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원 돌파? 차등 적용?…내년도 최저임금 두고 노사 ‘격돌’

강윤서 기자 2024. 5. 20.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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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140원 인상 시 1만원 돌파…경영계 ‘업종별 차등 적용’ 필요
21일 심의 개시…“영세업자 감당 안돼” vs “실질임금은 하락”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최저임금위원회 13대 위원의 임기 시작을 하루 앞둔 13일 서울의 한 고용복지플러스센터에 2024년 최저임금 입간판이 설치되어 있다. ⓒ연합뉴스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본격 시작된다. 올해 시간당 9860원인 최저임금이 역사상 첫 1만원을 돌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노사 간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경영계는 돌봄업종을 중심으로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에 힘을 싣고 있지만, 노동계는 전체 근로자 임금 수준이 하향할 것이라며 우려했다.

20일 노동계와 경영계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오는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올해 첫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본격적으로 개시한다. 

노동계는 올해 심의에서 최저임금이 시급 기준 1만원 문턱을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저임금은 올해 9860원보다 1.42%(140원)만 올라도 1만원을 돌파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10.9%(8350원) ▲2020년 2.9%(8590원) ▲2021년 1.5%(8720원) ▲2022년 5.1%(9160원) ▲2023년 5.0%(9620원) ▲2024년 2.5%(9860원)이다. 역대 가장 낮았던 최저임금 인상률은 1.5%(2021년)였다.

시사저널과 통화한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1만원 돌파 여부는 140원만 올리면 가능해졌기에 중요한 쟁점이 아니"라고 짚었다. 그는 "실질임금 삭감으로 인해 내수경기가 거의 바닥을 치고 있는 상황"이라며 "달라진 상황에 적합한 최저임금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목되는 점은 액수다. 노동계는 농축수산물과 전기·가스·수도 등이 대폭 오르며 물가상승률이 증가한 점을 근거로 1만원보다 높은 금액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해에는 최초 요구안으로 1만2000원이 제시된 바 있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번 심의에 제시할 금액에 대해 "아직 한 번도 논의한 바 없다"며 "영업 비밀"이라고 말을 아꼈다.

반면 경영계는 동결 혹은 동결에 준하는 최소한의 인상률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심의를 앞두고 해마다 '최저임금 미만율'을 무기로 가져왔다. 최저임금 미만율은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노동자의 비율로, 최저임금 수준이 높아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이 떨어졌다는 근거로 활용됐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올해도 '2023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보고서를 지난 16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임금 근로자 중 시간당 임금이 최저임금 미만인 근로자가 300만1000명(13.7%)에 달한다. 즉 100명 중 14명이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임금을 받는 셈이다. 경총은 "그간 물가와 임금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누적됨에 따라 노동시장의 최저임금 수용성이 저하됐기 때문"이라며 특히 영세 소규모 사업장에서 최저임금 수용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노동계는 해당 보고서는 신뢰도가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최저임금 미만율 추정을 위한 통계인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와 고용노동부 '고용형태별근로실태조사' 중 입맛에 맞는 통계청 자료만 분석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임위가 심의 자료로 활용하는 최저임금 미만율 통계는 경총 보고서와 마찬가지로 통계청 조사를 기준으로 한 것과 고용노동부의 조사를 기준으로 한 것이 있는데 그 격차가 꽤 크다. 2022년의 경우, 통계청 조사 기준 미만율은 12.7%지만, 고용노동부 조사 기준으론 3.4%다.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열린 '모두를 위한 최저임금 운동본부' 출범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경영계 "업종별 차등 필요"vs 노동계 "최저임금 차별 금지"

업종별 차등 적용을 두고도 노사 간 거센 공방이 예상된다.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은 업종별로 다르게 정할 수 있지만 실제로 차등 적용된 사례는 제도 도입 첫해인 1988년뿐이다.

정부와 경영계는 업종별 최저임금 미만율 격차가 큰 만큼 사용자의 지불능력을 고려해 최저임금을 다르게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 발간한 보고서에서 외국인 근로자가 돌봄서비스업에서 일할 수 있도록 제한을 풀고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해당 보고서를 두고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과 윤석열 대통령은 긍정적으로 평가한 바 있다.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업종별 차등적용은 최저임금 취지에도 맞지 않을 뿐더러 전체 근로자 임금 수준의 하향을 가져온다는 이유에서다.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은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22대 국회 당선인들과 만나 "윤 대통령이 사문화된 최저임금 차등 적용 주장을 무덤에서 꺼내려 한다"며 "함께 싸워줄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앞서 이수진(비례대표) 민주당 의원은 최저임금을 업종별로 다르게 적용할 수 있는 조항을 삭제하는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최임위에서 업종별 차등적용 표결이 이뤄지면 공익위원들이 결과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최임위에서 해당 안건은 찬성 11표, 반대 15표로 부결됐다. 

최임위는 공익위원 9명과 근로자 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 특별위원 3명 등 총 30명으로 구성돼 있다. 공익위원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제청해 대통령이 위촉하며 임기는 3년이다.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은 노사가 각각 추천한다. 특별위원은 기획재정부와 고용부, 중소벤처기업부 국장급 공무원 등으로 의결권이 없어 사실상 27명의 심의를 통해 다음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노동계는 이번에 임명된 공익위원들이 모두 현 정부에서 위촉된 점을 비판하며 철회를 촉구했다. 한국노총·민주노총은 공동 성명서를 내고 공익위원으로 임명된 권순원·김기선·이정민·이인재·성재민·김수완·안지영 위원들을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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