문의 자격 취득이 1년씩 지연되는 것이다.

전문의 배출 시점이 밀리기 시작하면 군의관, 공중보건의사(공보의) 배출에도 차질이 빚어진다.

신규 전문의가 나오지 않으면 대학병원에 남아 세부 전공을 수련하는 전임의(펠로) 수가 줄어드는 등 의료 시스템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 필수의료와 지역의료 위기가 더 심화할 수밖에 없고, 정부가 구상하는 '전문의 중심 병원'에도 차질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에서는 의대생과 전공의를 거쳐 전문의 취득에 이르는 과정이 한 번 밀리기 시작하면 '연쇄 파급 효과'가 생길 수밖에 없을 것으로 우려해왔다.

서울시내 한 수련병원 교수는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 사회에 전문의를 포함한 전반적인 '의사 공백'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도 전문의 배출이 지연됐을 때의 여파를 우려하고 있다. 다만 군의관·공보의의 경우 전문의로만 구성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어 큰 차질은 없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군의관·공보의는 전문의도 있고, 일반의도 있으므로 수련을 제때 못 마친다고 해서 군의관이나 공보의 수가 확 줄어든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부는 최대한 대화를 표명하면서 (전공의들이) 조기 복귀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jand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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